다락골사랑/다락골 사랑

부끄럽습니다.

누촌애(김영수) 2010. 7. 12. 22:02

 

 

서해안고속도로 길섶엔
모감주나무의 샛노란 꽃이 연이어 펼쳐집니다.

주말마다 이 길을 오르내리면서 좋아진  꽃입니다.

꽃구경의 여운이 채 끝나기 전에
다락골엔 능소화가  소담스레 피었습니다.

 


생활을 지탱하는 일터가 자리를 옮겨 적응을 잘 못해 낯설기만 합니다.
꼭두새벽부터 출근 전쟁하는 모습이 더욱 그렇습니다.
돌아가신 아버님 기일이 낀 주말
고향에 다녀오고 싶은 일념뿐 지친 심신을 핑계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풀죽은 모습이 안 돼 보였는지
평소 교분이 있던 교감선생님 부부가 직접 운전하는 차에  태워져 다락골까지 소풍왔습니다.

기를 보충하는 데는 다락골이 최고일거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농장에 도착하고서도
잠시의 쉼도 없이 호미를 챙겨들고 잡초 하나라도 더 매주시겠다는  그 마음씀씀이가 고맙습니다.

 

 

3주째 연속해서 휴일에만 비가 내립니다.
그렇다고 흡족하게 내리는 비도 못됩니다.
겉흙만 살짝 적실정도로 질금질금 내리는 비입니다.
다락골에도 마른장마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참깨의 선연한 흰색꽃잎이 자잘한 기쁨을 안겨줍니다.

 

 

비가 내리는 틈을 타고
참깨모종과 서리태 모종을 내다심는 이웃들이 간간히 보입니다.
부쩍 늘어난 들짐승들이 얼씬도 못하게  일렬로 대오를 지어 들판을 지키는 든든한
허수아비 모습이 또 다른 위안을 챙겨줍니다.

 

 

물러 썩은 풋고추가 고추밭에서 여러 발견됩니다.
마른장마로 수분이 부족해 땅속의 양분이 재대로 흡수를 못해 생긴 증상 같습니다.
벌레로 인해 구멍 뚫린 고추도 더러 보입니다.
은근히 약제에 의존하고픈 생각도 살아납니다만 제대로 된 농사를 지어보기위해 편안한 길을 마다합니다.
이웃집고추밭 사정은  더 좋지 못합니다.
지난해에도 병해가 심해 올해는 그곳에 고추를 심지 말라고 만류했었는데.......
변화를 수긍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남녘의 먼 산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아버님의 기일 
멀리 떨어져있다는 핑계로  힘겹다는 이유로 술 한 잔 받쳐 올리지 못했습니다.
말로만  반듯하게  흠집 없이 살자 했습니다.
자식으로써 마땅히 해야 할 도리마저 내팽개쳤습니다.
갚지도 못할 빚만 쌓입니다.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