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내린 이슬을 뒤집어 쓴 채 아침 햇살을 맞는 쑥은 때로는 짙푸른색을 때로는 연녹색을 띤다.
쑥은 추위에 강해 이른봄이 되면 벌써 푸른색으로 변해 고유의 씁쓰레한 향을 발산한다.
쑥이 최근 들어 자연무공해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이른봄에 뜯어 나물로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진쑥은 나일론 끈이나 새끼줄로 엮어서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인진쑥은 가을에 수확해 그늘에 말려두었다가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비누, 목욕제, 방향제 등 쑥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쑥은 뿌리만 있어도 살아남을 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추위에도 강해 서릿발이 하얀 이른 봄, 가장 먼저 고개를 내밀 뿐 아니라 늦가을까지 푸름을 잃지 않는다. 목이 타들어가는 웬만한 가뭄에도 끄떡없고 발로 밟아도 생명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러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면 고유의 향이 나지 않고 잎이 가늘어 상품성이 떨어진다.



잃었던 입맛 되찾아주는 쑥국

춘곤증에 시달리기 쉬운 봄엔 걸쭉하게 끓인 쑥국이 일품이다. 하룻밤 물에 담가 두었다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쓴맛을 뺀 후, 된장을 푼 쌀뜨물에 넣고 끓인 쑥국은 시원하고 구수한 맛이 그만이다. 쑥을 날콩가루에 버무려 섞어 된장국에 넣기도 하는데, 구수한 콩가루로 맛이 더해져 독특한 맛을 낸다.
쑥에는 무기질과 눈을 맑게 하고 피부를 튼튼하게 하는 비타민A, 감기 예방과 치료에 좋은 비타민C 등이 많이 들어 있다. 이밖에 항암작용을 하는 풍부한 엽록소를 비롯해 식물성섬유, 단백질, 칼슘, 인, 철분 등이 풍부하다. 쑥 80g을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A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고 할 정도다.
한방에서 쑥은 몸을 덥게 해 냉과 습을 제거하는 온경약(溫莖藥)으로 쓰인다. 『동의보감』에서는 “쑥이 간과 신장을 보하며 황달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특히 사철쑥으로도 불리는 인진쑥은 간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 효과가 있어 한방에서는 만성간염 환자에게 처방한다. 이밖에도 섬유질이 풍부하여 짧은 시간에 변비 증상을 해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최근 비만 또는 변비로 고생하는 여성들이 다이어트식품으로 음용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삼월 삼짇날과 오월 단오에 채취하는 약쑥

우리 선조들은 쑥을 늘 가까이했다. 삼월 삼짇날(3월 3일)과 오월 단옷날에 뜯은 쑥은 유난히 맛이 있고 약 기운이 높다 하여 시절식으로 쑥국을 끓여 먹었다. 특히 단옷날 해뜨기 이전에 남한테 말하지 않고 뜯은 쑥은 약효가 뛰어나다고 했다.
또 궁중에서는 쑥이 액을 물리친다 하여 단옷날 오시(상오 11시부터 하오 1시까지)에 쑥으로 만든 호랑이를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민가에서는 단옷날 쑥 한 다발을 문 앞에 세워 두면 질병이 침입하지 못한다고 믿었고, 단옷날 닭이 울기 전에 사람 모양을 닮은 쑥을 캐어 뜸을 뜨면 백병을 예방한다고 믿었다.
예로부터 5월 초나흗날(단오 전날)에 담근 쑥술을 마시면 위장이 튼튼해져 한 해 동안 소화가 잘 된다고 했다. 우리가 흔히 해먹는 쑥국, 쑥떡, 쑥튀김 등을 약음식이라고 한 것도 바로 이러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추위를 잘 타는 사람이 먹을 만한 쑥

얼마 전까지만 해도 쑥은 민간 처치약으로 이용되었다. 칼이나 낫 등에 베어 상처가 났을 때 쑥을 짓이겨 처매놓으면 덧나지 않고 잘 아물었다. 한방에서는 쑥이 부인병, 특히 자궁 출혈을 멎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추위를 심하게 타는 사람이나 몸이 차서 일어나는 복통과 설사에도 효과가 있다. 그밖에 쑥은 감기를 비롯해 열, 오한, 치질 등에 약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러해살이 풀인 쑥은 종류가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것으로는 물쑥(이른봄에 어린 잎과 뿌리는 식용), 참쑥(식용과 약용), 사철쑥(식용과 약용), 제비쑥(식용), 산쑥(식용과 뜸용), 뺑쑥(약용과 모깃불용) 등이 있는데 일반인들은 생김새가 거의 비슷해 구분해 내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쑥은 크게 나물용과 약용으로 구분된다.
주로 나물로 먹는 것은 물쑥과 참쑥이다. 참쑥은 키가 20㎝ 정도 자라며 향이 연해 쑥된장국, 쑥버무리, 쑥차, 쑥떡 등으로 이용해 먹기에 좋다. 나물용 쑥은 비타민 A·C, 칼슘, 철분이 많아 면역력과 항균력, 항암력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풍 맞고 자라는 거문도 나물용 쑥
전남 여천 거문도는 우리나라에서 나물로 먹는 쑥이 가장 많이 또 가장 일찍 나는 곳으로 유명하다. 겨우내 따뜻한 바닷바람이 불어와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거의 없기 때문에 1월부터 쑥을 수확하기 시작하는데 5월까지 계속된다. 특히 거문도에서 나는 쑥은 품질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예로부터 소금기 머금은 해풍을 맞고 자란 쑥은 품질이 좋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남단의 섬, 거문도는 이 같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거문도에서 쑥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의 거문도 역시 여느 농촌과 마찬가지로 이농현상이 비껴가지 않았다. 여수에서 120㎞나 떨어져 있는데다 쾌속정을 타고도 2시간 남짓 소요되는 섬 마을이기 때문에 한때 1만여 명이었던 주민이 2천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대부분 고기잡이를 주업으로 하는 이곳 사람들은 특히 겨울이 되면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그러다 남들이 버리고 간 묵정밭에다 쑥을 옮겨 심어 소득을 올리는 농민들이 생겨나 거문도는 차츰 쑥 주산지로 탈바꿈했다. 다른 지방에서는 일찍 수확하기 위해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를 시도했지만 잎이 가늘고 색이 옅은데다 향이 적어 실패하고 말았다. 그로 인해 거문도 쑥이 더욱 유명해지게 되었다. 겨울이 짧은 거문도에서는 노지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생산비가 적게 드는데다 다른 지역보다 한두 달 빨리 수확할 수 있어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 이밖의 지역에서도 이른봄 나물용 쑥을 재배해 소득을 올리고 있다.


