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철란
글ㆍ사진/이유미(국립수목원 식물보존과)

◆과명 : 난초과(Orchidaceae)
◆학명 : Goodyera schlechtndaliana Reichb. fil.


식물은 대개 꽃이 피는 시기가 바로 그 식물을 대표하는 계절이 된다. 꽃은 이를 생식의 방법으로 가지고 있는 식물에게 있어서나 꽃의 아름다움을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나, 혹은 꽃에 고이는 꿀이나 꽃가루를 찾아오는 곤충들에게 있어서나 가장 중요한 부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들레나 노루귀는 봄꽃, 노루오줌은 여름꽃, 구절초는 가을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꽃이 피는 시기 이외에는 그 식물의 존재를 잊어버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식물 중에는 꽃이 아름다운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계절에 먼저 생각나는 식물도 있는데, 등나무는 5월에 꽃은 피지만 시원한 그늘 때문에 여름에 더 생각이 나고, 감나무는 주렁주렁 달리는 열매 때문에 가을에 더 가까우며, 사철란은 늦은 여름에 꽃이 피지만 숲에 가면 다른 잎들이 무성한 여름보다는 누런 숲에서 유독 푸른 잎이 나타나는 겨울에 더욱 제격이다.
사철란은 늘푸른 잎을 가진 상록성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난초과 식물이기도 하다. 우리 나라에는 따뜻한 지역인 제주의 숲속에 많고, 남쪽의 섬, 서쪽으로는 안면도, 동쪽으로는 울릉도까지 볼 수 있다. 이웃하는 일본, 중국, 베트남 등에도 자란다.
꽃대까지 올라와 다 자란 식물체의 높이는 한 뼘 정도에 불과하다. 지금과 같은 계절에는 줄기의 밑부분이 옆으로 기면서 땅에 닿으면 마디 부근에서 뿌리를 내리며 퍼져 나간다.
잎은 손가락 한두 마디쯤 되고 타원형이다. 재미있는 것은 나란히 난 맥에 백색의 줄무늬가 들어가 있다. 마치 원예종으로 만든 것처럼. 그래서 사철란이 꽃이 없어도 관심을 모을 수 있는 특징이 된다.
꽃은 늦은 여름에 핀다. 잎 사이로 긴 꽃자루가 올라오고, 그 끝에 7∼13개 정도의 작은 꽃송이들이 한쪽을 바라보며 달려 예쁘다. 주로 흰색의 꽃이지만 분홍빛이 돌기도 하는데,이러한 꽃들이 모여서 피어 있는 모습은 마치 학들이 고개를 들고 무리 지어 군무를 추는 듯 특별하고도 아름답다. 열매는 삭과이다.
사철란이 자라는 숲에는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형제식물들도 있는데, 완도에 자라며 꽃에 붉은 빛이 나서 관상가치가 높은 것은 붉은사철란(G. macrantha), 잎에 무늬가 없으며 잎 가장자리에 주름이 지는 것을 섬사철란(G. maximowicziana), 사철란보다 작은 애기사철란(G. repens), 그리고 잎에 진한 자색과 흰 줄이 나 있어 아주 보기 좋은 털사철란(G. velutina) 등이다.
사철란은 한때 야생란의 채취로 수난을 당하기도 했으며, 그래서 희귀식물의 목록에 들어 있기도 하다. 요즈음은 그 극성이 덜하지만 한동안 난초, 그 중에서도 야생이라면 무조건 값을 높이 쳐서 이 땅의 난초들이 남아나질 않았었다. 사철란은 형제식물과 함께 조금씩 다른 잎의 모습을 군식하여 또는 화분에 넣어 키우곤 하였지만 요즈음은 야생란의 열기가 덜한 때문인지 아니면 화려한 서양식물들에 밀려서인지 훼손속도가 훨씬 늦추어진 듯하다. 사실 사철란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이러한 식물은 자생지에 그대로 두고 선발하여 따로 상품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식물도 보전되고 화훼사업도 발전할 터인데 말이다.
식물체 전체를 반엽란(斑葉蘭)이라고 하여 약으로도 쓰는데 해독, 통증억제 등의 효과가 있어 기관지염, 통증, 종기, 상처난 데 등에 처방한다. 또 허약한 몸을 보신하는 효과도 있다 한다.
사철란은 남쪽 숲속에서 자라므로 겨울을 나는 온도가 7℃ 이상으로 따뜻하게 해야 하며, 충분히 물을 주고, 직사광선에 노출시키면 안 된다. 그래서 실내에서 많이 키운다. 실제 서양에서 유사종을 원예화하여 시장에 나와 있기도 하다.
난초류이므로 씨앗으로 번식하려면 지금 자라고 있는 식물 주변에 뿌려 주어야 하며, 자연적으로는 결실이 어려워 인공수분을 해야 한다. 그래서 그 방법보다는 마디를 두세 개 잘라 이끼를 둘러 습도가 유지되게 하여 그늘에 두면 뿌리가 잘 내린다. 물론 뿌리 내린 마디를 잘라 심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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