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차에 바짝 붙으면 더 늦게 간다
신호대기 때도 마찬가지… 사고위험 커지고 연료 많이 들고 건강까지 해쳐


고속도로에서는 운전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감각의 왜곡이 생기기 때문에 감으로 운전하기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고속주행 땐 노면과 좌우에 있는 나무나 중앙분리대의 풍경이 마치 물이 흐르듯이 흘러서 눈에 들어오는 듯한 느낌의 자극을 받게 된다.

속도가 빠를수록 주변의 경관은 거의 흐르는 선과 같이 되어 눈을 자극하는데 이것을 ‘유체 자극’이라 한다. 이러한 자극을 받으면서 오랜 시간 운전을 하면 눈이 몹시 피로하여 무의식중에 유체 자극을 피하여 안정된 시계를 확보하기 위해 앞차가 잘 보이는 거리에까지 접근하여 앞차의 뒷부분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앞차와 같은 속도로 주행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대형차 운전자가 유난히 앞차와 바짝 붙이는 것도 이유가 있다. 대형차의 운전석은 승용차의 운전석에 비하여 약 2배 높다. 따라서 대형차 운전자는 노면을 내려다보게 되고 승용차 운전자는 반대로 바로 앞보다는 먼 곳을 내다보는 운전 자세가 된다. 이때 대형차 운전자는 노면 부분이 넓게 보이고 같은 거리라도 더 길게 느껴지기 때문에 차간거리를 좁혀서 주행하여도 위험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또 대형차는 소형차에 비해 속도가 높아도 더 느리게 느껴지는 착각현상이 생긴다. 때문에 이번 서해대교 참사의 첫 추돌이 그랬듯이 고속도로에서 일어나는 추돌사고의 상당수는 대형차가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차간거리를 좁히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좀 더 빨리 가려는 조급증 때문이다. 차간거리가 좁으면 속도감은 더 난다. 그러나 속도 자체가 빨라지진 않는다. 또 좁힌 거리만큼의 이익은 몇 초의 단축밖에 안 된다.

오히려 차간거리가 좁으면 속도를 높일 수 없어 전체적인 운행속도가 떨어진다. 교통흐름에 작은 충격만 와도 완충공간이 부족해 연쇄반응이 뒤로 길게 이어진다. 급제동 뒤에 속도를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이에 반해 차간거리가 충분하면 앞차의 속도가 줄어도 급제동하지 않고 가속기에서 발만 떼어 놓음으로써 앞차와 같은 정도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쿨럭거리며 나오는 물이 빨리 나오지 못하듯 제동과 가속을 반복하는 차량흐름은 빠를 수 없는 것이다. 고속도로를 가다 보면 병목구간도 아니고 사고도 없는데 특정구간만 차가 막히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한두 대가 속도를 갑자기 줄인 파장이 뒤쪽으로 전달되면서 커진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운전 중에 카세트테이프를 교체하느라 주변 교통흐름보다 느리게 가면 이 파장이 바로 주변으로 전달되고 갑작스런 정체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정체구간은 보통 시속 15㎞ 정도의 속도로 뒤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을 ‘충격파 효과’라고 하는데 주로 2차로 이하의 길에서 잘 발생한다. 시즈오카 대학의 다카시 나가타니 교수의 모델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교통흐름이 느릴 때 특히 나쁜 영향을 미쳐서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는 차 한 대의 잘못으로 전체 교통이 완전히 마비될 수도 있다.

차간거리가 좁으면 가속을 충분히 할 수 없어 추월하기도 나빠 개인적으로도 빨리 가기 힘들다. 물론 많은 운전자가 이 부분에서 위험을 감수하면서 추월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차간거리가 절반으로 줄면 앞차로 인해 시야가 줄어드는 정도는 4배가 된다. 그만큼 정면 상황에 대한 정보가 줄어 급제동과 가속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결국 연료비가 많이 들고 브레이크 패드와 타이어가 빨리 닳아서 경제적으로도 손해다. 동시에 배기가스가 많아지고 타이어 마모로 인한 미세먼지가 증가돼 환경오염도 심해진다. 대기오염의 절반 이상이 자동차에서 비롯되고 있는 만큼 안전거리만 유지해도 획기적으로 오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삶의 참의미를 찾아서..
글쓴이 : 반달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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