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초가 쪼글쪼글해졌습니다.
통통했던 줄기마다 깊게 패인 주름살뿐이네요.
기온이 떨어지면 대부분의 식물은 땅속으로 수분을 내려 보내서 추위에 얼어 죽지 않도록 자신을 보호합니다.
그래서 한 겨울엔 나무가 얼어 죽는 경우는 드뭅니다.

 

 

 

 


나무가 얼어 죽는 원인은 여럿 있겠지만
첫째, 나무가 견뎌낼 수 없을 정도로 기온이 떨어지거나,
둘째, 물이 오르는 시기에 갑자기 추워졌을 때 동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첫째의 경우처럼 나무 스스로 자신을 지켜내지 못하고 얼어 죽는 경우는
자연재해수준으로 사람의 손으로 예방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둘째의 경우는 사람이 관리만 잘 하면 충분히 위험에 대처할 수 있고, 손을 쓰지 않고 방치했다가 크게 피해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의 피부처럼 나무껍질은 온도변화에 민감합니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나무는 기온이 상승하면 봄이 온 것으로 인지하고
뿌리에 저장하고 있던 수분을 몸통과 가지로 올려 보냅니다.
이때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 얼게 되면 나무 속 수분까지 얼게 돼 결국 나무가 얼어 죽게 됩니다.
옷을 입혀 온도변화에 과민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손을 쓰는 것이 과수의 월동채비입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어린나무는 짚으로 싸매고
나머지는 밑동에서 1m쯤 수성페인트를 칠했습니다.

 


구석구석 햇살이 잘 비치고 바람이 잘 통하게 가지를 쳐 냅니다.
"나무의 가지를 자르는 것은 나무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 말뜻을 알 것 같습니다.

 

 

표고버섯재배에 쓸 참나무를 구했습니다.
이웃집 총각이 엔진톱으로 뒷산에 잘라놓은 나무토막을 들쳐 업고 옮기는 일이 무척 힘겹네요.

 

 

 

 

 

쌓인 눈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지지대가 쓰러지는 것을 방지하기위해
햇볕을 가리기 위해 곰취밭에 쳐 두었던 차광막을 벗기고
코끼리 마늘밭에 보온비닐을 씌웁니다.

 

 

 

지난 겨울.
보일러와 양변기, 수도전이 얼어 터져 경제적 손실이 컸습니다.
아직까지 깨진 양변기는 교체하지 못하고 사용하고 있고요.
매번 꼼꼼하게 겨울채비를 했다고 자부했었는데.......
허탈했습니다.
양수기는 분리해 물을 제거하고 헌 이불을 감쌉니다.
얼지 않게 상수도배관에 열선을 두르고 보일러배관에서 물을 빼내고 대신 부동액을 채웁니다.
양변기의 물은 흘러 보내고 수도전을 분리합니다.
창틀마다 보온비닐을 붙이고
마지막으로 쉼터로 들어오는 상수도밸브를 잠금이다.

 


요리저리 서성대며 되짚어보고 되돌아보고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웃고 울었던 지난 일들이 주마등같이 이어집니다.
오늘로서 2013년 농사의 종지부를 찍네요.
고달팠지만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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