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채비로 바빴던 하루

 

 

살이 찐 까치는 둥지로 날아가고
앙상한 나뭇가지엔 먹다만 홍시만 애처롭게 걸렸습니다.
가을걷이가 마무리된  들녘엔 적막감만 감돌고 늦가을 바람은 스산합니다.

 

 

남쪽으로 날아가는 철새들의 모습이 간간히 목격됩니다.

 

 

늦가을 날씨가 별나게 포근합니다.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세상,
그냥 편하게 생각하니 따뜻해서 좋습니다.
난방비를 아낄 수 있어 좋고 밖에서 맘대로 활동할 수 있어 좋습니다.
그러나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추운 겨울동안 땅속에 뿌리만 내리고 움이 트지 말아야 할 육족마늘이 따뜻한 날씨 때문에 새싹이 푸릇푸릇 움이 텄습니다.

지난겨울에 강추위로 양파모종이 죄다 얼어 죽었습니다.

올해도 겨울추위로 양파와 마늘이 얼어 죽을까 걱정입니다.

 

 

 

 

 

양파밭과 마늘밭을 보온하기위해
추수를 마친 논에서 볏짚을 져 나릅니다.
기계로 나락을 수확하는 과정에서
마치 작두로 썬 여물처럼 잘게 잘린 지푸라기를 긁어모아 마늘과 양파밭에 푹신하게 깔아줍니다.

 

 


혼자 쪼그리고 앉아
일하는 모습이 안쓰러워보였는데 마실 오신 이웃집할머니가 손을 보탭니다.
한포기에 500원씩 받고 배추를 처분했다는 이야기며
농한기동안 몸이 불편한 아들집에 머무르며 돌봐주어야 될 것 같다며
집을 장시간 비울 때 보일러실 동파방지용 열선은 어떻게 감아두어야 하는지?
양파 밭에 지푸라기를 깔아 줄 때는 볏짚을 가지런히 추려 잎사귀가 덮이지 않게 하고,
두둑에  멀칭 했던 비닐은 가을걷이가 끝나 직후 벗겨내야 겨우내 땅이 얼었다 녹았다 반복해 땅이 부드러워져 다음해 농사가 잘 된다는 등
농작물 시세며
농사비법, 동네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덜은 대충 볏짚으로 덮어주고 말았는디,
아저씨네 마늘은 호강하네유!"
추위에 강한 품종을 심은 양파 밭은 빼고 마늘밭엔 보온용 흰 투명비닐을 한 겹 더 씌웁니다.
거친 바람에도 벗겨지지 않도록 틈새 없이 단단히 고정시킵니다.

 

 

다락골에선 월동이 힘든 달리아 알뿌리를 캐내 따로 보관하고
상사화, 석산 등 가을철에 심는 화초들을 쉼터주변에 내다 심습니다.

 

 

 

 

 

 

매실나무와 살구나무도 심습니다.
매실나무는 꽃가루받이용 수분수 자리를 메우기 위해서입니다.
다락골에 터를 마련한 이듬해 가을 밭뙈기를 반으로 나눠 무턱대고 매실나무를 심었습니다.
경험과 지식이 미천했던 때라 나무장사 이야기만 믿고 따랐습니다만 나중에 확인해본 결과 "남고"라는 품종 한 가지만 심어져있었습니다.
올 봄엔 팝콘을 뿌려 놓은 듯 매화가 만개했습니다만 기대했던 만큼 매실이 덜 달렸습니다.
길어진 꽃샘추위 때문에 벌들이 날아들지 못해 생긴
부실한 꽃가루받이가 원인을 거라 추축했습니다만 가장 큰 원인은 한 가지 품목만 심은 탓에 발생한 수분수 부족에 있었습니다.

 

 

 

 

 

 

 

포근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게
흰색수성페인트로 밑동을 칠하고, 흥건하게 석회유황합제도 살포합니다.

 


해가 많이 짧아졌습니다.
계획했던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마음만 바쁩니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세월은 바삐 흐르는데 몸은 갈수록 느려집니다.
걱정입니다.
겨울 한 철 몸과 마을을 추슬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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