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인은 왜 포경수술을 많이 받는가?

포경(包莖)수술의 원형은 할례라는 종교의식인데 오래전부터 고대 이집트의 사원의식이었다. 이 할례의식은 신으로부터 선택받은 사람(선민)임을 증명하기 위한 의식의 하나로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의식으로 전해지고 보존됐다. 그러다가 19세기 말 할례가 매독과 간질을 예방하고 중풍을 치료할 수 있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는 일부 의사들이 생겼다. 이후 이런 주장은 사람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 현대에 와서도 ‘과학적인 연구 결과, 할례가 성병·요로감염·자궁경부암을 예방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게 되면서 남자들은 당연히 포경수술을 받는 문화가 형성되게 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문화는 특히 미국에서 만연했는데 제2차 세계대전 후 한국과 필리핀에도 이 유행이 전해졌다. 아마 6·25전쟁 후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 미제가 좋고 미국사람들이 하는 것은 좋다는 숭미(崇美)주의가 퍼지면서 포경수술도 급속도로 번지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사람들이 많이 하고 우리나라 상류층 사람들도 많이 하고 의사들도 권하니 당연히 좋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신생아가 병원에서 퇴원하기 전에 포경수술을 받는 것은 병원 수입도 올리는 일이므로 병원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포경수술은 건강보험의 급여가 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다. 의사들도 좋은 점을 강조하지 나쁜 점을 말하지 않는다. 아들을 둔 부모라면 누구나 포경수술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를 의사와 상담하면 포경수술을 권하는 의사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의학적인 행위도 사회적 현상과 다르지 않으며 사람들 사이에 문화코드로 자리 잡으면 그 위력은 실로 엄청나다. 미국의 경우 남자 신생아 50%가 태어나자마자 이미 병원에서 포경수술을 받았으며, 우리나라의 경우에 아직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상당수의 남자들이 일부는 태어나자마자, 일부는 중학생 때, 일부는 성인이 되어 수술을 받고 있다.

#2. 포경수술은 의학적으로 필요한가?

의학적으로 포경수술을 꼭 받아야 하는 신생아나 어린이 그리고 성인은 극히 드물다. 포경수술은 과학이란 이름 아래 아주 기이하게 왜곡된 것으로, 의료 남용의 대표적인 사례다.
포경수술을 하면 귀두가 청결해지며 음경암이나 여자의 자궁암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는 연구는 일반화하기 어려운 증거이다. 유대인과 이슬람 여성이 자궁경부암에 덜 걸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남자들의 포경수술 때문이라는 것은 억지해석이다. 그 사회의 성문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인간파필로마바이러스와 같은 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보유율 등 다른 원인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 최근 권위있는 의학자들의 결론이다.
의학적으로 포경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포경이 심해서 역류성 요로감염이 일어난다든지, 발기에 장애를 주거나 자주 감염이 되는 경우일 뿐이다. 포경수술을 일찍 해줄수록 좋다고 알려진 것은 더욱더 잘못 알려진 건강상식이다. 어릴 때 아이들이 포경수술을 당하면서 겪게 되는 큰 고통은 서양사람들이 갖는 반유대주의의 원인이라는 주장까지 있다. 일찍 포경수술을 당한 아이들이 커서 성폭력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는 보고도 있을 정도로 신생아에게 마취도 하지 않고 포경수술을 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다.
그래도 꼭 포경수술을 해야겠다고 고집하는 엄마·아빠도 있고 젊은이도 있다. 개인적인 취향이므로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수술 시기는 언제가 적당할까?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에는 진단을 받고 나서 바로 수술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포경수술은 태어난 직후나 너무 어릴 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 적어도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 되어 수술의 고통과 그 의미를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된 후 받을 것을 권한다.

#3. 치질은 왜 생기는가?

