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기에 접어든 더위는 마지막 정열를 불사르고
하늘빛은 가을색이 듬뿍 묻어납니다.
이른 봄 수선화에서
늦가을 들국화까지
계절의 전령사를 자임하는 꽃들로 채워진
쉼터 앞뜨락엔 옥잠화가 함초롬히 피었습니다.
순백의 꽃잎 자태가 도드라집니다.
헝클어지진 않을까?
상처 나진 않을까?
승용차 뒷자리를 차지한 배추모종들이 행여 멀미라도 할까봐
인천에서 당진까지 100km 길을
가속페달도 마음대로 밟지 못하고
조심조심 다락골로 차를 몰았습니다.
3주 동안 아파트베란다에서 키운 배추모종들이 풋풋합니다.
농장을 일군 후부터 해마다 처서 무렵에 김장배추모종을 이식해오고 있습니다.
1주일 전에 심은 무와 배무채는 보기 좋게 싹이 움텄습니다.
딸만 다섯 형제인 처가식구들이 해마다 다락골에 모여
김장김치를 담가 오고 있기에 올해도 배추를 넉넉하게 키웁니다.
300포기를 심을 계획으로 밭은 2주전에 꾸며놓았습니다.
부족한 터 때문에
한 두둑에 세줄 심기를 했습니다.
세심하고 조심성이 많은 일은 옆지기 차지입니다.
햇볕이 덜한 이른 아침시간에 서둘러 이식을 마치고
생육초기 들끓는 벌레들로부터
모종들을 지켜내기 위해 모기장처럼 생긴 한랭사 이용 보호막도 씌웠습니다.
지난밤엔
동네주민들을 따라
물이 빠져나간 해변으로 고기잡이 갔습니다.
등불을 비춰 밤 마실 나온 낙지며 소라, 꽃게를 잡는 것이었습니다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불가사리만 실컷 구경했습니다.
모처럼 동네사람들과 마음을 나눴습니다.
강한 햇볕에 심어놓은 모종들이 지친기색이 역력합니다.
기대 반 걱정 반
새끼를 유학 보낸 애비 심정입니다.
몸살 끼를 이겨내고
낯선 환경을 잘 극복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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