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골사랑/다락골 사랑

가을이 깊어갑니다.

누촌애(김영수) 2011. 11. 1. 21:39

 가을이 깊어갑니다.

 

 

10월의 끝자락
감기몸살로 허둥지둥하는 사이 10월이 훌쩍 달아납니다.
노란은행잎이 수북이 쌓은 다락골엔 가을이 발밑까지 파고들었습니다.

 

 


두주 전에 석회비료를 시비했던 곳에
생육과정에서 은근히 거름기를 밝히는 마늘의 특성을 감안해 잘 썩은 퇴비에 유황가루를 섞어 뿌리고 관리기로 마늘밭을 일굽니다.

 

 

 

 

씨 마늘로 추위에 강하다는  케나다 마늘 3접과 주아를 키운 통마늘300여개 그리고 토종육족마늘 두 접을 준비했습니다.
재배과정에선 약제사용을 철저하게 금하고 있는 터라 종자소독은 세심하게 다룹니다.

 

 

 

꾸민 두둑위에
투명비닐을 씌워야 될지?
아니면 검정비닐을 씌워야 될지?
헷갈릴 때가 종종 생깁니다.
학창시절 고교시절까진 교복을 착용했었습니다.
하절기엔 흰색계통을 동절기에 검정색계통을 주로 입었습니다.
흰색 옷은 빛을 반사시켜 시원하고 검은색 옷은 빛을 흡수시켜 따뜻할 거라는 뇌리에 박힌 고정관념 때문에 농사를 시작하고 나서부턴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빛을 흡수해 지온이 높아질 거라 섣불리 생각하고 이른 봄에 검정비닐로 멀칭하고 옮겨 심었던 작두콩은 지온이 오르지 않아 성장은 더디기만 했고,

늦은 봄 흰색비닐로 멀칭하고 옮겨 심었던 야콘은  뜨거운 비닐 속 열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여름철 내내 비실비실 기력을 상실했었습니다.

 

 

 

뜨거운 여름날
나무 그늘 밑은 시원합니다.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나뭇잎이 흡수해 밑이 선선한 것처럼
검정비닐은 빛을 흡수만하고 투과하지 못해 검정비닐로 두둑을 멀칭하면 비닐 속 땅의 온도는 쉽게 상승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봄철에 활발하게 성장하는 작물들은 빛이 투과되어 지온상승을 유발하는 투명비닐로 멀칭하는 것이 좋습니다.

 

 

 


욕심을 부려 양파 밭을 키웠습니다.
추위에 약한 양파는 다락골에선 많이 재배되지 않는 작물입니다.
그 동안  양파농사도 신통치 못했습니다.
올해는 포기할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를 통해 나눔 받은 '강원1호 텐신황'이란 양파품종이 내한성이 강하다고 해 기대가 큽니다.
모종채취과정에서 손실된 뿌리와 줄기의 비율을 맞추기 위해 일정부분 줄기를 잘라내고 아주심기 합니다.
생육과정을 비교하기위해 서대산애플님이 키운 따뜻한 지방에서 잘 자라는 양파모종도 함께 옮겨 심습니다.

 

 

 

 

 

아주심기를 끝낸 양파와 마늘밭에 물을 흠뻑 뿌립니다.
이식과정에서 생긴 작은 틈새를 메워 뿌리를 잘 내리게 하기 위함입니다.

 

 

 

파종 적기를 놓친 콜라비만 빼고
김장채소의 작황은 어느것 하나 나무랄 데 없이 좋습니다.
당장 김장해도 될 만큼 속고갱이가 꽉 들어찼습니다.
약제사용 없이 키운 것들이라 더욱 대견스럽습니다.

 

 

배추대란이 또 다시 터질 것 같습니다.
물량부족으로 값이 치솟았던 지난해 배추대란과는 딴판으로 올해는 가격폭락이 우려됩니다.
다락골를 찾은 밭떼기 장사치들은
한 포기에 500원에도 속이 꽉 찬 배추를 거들떠보지 않는다며 이웃들은 속상해합니다.
암울한 현실입니다.
땀 흘려 키운 품삯은 고사하고 모종 값이라도 건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생강을 수확할 때는 허리를 꾸부리고 뽑아야돼유!
그렇게 쪼그리고 앉아서 뽑으면 생강이 조각나 값어치가 떨어져유!
아줌마처럼 그렇게 일하면 품삯 한 푼 안쳐주니 그리 알아유!"
쪼그리고 앉아 토종생강을 수확하는 옆지기의 모습이 성미가 거슬렀는지
마실 오신 이웃할머니가 직접 밭에 들어와 생강을 수확하는 시범을 보입니다.
허리 굽힌 자세로 생강대를 잡고 잡아당기니 신기할 만큼 상처 하나 없이 쑥쑥 뽑힙니다.
지난해 심었던 중국산생강에 비해 향이 훨씬 진합니다.

 

 

된서리를 맞아 잎이 누렇게 퇴색된 울금만 밭뙈기에 우둑 커니 남았습니다.
그루터기에 남은 양분까지 알뿌리에 차곡차곡 채우기 위해 스러져 가는 가을햇살이 비춥니다.
가을이 깊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