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땅 속의 경운기'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속화되며 보기 힘들어져 가는 동물중 하나가 지렁이다.

특히 요즘은 농약과 화학비료의 남용으로 농촌의 밭에서도 지렁이가 사라지고 있는게 현실.

그러나 최근 환경농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흙을 살리는 지렁이의 역할’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생태계에서 지렁이의 역할과 인류와의 관계는 문명과 궤를 함께 한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수메르인들은 ‘지렁이가 흙을 비옥하게 해준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으며 이집트인들도 나일강 유역을 비옥하게 하는 요소로 태양과 물 이외에 지렁이를 꼽고 있다.

고대 인류는 유기물이 부숙(腐熟)돼 흙이 검거나 지렁이가 많이 서식하는 곳에서 농사를 지으면 수확이 많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활용했던 것이다.

■ 지렁이의 생태

지렁이는 지표의 낙엽이나 땅속에 썩은 뿌리, 흙 등을 먹어 잘게 분쇄하고 유기물을 땅속 깊이 운반한다. 또 반대로 땅속의 깊은 광물질 토양을 지표에 운반하는데 이를 농사에 비유하면 땅을 가는‘경운’이다. 즉 지렁이는 살아있는 경운기라 할 수 있다.

지렁이의 이같은 행태는 흙 자체의 성질을 변화시키는데, 흙이 잘게 부숴져 단입구조가 생성되고 공극이 증대하여 환기·배수성이 나아진다. 토양동물에 있어서는 이 토양 환경의 변화에 의해 더욱 더 깊은 곳까지 서식 공간이 증가하고 또 미생물의 활성이 높아진다. 이 상호 작용·상승 효과에 의해 여기에 생육하는 식물 혹은 농작물의 생육이 촉진되는 토양개량 효과를 가져온다.

일반적으로 하등동물의 소화·흡수되는 비율은 음식 섭취량의 약 20% 정도. 나머지 80%는 체외로 배출되는데 흙을 먹는 지렁이에서는 소화율은 더욱 더 나쁘고 총량적으로는 대부분 줄지 않고 배출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원대 권오길교수(생물학부)에 따르면 지렁이 큰 놈 한마리가 1년에 먹고 배설하는 흙의 양은 약 10㎏, 따라서 밭에 지렁이가 득실거린다면 연중 흙이 몇번씩이나 갈아 뒤엎어지는 셈이다.

■ 토양 개량의 효과

△부식-지렁이가 없으면 낙엽은 모이기만 한다. 지렁이의 활동이 크면 지표에는 낙엽은 조금밖에 퇴적하지 않으며 또 지렁이의 존재에 의해 미생물의 활성이 높여지고 보다 분해가 촉진되게 되므로 지렁이의 존재여부에 따라 지표의 부식 퇴적량이나 그 구조가 변한다.

△단립구조의 형성-지렁이는 흙을 먹고 배설하는 활동을 통해 단립구조 형성에 많은 역할을 한다. 토양단립은 땅의 통기성·투수성을 잘 하고 토양 유실을 막아 단입구조가 발달하면 농작물·식물의 생육이 좋아진다.

△입자 조성변화-지렁이는 깊은곳의 땅을 지표에 운반이동해 토양을 수직 방향으로 뒤섞는다. 이러한 기능이 활발해지면 지표에서 지중 깊은 곳 까지 토양 입자 조성이 균일화 될 수 있다. 또 지렁이에 의해 형성된 터널은 쉽게 파괴되지 않고 잘 유지 되는 특성이 있다.

일본에서 한 초지에 대한 조사결과 지렁이의 터널이 1㎡당 1천400개가 발견됐다고 한다.

이처럼 지렁이에 의해 조성·유지되는 터널은 통기성을 높여 토양중의 깊은 곳까지 산소를 공급, 지렁이를 비롯해 다른 토양 동물의 서식 공간을 늘리고 미생물의 활성화를 촉진하게 돼 식물에 산소가 직접 공급돼 뿌리의 신장을 돕는 역할을 한다.

■ 분변토

지렁이가 먹이를 섭취하면 장내의 효소에 의해 부숙화가 촉진되는데 지렁이는 이의 대부분을 배설한다. 이를 분변토라 한다.

농업기술원이 분변토와 일반 흙을 비교한 결과 분변토는 질소, 인산, 칼리의 함량이 월등히 높고 미생물의 밀도도 높아 천연비료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변토와 일반흙의 채소재배 실험을 보면 분변토에서 자란 채소의 경우 뿌리가 튼튼하고 병충해에도 저항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또 토마토의 당도 실험에서도 분변토의 함량이 높을수록 당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지렁이 분변토는 토양개량제로서 활용도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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