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싶습니다.
낮은 기온에 거센 바람까지
봄이지만
봄 같지 않은 날이지만
벌써 와 있는 봄이 느껴집니다.
화사한 햇살을 머리에 이고 곰취, 삼나물이 다소곳이 고개를 내밉니다.
4월입니다.
마른가지에 물이 오르고, 매화꽃망울도 터졌습니다.
3주간 베란다에서 싹을 틔운 아피오스입니다.
아피오스와 초석잠은 올해 공부할 작물입니다.
성질 급한 녀석 서넛과 아직까지 늦잠을 자는 녀석 몇 개만 빼고는 고만고만하게 싹이 텄습니다.
이른 봄엔 땅속온도가 올라가는 것이 더뎌 알뿌리를 파종한 후 싹이 움트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제나 저제나
싹이 언제 올라올까?
행여 잘못되진 않았을까?
조급증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하물며 땅속을 헤집어 살펴보고 확인하려듭니다.
이것을 해결하기위해 싹을 틔워 이식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늦서리 피해를 감안해
마지막 서리가 내리는 날이 지날 즈음에 싹이 움트게 시기를 맞춰 내다심습니다.
보통 싹을 틔워 이식하면 2주쯤 지나면 싹이 올라옵니다.
아침 해가 붉더니만 바람이 장난 아니게 세찹니다.
혼자서 비닐로 두둑을 피복하는 일은 꽤나 힘겹습니다.
검정색비닐로 멀칭한 두둑에 15cm 간격으로 구멍을 뚫고
외발수레에 실어 뒷산에서 가져온 촉촉한 황토로 구멍을 도로 메웁니다.
밭뙈기의 토질은 물 빠짐이 좋은 사질양토입니다.
보습력을 키우기 위해 황토를 섞어주는 토질개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멀칭비닐 높이에 씨눈(생장점)을 일치시켜 한 구멍에 두개씩 아주심기 합니다.
싹이 트는 씨눈이 반듯이 위를 보게 심고, 깊이 묻히지 않게 파종합니다.
깊이 파종하면 비닐 구멍 밖으로 싹이 나오지 못하고
옆으로 뻗어나가 비닐 속으로 들어 가버리기 때문에 나중에 줄기를 찾아서 구멍 밖으로 꺼내주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알뿌리를 살짝 땅에 묻고 흙을 듬뿍 올려줍니다.
애써 키운 촉이 부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파종합니다.
지난해엔 둥근마 작황이 좋지 못했습니다.
돌이켜보니 불순한 일기도 한 원인이지만 이어짓기(연작)를 했던 것이 한 몫 했습니다.
종이상자에 담아 아파트 베란다에서 보관했던 둥근마 종근이 많이 썩었습니다.
농부는 굶어죽어도 씨앗은 베고 죽는다는데 종자 관리를 게을리 한 대가를 톡톡히 치룹니다.
마늘밭에 두 번째 웃거름을 줍니다.
지난해 웃거름을 잘못해 마늘농사를 송두리째 망친 좋지 않은 기억 때문에 혹시 또 다시 잘못되진 않을까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여럿이 얼어 죽고
겨우 목숨을 부지했던 것들도 앙상한 뼈대만 남아 차마 내보이고 싶지 않았던 양파 밭은 이제 겨우 자릴 잡았습니다.
4월동안 몸짓을 불리는 것이 관건인데 뜻대로 될지 의문입니다.
겨울가뭄에 샘물이 마르고
먹는 물까지 끓겼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불어대는 강풍이 거칠었습니다.
시작부터 왠지 맘이 편치 않았습니다.
김 서린 창문처럼 뿌옇기만 했습니다.
작은 끄나풀이라도 붙잡고 싶었습니다.
밭뙈기 사방에 막걸리를 뿌리며 바라는 일을 하나 둘 꺼내봅니다.
작은 끄나풀이 튼튼한 밧줄이 되어주시길…….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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