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초여름 제철 … 풋풋한 맛·감촉 일품

상쾌한 향과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인 미나리는 사철 맛볼 수 있지만 봄에서 초여름이 제철이다. 조선시대의 송강 정철은 임금에 대한 연모의 정을 봄미나리에 비유해 “살진 봄미나리를 임에게 드리고저”라고 시를 지었을 정도다.
풋풋하고 달착지근한 맛이 우러나는 건강 채소인 미나리의 효능을 알고 먹으면 맛이 더욱 깊어진다. 미나리가 현대인들에게 건강 채소로 각광받는 것은 무엇보다도 해독작용이 있어 숙취 해소에 탁월하다는 장점 때문. 숙취는 알코올 분해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가 체내에 쌓여 나타나는 현상으로 머리가 아프고 속이 쓰리다.
그런데 미나리는 혈액 속의 아세트알데히드를 씻어내 버리는 강력한 작용을 하기 때문에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숙취 예방 및 해소를 위해 콩나물국 등을 먹는 이유는 콩나물에 많은 아스파라긴산이 간에서 알코올 분해효소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미나리는 해독효과도 뛰어나다. 복어탕에 미나리를 넣는 것은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복어의 독을 중화하기 위한 것으로 우리 음식문화의 지혜다. 비단 복어뿐일까. 〈동의보감〉에서 이른 대로 미나리는 달고 독성이 없어 예부터 여러 요리에 독특한 향기와 맛을 첨가해주는 재료로 사용돼왔다. 생태 등의 해산물로 탕이나 찌개를 끓일 때 미나리를 빼놓지 않는데, 이는 중금속이나 각종 독소를 빼주는 효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타민 A·B·B·C가 고루 함유돼 있으며, 특히 비타민 A가 아주 많아 비타민의 보급원으로 손꼽힌다.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은 “비타민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기 때문에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혈액의 산성화를 막아주고 면역력을 강화해 준다”며 권한다.
예전에는 ‘미나리꽝’이라고 하여 동네 우물 밑의 미나리밭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러나 시중에 판매되는 미나리는 이런 곳에서 자란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관정을 뚫고 지하 수백미터 아래서 퍼올린 암반수를 사용해 기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미나리 한단을 베어내 뿌리에 줄기를 길게 붙여 물그릇에 넣어두면 새순이 올라와 몇번이고 베어먹을 수 있다. 이처럼 생활력이 아주 강한 미나리는 특별히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잘 자라기 때문에 다른 채소에 비해 오염에 대한 우려가 적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이다. 그러기에 조상들은 미나리를 세가지 덕이 있는 채소로 불렀다.
첫째, 속세를 상징하는 진흙탕에서도 때묻지 않고 파랗고 싱싱하게 자라는 심지(心志)이며 둘째, 볕이 들지 않는 응달에서도 잘 자라며 셋째, 가뭄에도 푸름을 잃지 않고 이겨나는 강인함이다.
이처럼 미나리는 식용만이 아닌 뜻을 기르는 데도 한몫하는 채소였기에 선비들은 밥상에 어떤 요리형태든 오르게 했고. 그로써 선비임을 과시하는 풍조마저 있었다고 한다. 나른해지는 봄, 식탁에 미나리를 올려 풋풋하고 싱그러운 봄으로 가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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