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아침
찬 서리가 여전합니다.
절기 "우수"가 지나고 "경칩"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봄기운이 감지되자 마음은 벌써 다락골에 가 있었습니다.
괜스레 엉덩이가 들썩이고 손이 근질거려 새벽바람을 가르며
근 3개월 만에 다시 다락골로 갑니다.
얼어붙은 경제 탓에 요 며칠 머릿속이 복잡하고 어깨까지 짓눌렀는데
다락골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 중압감이 떨쳐나간 느낌입니다.
만나는 이웃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반갑습니다.
햇빛까지 새롭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숨소리하나라도 놓치기 싫어 눈길로 더듬고 손길로 보듬으며 발길을
옮깁니다.
다락골에 있으니 몸 안엔 봄기운이 충만합니다.

 

 

 

 

 

 

 


장화 밑창이 달라붙은 흙으로 질펀합니다.
딴딴하게 얼었던 대지가 봄볕에 풀리며 흙은 풀어지고 부풀어 올라있습니다.
주말농사 4년째
봄맞이 대청소로 올해의 농사일을 시작합니다.
지난해 농사를 마치고 방치해 두었던 멀칭용 비닐을 걷어내고
낙엽들을 긁어모아 퇴비장에 쌓아 올립니다.
흙속에서 튀어나온 작은 돌들을 주어모아 밭두렁에 수북이 돌무덤을 만듭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빠뜨리지 않게 세심히 손질하려드니
손톱을 날카롭게 세운 꽃샘바람 속에서도 금세 땀이 송골송골 맺힙니다.
농자재마트에서 구입해간 입상석회를 뿌리는 옆지기의 모습에도
봄을 맞이하는 기대감에 흠뻑 취해있습니다.

지난해 수확을 마치고 땅속깊이 갈무리해둔
야콘종근(뇌두)을 꺼냈습니다.
동해를 방지하기위해 나무껍질을 분쇄한 바크를 충전하여
땅속 깊숙이 파묻어 놓았던 종근(뇌두)들이 혹시 부패하지는 않을까
내심 불안했습니다만 보관 상태는 양호한 편입니다.
서너 개만 줄기부분이 부패되어 약간 손상을 입었을 뿐 다들 멀쩡합니다.
땅속 깊은 곳에서
싹이 트는 모습이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봄은 어느 날 불쑥 찾아든 손님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귀 시린 북풍을 견뎌내며 자기의 역할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뾰족하게 움트기 시작하는 마늘새싹 모습이 대견합니다.
냉이를 캤습니다.
빛바랜 자줏빛의 강한모습으로 땅바닥에 바짝 엎드린 냉이들이 연한속살을
내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도시 마트에 보아 온 푸른색 냉이모습과는 딴판이라
냉이 캐는 옆지기는 성이 차지 않는 눈빛입니다.
얼마 전 다락골에 불어 닥친 돌풍으로
비닐하우스가 몽땅 부서져 새롭게 하우스를 만드는 작업을 하시던
동네아주머니에겐 그런 모습이 눈에 거슬렀나봅니다.

 

"생김새는 그래두유!
지금 이때 냉이가 냄새도 진하고 맛도 제일 좋구먼유."

 

봄이 깊어지면 봄나물이 질겨지고 억세지는 탓에 요즘 나오는
봄나물의 어린순이 맛과 영양에서 최고랍니다.
볼품없어 보이는 잎에 비해 뿌리는 굵고 실하게 뻗었습니다.
겨울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이 느껴집니다.
벌써 구수하게 끊은 냉이된장국생각에 봄 내음이 입안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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