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골 터에 처음 고구마를 심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어린 시절 시골집에선 고구마가 주식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집집마다 사람이 자는 방 한편에 커다랗게 저장고를 따로 만들고
겨울 내내 썩지 않게 보관하며 주식 겸 간식으로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고구마농사를 일구시던 부모님께서는 고구마 밑이 실하게
들지 않는다며 고구마 순 채취는 물론 고구마 덩굴을 뒤집는 것도 일절 금하셨습니다.
그런데 다락골에 터를 잡고 고구마를 심었던 첫 해 이웃집아저씨는
덩굴 마디에 생긴 실뿌리에게 양분을 빼앗겨 알이 들어차지 않는다며
고구마 덩굴은 뒤집어 주는 것이 옳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고구마를 재배 하는 농가들도 요즘은 대부분 고구마 순 뒤집기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극히 일부의 나이 많으신 어른들은 관습적으로 덩굴 뒤집기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도 다락골에선 고구마 덩굴을 뒤집는 어른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됩니다.
 고구마 덩굴과 잎은 햇빛을 가장 잘 받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강제로 고구마 덩굴을 뒤집으면 고구마 잎의 배열이 흐트러짐으로써 광합성 능력이 저하되어 양분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수량이 떨어지게 되고 덩굴이 다시 햇빛을 받기 좋게 자리 잡기 위해 스스로  몸부림을 쳐대야 하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됩니다.
또한 줄기에 발생한 실뿌리는 양분을 소모시키는 것이 아니라 흙에서 양분을  흡수하여 알을 실하게 키웁니다.

 


애써 뒤집어 줄 경우 인력 낭비는 물론  잡초가 자라기 좋은 환경만 만들어 주는 결과만 초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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