약용으로 이용되는 인진쑥과 사자발약쑥

약용으로 이용되는 쑥은 대부분 인진쑥이다. 인진쑥은 나물로 이용하는 물쑥에 비해 잎의 폭이 좁고 고유의 향이 짙은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야산에서 나는 인진쑥은 키가 60~120㎝까지 자라며 아래쪽은 나무처럼 단단하다. 인진쑥은 약효가 뛰어나 농축액, 쑥팩, 뜸용 등 다양하게 이용된다. 농축액으로 환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인천 강화에서는 강화쑥(인진쑥)과 사자발약쑥을 이용해 다양한 건강식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강화쑥은 잎 뒷면이 희고 백색이 돌며 쌉싸래한 향이 강하다. 또한 사자발약쑥은 키가 70㎝ 가량 크고 잎 모양이 사자 발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자발약쑥은 약효가 좋다고 해서 한약방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다.
한편 강화약쑥의 씨는 눈을 밝게 하고, 잎은 기관지 확장과 변비 치료, 신장·간 기능 강화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강화약쑥에서 추출한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위 점막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위염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또 황달과 두통, 신경통, 피로 회복 등에 특히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진쑥은 9~10월 입추 무렵에 산에서 채취한 3~4년생이 좋다.


살균과 살충 효과가 있는 치네올린 함유

약쑥에는 독특한 향기가 있는데 이는 치네올린이라는 정유 성분이다. 이 정유 성분은 살균과 살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름밤에 모기를 쫓기 위해 쑥을 태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쑥 냄새는 파리와 모기 등을 쫓을 뿐만 아니라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도 있다.
이처럼 쑥이 나물용과 약용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되면서 재배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쑥은 한 마디의 뿌리줄기만 남아도 생명력이 유지되고, 새순이 트고 자란다. 한 해만 지나도 주위가 온통 ‘쑥밭’으로 될 만큼 번식력이 강하다.
웬만한 가뭄에는 끄떡도 없고 추위에도 강하다. 이른봄, 추위를 이기고 가장 먼저 고개를 내미는 풀이 쑥이며, 늦가을까지 푸름을 자랑하는 것 또한 쑥이다. 대개 여름이 되면 줄기 끝에 연한 분홍빛 작은 꽃이 핀다. 갈라진 잎의 앞면은 녹색이지만 뒷면은 흰색 털이 빽빽이 나 있다.


옮겨 심은 이듬해부터 수확 가능

쑥은 물 빠짐이 좋은 토질에서 잘 자라며, 밭에 옮겨 심은 후 이듬해부터 채취할 수 있다. 봄에 옮겨 심어놓고 내버려두었다가 11월에 말라죽은 줄기를 베어주면 이듬해 1월에 새싹이 무더기로 돋아난다. 워낙 번식력과 생명력이 강해 화학 농약이나 비료를 뿌릴 필요도 없다. 그냥 내버려두어도 싹이 돋아나고 한 해에 여러번 베어도 상관없다.
쑥은 버릴 게 없다. 줄기와 잎자루는 약용으로, 어린 잎은 식용으로 이용한다. 시장에서는 여린 잎일수록 상품으로 취급한다. 나물로 먹을 때에는 소금과 식용 소다를 약간 넣은 끓는 물에 데쳐 찬물에 우려낸다. 봄철에 여린 잎을 뜯어 말려 두었다가 1년 내내 먹어도 된다. 최근 목욕탕과 찜질방 등에서 쑥을 많이 찾고 있어 다양한 판로 개척이 가능하다.

'약초재배 > 토종 약용식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약초의 채취시기와 보관  (0) 2008.05.30
홍화 -잇꽃  (0) 2008.05.30
질병치료의 민간요법 100가지  (0) 2008.03.19
가정에서 내려오는 민간요법  (0) 2008.03.19
돼지감자-천연의 인슐린  (0) 2008.03.1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