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은 고구마 이상으로 정겹다. 엄마보다 할머니가 더 좋았던 어린시절, 호박을 빼고 할머니를 다시 생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간식도 외식도 없었던 그때, 할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호박풀때죽은 맛깔나는 음식이고 보약이었다. 호박씨를 하나하나 손으로 까는 할머니 곁에서 어린 나는 무심한 평화 속에 잠겨 있다가 호박씨를 받아 먹곤 했다.
호박씨가 열 알쯤 까지면 할머니는 그것을 꼬박꼬박 내 입 안으로 털어 넣어 주셨다. 그저 고소한 별미 정도로만 생각했던 호박씨에는 보기보다 풍부한 영양소들이 들어 있었다. 이를테면 철, 마그네슘, 아연, 망간, 인 같은 미네랄과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었던 것이다.
당근과 고구마 다음으로 베타카로틴을 많이 품고 있는 호박. 조선호박이든 서양호박이든 주황색 과육으로 음식을 조리할 때, 무심코 속살에는 과육보다 5배나 더 많은 베타카로틴이 들어있다. 그러니 결코 속살을 우습게 보아서는 안 된다. 조림이나 수프에 속살을 활용하도록 하시라!
한 가지 더, 빠뜨리면 안 되는 호박의 특수한 역할에 대해 언급하겠다. 호박은 비타민 B₁₂를 갖고 있다. B₁₂가 모자라면 악성 빈혈과 신경과민증세를 초래할 수 있다. 예전에 외국에서는 '부모가 철저한 채식주의자라고 해서 아이들도 채식을 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로 온 가족이 법정에 서는 사례가 더러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호박에 비타민B₁₂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몰라서 일어났던 일이다.
국내의 식품영양학 책에도 '비타민B₁₂는 동물성 식품에만 함유되어 있다'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스위스의 A. 모짜파르 박사는 시금치와 보리와 대두콩에서 비타민B₁₂를 발견했는데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들에 더 많은 B₁₂가 들어 있다고 보고한 바 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B₁₂는 통밀, 브로콜리, 토마토, 올리브, 무등에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채식만 하는 사람들의 혈청 속에는 비타민B₁₂가 일반인들보다 적게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채식만 하는 스님들이 비타민B₁₂의 결핍으로 악성빈혈에 시달린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어쨌든 호박에는 신체에 필요한 비타민B₁₂을 비롯한 여러 가지 영양소가 들어 있다. 호박이 못생겼다고 구박만 하지 말고, 오늘부터 그 맛과 영양을 음미해 보자.
호박을 우습게 보지 마시라고
하루는 '늙은 호박은 우리집 봄철 영양제'라는 신문기사를 보고 있었다. 기사의 내용인 즉, 서울의K병원의 아무개 박사는 해마다 이맘 때(봄철에) 호박즙을 많이 만들어 두고 아이들과 함께 즐겨 마신다는 것이다.
이 저명하신 박사께서 호박즙을 만드시는 방법은 '늙은 호박의 안을 파내고' 그 속에 꿀, 대추를 넣어 푹푹 무르도록 삶은 뒤 건더기를 꽉 짜내 즙의 형태를 만드신다는 것이다. 허!, 이것 봐라. 이 이야기대로라면 좀 전에 나눈 이야기가 무색해진다. 앞서 호박은 과육보다 속살에 베타카로틴이 5배나 더 많으니 절대 버리지 말고 꼭 쓰도록 하시라 당부하였건만...
많은 사람들이 호박의 안을 파내 버리는 것은 맛이 없을 뿐더러 씨앗이 처치 곤란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영양이 듬뿍 몰려 있는 사과의 껍질을 벗겨 버리고 포도의 껍질도 뱉어 버린다. 사람들은 껍데기가 진짜라는 사실을 믿지 않고 '껍데기는 가라' 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식물의 진정한 영양분은 모두 껍질이나 씨에 분포되어 있다. 호박씨가 먹기 귀찮고 맛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대로 버린다면, 그 아까운 영야소들을 모두 날리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호박씨 깐다고 응큼하다 놀리지 말고, 오늘부터는 당신도 정성껏 호박씨를 "까"(?) 보도록 하라. 호박씨에 담긴 놀라운 영양들이 새로운 삶을 약속할 것이니...
출처 : 색 色, 색을 먹자 지음 : 윤동혁 PD
대표적 수상 내역
한국방송대상 최우수작품상-<버섯, 그 천의 얼굴>
한국방송대상 TV출연상-<사할린 통신>
백상예술대상-<평화, 멀지만 가야 할 길> 외 여러 편
ABU방송문화상-<고운꿈 나빌레라>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사랑의 징검다리> 외 여러 편
휴스턴 월드페스티벌, 자연과 야생 부분-<선암사의 비밀>
'텃밭채소가꾸기 > 호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간질환과식사 (0) | 2007.03.13 |
---|---|
[스크랩] 호박…건강이 넝쿨째 들어온다 (0) | 2007.03.11 |
[스크랩] 영양 호박죽 (0) | 2007.02.27 |
[스크랩] 단호박 재배기술 (0) | 2007.02.25 |
[스크랩] 호박심을 때에 조심하세유~~ (0) | 2007.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