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도 좋아?


~~ 짠짜라 짠짠 짠짜라 ~~
~~ 무조건 무조건이야  ~~
~~ 내가 필요할 때 나를 불러줘 언제든지 달려갈게 ~~
~~ 낮에도 좋아 밤에도 좋아 ~~


라디오에서 세어 나오는 트로트 가락에 볼륨을 높이고
박자에 맞춰 죄 없는 운전대만 두들겨 댄다.
"그렇게도 좋아" 옆 좌석에 동승한 옆지기가 핀잔을 주면서도 자기도 흥에 겨워한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출발한 고속도로는 얼마가지 못하고 멈춰서고 만다.
영동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연결지점부터 차들로 넘쳐난다.
아마! 한식날을 맞아 조상 묘에 성묘가려는 후손들의 행렬인 듯 싶다.
차창 틈으로 밀려들어오는 바람결이 한결 부드럽다.
도로가에 핀 샛노란 개나리꽃만큼이나 봄이 밀려와 있다.
다락골이다.
밥 먹고 잠자는 시간만 빼고 항상 머릿속에서 서성거렸던 다락골이다.
2주 연속 주말에 내리는 비를 핑계로 하늘높이 치솟는 기름 값에 발목이 잡혀 주저앉고
말았었다.
모친의 산수(80세)를 맞아 고향 가는 길에 일요일 또 비가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에 차를 돌려 설래 이는 마음을 다독이며 한걸음에 달려왔다.
오는 날이 당진읍 오일장날, 모든 분들이 장에 갔는지 인적 드문 시골마을이 왠지 더 고즈넉하다.
나뭇잎 떨어져 앙상하게 남은 나뭇가지엔 돋아난 꽃망울이 부풀어 올라 금세 툭 터지려 한다
화사함보다도 소박한 멋이 도드라져 보인다.
집안에서 농사준비를 하시던 마을어르신이 일행을 발견하고 겨우내 조금 부드러워진 손을 내밀며 반갑게 맞아준다.

 

                                         <2008년 농사준비-구입해온 석회질 비료와 유기질 비료들>

                                          <야콘, 울금을 심을 예정지에 석회비료와 유박비료를 시비>
다락골로 들어오는 길목에 위치한  농자재마트에서 구입한 입상석회비료, 퇴비. 유박비료를
실은 차가 밭둑에 비료들을 내려놓다.
봄날의 향연을 느낄 여유도 없이 양복 상의만 벗어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석회질비료 시비부터 일을 시작한다.
바람결에 나붓키여 석회가루가 얼굴을 따갑게 자극한다.
역한 회 냄새가 코끝으로 밀려든다.
그래도 이번에 구입한 것이 입상석회여서 그런지 작년에 구입했던 분말석회보다 작업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머물 시간은 정해져 있고 보이는 것마다 해야 될 일인데 옆지기와 딸아이는 향 짙은 쑥내음에 취해 쑥과 냉이 캐는 재미에 빠져있다.
퇴비가마니를 밭에 듬성듬성 펼쳐놓자 혼자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옆지기가 칼로 비료포대를 잘라주며 일을 거든다.
올해 처음 심어보기로 계획한 야콘과 울금을 심을 곳엔 유박비료를 서리태, 옥수수, 고추 등을 심을 예정지엔 완숙퇴비를 최대한 밭에 골고루 뿌리려 애쓴다.
겨울철 모진 추위를 견뎌낸 마늘, 양파, 쪽파들의 쑥쑥 커가는 모습이 풋풋하다.
황산가리에 질소비료를 일정량을 혼합하여 웃거름으로 시비하고 북주기를 겸해서 이랑을 호미로 북북 긁어주는 작업을 병행한다.
작년 처음 심어본 마늘농사에선 잎마름병관리에 소홀하여 별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관찰결과 아직까진 잎마름병징후가 보이지 않아 내심 안심이다.
작년 늦가을 이식하여 겨울 내내 늘 안위가 걱정되었던 매실나무 접목 부위 비닐제거작업이 마지막 작업으로 대기 중이다.
대과매실10주와 수분수를 겸해 심은 남고매실10주에선 나무마다 물의 흐름이 느껴진다.
눈들이 제법 볼록하다.
동절기 보온목적으로 접목부위까지 수북이 덮었던 흙들을 걷어 내니 지렁이 천국이다.
통통하게 살찐 몸뚱이를 들이밀고 주인과의 만남을 즐기는 양 이리 꼬고 저리 비틀고 재롱잔치가 정겹다.
접목부위에 칭칭 감긴 비닐을 제거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름대로 연장을 준비해 갔지만 나무 속살 속에 끼여 버린 비닐들이 성질 급한 사람의 애간장만 끊게 한다.

                                           <웃거름 시비와 북주기를 마친 마늘밭>

                                           <매실나무 접목부위의 비닐을 제거하고 접목부위를 지상에 노출>
쉼터 앞집에 들려 건네주신 시원한 물 한잔에 목을 축이고 잘 길러놓은 고추모종을 구경하고 나서 트랙터로 밭갈이를 부탁했다.
하려고 들면 끝도 없는 농사일 그만하고 길 떠나자 재촉하는 동행인들의 강압에  질긴 생명력으로 차츰차츰 영역을 넓혀가는 들풀들과의 지루한 전쟁은 다음기회로 미뤄야 될 성싶다.
대충 주변을 정리하니 어께에 짊어진 짐을 내려놓은 양 홀가분하다.
요즈음 당진은 시 승격문제로 어수선했다.
시 승격의 결정요건인 부족한 인구를 채우려고 실시한  무리한 유인책이 문제가 되고 값이 많이 올라버린 땅 문제로 크고 작은 송사가 발생하여 바람 잘 날 없다 한다.
다락골도 조상대대로 살아온 이웃들 간에 갈등이 발생하여 보기에 안쓰럽다.
아무리 세상이 승자만의 세상이라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슬기롭게 해결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아쉽다..

                                            <5월5일 노지정식을 예정으로 미리 예약해둔 고추모>

                                                              <쉼터앞에 핀 수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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