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왔시유!
그새 일을 많이 하셨네유.
들깨 배낸 자리에 마늘밭을 일구는데 이웃 밭에 나오신 할머니께서 환한 미소로 눈인사를 건넵니다.
더위가 물러간 지 엊그제 같은데
가을색이 번집니다.
거들바람 간간히 불어오니 일하기는 무척 수월하네요.

 

 

 

들깨를 털었습니다.
이슬이 마르기전인 이른 아적나절에 털어야 꼬투리가 떨어져 나가지 않아
거두기가 편한데 정해진 뒷일에 맞추려다보니 깻단이 바싹 마른 한낮에 털었습니다.
땅바닥에 포장을 깔고 깻단을 옮겨와 몽둥이로 사정없이 내리칩니다.
후두두. 
깨알이 포장 밖으로 달아나며 신경을 거스르네요
흘린 깨알 한 톨이 포장 위에 수북한 깨알보다 훨씬 더 많아 보이는 건 농부의 마음이겠지요.

 

 

 

 


두 줄로 심은 배추 골의 한랭사는 벗기고 배추밭에 물을 주었습니다.
생육초기만 해도 들끓었던 여러 벌레들의 기세는 기온이 내려가면서부터 많이 수그러들었습니다.
올 김장에 쓸 남새들의 됨새는 순조롭네요.
벌써부터 배추 값이 똥 값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웃들도 있구요.
배추됨새가 좋으면 사먹는 사람에겐 좋은 일이겠지만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땅 속 깊이 고구마가 박혔다 네요.
무, 고구마 등 뿌리작물이 뿌리를 깊게 내리면 그해 겨울은 무지 춥다 지요?
그래서인지 다락골에도 다른 해보다 일찍 마늘을 심는 이웃들이 많아졌습니다.

 

 

 


다음 주말에 파종할 마늘밭을 일구고 나니
허리는 휘어도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돌아오는 차 라디오에서  여기저기 단풍소식이 들려오네요.
단풍은 노란 단풍도 있고 빨간 단풍도 있고 그리고 물들지 못한 단풍도 있습니다.
하나같이 이쁜 단풍입니다.
자기와 다르다고 해서 이쁘지않는 단풍은 없습니다.
단풍의 춤사위에 끌려 일상에서 지친 심신을 다독여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디론가 훌쩍 떠나기는 마음처럼 쉽지 않네요.
농사일도 물때썰때가 있는 것이어서 올 가을도 다락골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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