치질(痔疾)은 항문 주위의 병을 통틀어 표현하는 병명으로 세가지 질환을 함께 지칭할 때 쓰는 용어이다. 즉 혈관과 조직이 뭉쳐서 튀어나오는 치핵(痔核), 항문 점막이 찢어지는 치열(痔裂) 그리고 항문과 피부 사이에 구멍이 뚫리는 치루(痔漏) 세가지를 합해서 치질이라고 한다. 세가지 병이 같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치질이라면 가장 흔한 항문의 병인 치핵을 의미한다.
치핵은 초기부터 아주 심한 상태까지 네단계로 나눈다. 1단계는 항문 주위 혈액순환이 나빠지면서 정맥 내 혈액이 정체되어 정맥이 확장하는 초기단계이다. 이때는 배변 후 가끔 피가 묻는 정도의 증상만 있다. 이후 진행되면 배변할 때 항문 밖으로 치핵 덩어리가 빠져나왔다가 저절로 들어가는 2단계로 발전된다. 이때는 출혈과 통증이 자주 동반된다. 보통 이런 상태의 치핵이 가장 흔하다. 이후 더 진행되면 급기야 항문 밖으로 빠져나온 치핵 덩어리를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는 3기로 발전하고, 급기야 치핵 덩어리를 손으로 밀어 넣어도 항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4기 단계로 발전한다.
치핵은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직업을 가졌거나 변비가 심한 경우, 임신했을 때 흔하다. 치핵은 한번 생기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계속 진행되어 출혈·통증·배변장애 등 꽤 불편한 증상을 일으킨다. 일부는 결국 수술을 받지 않고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태가 된다.
치열은 대변이 항문을 통과하면서 항문 점막에 가해지는 압력이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점막이 찢어지는 병이다. 변비가 심해서 대변이 너무 딱딱하거나 커서 생기기도 하고, 대변은 정상적인데 항문 주위 긴장도가 높아 항문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통증과 출혈이 흔하고, 반복되면 화장실 가기가 겁나서 변비가 심해지고 변비가 심해지면 치열도 심해지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치루는 항문 주위에 염증이 발전해서 고름이 생기고 이 고름이 주위 조직으로 퍼지면서 항문 안과 피부로 새로운 길이 뚫리는 병이다. 이 병은 한번 생기면 수술로 새로운 길을 모두 없애는 치료를 받기 전에는 낫지 않는 병이다. 치루는 이러한 수술로 대부분 완치된다.

#4. 치질로 고생하는 분들을 위한 조언

십여년 전부터 한국에서는 항문질환을 잘 본다는 간판을 내미는 의사가 있을 정도로 치질을 둘러싼 병·의원의 경쟁이 심하다. 최근 몇년간 건강보험에 청구되는 질환 중 수술 순위 1위가 치질인데 치질수술이 1위인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그만큼 한국인들에게 치질이 많기도 하겠지만 항문을 전문으로 한다는 의사가 많고, 그러다보니 수술이 과도하게 이루어고 있기 때문이다. 치질이 많이 진행된 상태, 즉 3기나 4기에서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고 때로는 수술도 필요하다. 하지만 초기단계에서는 수술이나 특수한 치료 없이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우선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배변습관을 갖는 것이다. 자기 나름대로 매일 일정한 시간에 대변을 볼 수 있는 습관을 기르고 이를 잘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변은 일종의 조건반사작용이므로 자신만의 일정한 조건을 만드는 습관이 치료와 예방의 핵심이다. 즉 어떤 사람은 일어나자마자, 어떤 사람은 아침식사 후 커피 한잔 마시고, 어떤 사람은 직장에서 편한 시간에 자신만의 좋은 배변조건이 될 때 규칙적으로 화장실에 가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매일 한번 배변하는 것이 좋지만 사람마다 하루 세번 혹은 3일에 한번까지는 정상범위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배변 후에는 좌욕을 하는 것이 좋다. 섭씨 40~42℃의 물(보통 손을 넣었을 때 따끈하고 기분이 좋을 정도의 물)에 항문과 엉덩이를 담그고 힘을 줬다가 뺐다 하기를 약 10분 정도하면 좋다. 이런 일이 번거롭다면 비데를 쓰는 것이 차선책이다.
변비가 있다면 1~2주 정도는 변비약을 복용해서 대변을 부드럽게 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배변습관과 더불어 섬유질이 많은 음식, 대표적으로 무김치·우엉·당근 등을 많이 먹어서 대변을 부드럽게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너무 깔끔을 떠는 사람, 남의 눈을 너무 의식하는 사람,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간 사람에게 치질이 흔하다.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 그리고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은 항문의 병을 막는 데도 중요하다.(농민신문)
(김철환 인제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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