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담긴 珍島의 맛과 멋”


사진/기경범 기자 kgb@
단단하고 쫀득쫀득한 ‘바지락 무침’
울돌목 거센 물결 잠재운 ‘전어구이’
찹쌀로 빚은 홍주·싱싱한 젓갈 인기

진도하면 진도 아리랑과 진돗개, 신비의 바닷길이 가장 먼저 생각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곳은 조용하고 운치 있는 첨찰산 자락의 운림산방이다.
그리고 세방 낙조를 눈앞에 두고 전국에 이름난 홍주를 한잔 곁이면 이보다 더 아름답고 멋진 풍경이 어디 있으랴.
설레는 마음을 안고 영암 월출산을 지나 남도의 문화고장 진도를 찾았다. 금강산도 식후경. 진도 읍내에서 소문난 맛집 ‘사랑방 식당’(사장 김옥란)을 찾았다.
사진/기경범 기자 kgb@

갑작스레 찾아든 기습 추위로 몸도 마음도 잠시 움츠러든다. 진도로 향하는 길. 해남과 진도를 잇는 진도대교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기지개를 활짝 펴고 움츠린 어깨를 살포시 열어 젖혔다.
울돌목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몸과 마음이 얼음 녹 듯 풀렸다. 이순신의 명량 해전을 잠시 떠올리며 남도의 맛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진도를 탐방하기 위해 차는 진도 읍내로 향했다.
10여분 정도가 지났을까. 저 멀리 진도 읍내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쌍정리 태평모텔 뒤편. 전라남도가 지정한 남도음식 명가 ‘사랑방 식당’이 한 눈에 들어왔다.
생선, 어패류, 회 무침 등이 전문.
사진/기경범 기자 kgb@

그중에서도 진도에 가면 반드시 맛 봐야 할 음식이 바지락 무침. 특히 진도 군내면 상가리 바지락은 싱싱함이 최고에 달해 음식의 맛을 더 한다.
바지락은 보통 칼국수를 끓일 때 국물을 우려내기 위해 사용하기도 하지만 싱싱한 것은 날것으로도 먹을 수 있다.
주인장 김옥란씨가 단단하고 굵은 찰바지락 무침을 내 놓았다. 쪽파와 잘게 썰어낸 배, 참기름, 깨소금 등 갖은 양념을 넣고 그 위에 고춧가루를 살짝 올려놓았다. 보기만 해도 침이 꿀꺽. 인간이라면 당연한 생리적 반응일지라.
숟가락으로 한 입 가득 떠 먹었다. 고운 새 신부의 첫날밤 달콤한 키스처럼 살살 녹아들었다. 단단하고 쫀득쫀득한 맛에 매료돼 그야말로 황홀했다.
사진/기경범 기자 kgb@

여기에 밥을 비벼 먹으면 더욱 맛이 좋다. 금세 밥 한 공기는 뚝딱.
김씨가 “진도 앞 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바지락이라서 본래의 맛을 잃지 않도록 야채를 많이 쓰지 않고 마늘도 넣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도음식 명가에서 내놓은 두 번째 작품은 울돌목 거센 물살을 뚫고 올라온 씨알 굵은 전어. 운이 좋아서 인지 이날 주인장이 내놓은 전어는 그야말로 일등급 중에 일등급 전어.
사진/기경범 기자 kgb@

살점 통통하고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전어 한 마리를 고대로 잡아 잘근잘근 씹었다.
‘음~~’. 바로 이 맛이야. 이 맛과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다시 돌아온다고 했던가.
주인장 김씨가 외지 손님에게 좋은 술을 선뵈기 위해 주방에서 홍주 한병을 들고 나왔다. 찹쌀로 빚은 홍주라서 빛깔부터 곱고 향도 그윽했다.
김씨가 기분이라며 잔 손재주를 부려 일명 ‘일출주’라 불리는 술을 제조했다. 사이다에 홍주를 살짝 올리면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일출주가 완성된다.
사진/기경범 기자 kgb@

시간만 허락된다면 진도 세방리 해안 경사 위에 위치한 세방 낙조가 보이는 앞 바다에서 사랑하는 연인과 홍주를 곁들이면서 몽롱한 분위기를 연출해도 좋을 듯 싶다.
이외에도 가게는 병어는 물론이고 갑오징어와 간재미 회 무침 등을 팔고 있다. 모든 재료는 진도에서 나는 자연산만 쓰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먹어도 좋다.
회 무침과 간재미탕 등 맛이 뛰어나기 때문에 주말과 휴일에는 예약을 반드시 해야 한다.
회 무침은 종류에 관계없이 한 접시에 2만5천원. 젓갈 등 갖은 밑반찬에 진도의 풍류를 느끼시길. (문의=061-544-41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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