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의 길이가 많이 짧아졌습니다.
버거운 생활전선에서 한 주를 보내고 조금 늦게 달려간
산자락 끝 밭뙈기는 벌써 칠흑 같은 어둠속에 파묻혀버렸습니다.

기다리다 지쳐버리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 꿈결에서라도 주인의 손길을 느끼고 싶어 일찍 잠자리에 든 것일까?
훌쩍 커버린 모습도 뽐내려들지 않고
주인의 발자국소리마저 외면해버려
무거운 적막감만 휩싸인 밭뙈기엔
별빛만 교교하고 귀뚜라미 울음소리만 구성지게 흐름이다.

 


밭뙈기에 들어찬 작물위로 햇살이 쏟아집니다.
마지막 남은 여름햇살을 누리며 잘 여물기 위해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여름 무더위에 심한 몸살을 앓았던 야콘도 기력을 회복하고 알뿌리를 실하게 살찌우고 있습니다.

 


올 고추농사는 막바지에 다다른 느낌입니다.
지금도  꽃은  흐드러지게 피웠고
가지마다 주렁주렁 풋고추가 매달렸습니다만
약해진 햇볕 탓에
붉게 물든 홍고추의 모습이 차츰 줄어들고 있습니다.

 


어림잡아 열관 넘게 홍고추를 수확했습니다.
주말에만 겨우 나타나
고추밭에 약 치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고추밭을 잘 지켜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시는 이웃분도 여럿입니다.
벌써 고추농사를 포기하고 고춧대를 뽑아낸 후 그 자리에
배추모종을 이식한 농가들이 여러 집입니다.
아마 올 배추 값은 똥 값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배추를 성가시게 하는 버러지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서성대는 배추흰나비와 청벌레,  파밤나방애벌레의 모습이 종종 관찰됩니다.
이 벌레들로 부터 배추를 지켜내기 위해 모종이식후 한랭사까지 씌워 나름대로 
만전의 대비를 했었는데도
그런 수고를 비웃기로도 하듯 어떤 놈은 배추잎사귀를 송두리 채 먹어치웠습니다.
뒤통수를 야무지게 얻어맞은 기분입니다.

 


잎사귀 하나하나 헤쳐 가며
일일이 잡아내 조금은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처형했습니다.
손가락 끝에선 배추풋내가 진동합니다.

 

 

 


벌레들과 숨바꼭질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채마밭에 웃거름도 주어야하고 씨앗채종도 마쳐야되는데
해는 벌써 서산에 뉘엿뉘엿 합니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옆지기는 2주째 파업 아닌 파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여고동창회를 핑계거리로 들이댔습니다.
둘이서 하던 일을 혼자하려드니 해놓은 일도 엉망입니다.
모자란 일은 더 채워야하는데
몸은 자꾸 뒤쳐지기만 합니다.
자기가 좋아서 자청한 일인데도 얼마 못가서 시들해 버립니다.

 

 

 

"여보! 마누라
일은 시키지 않을 테니
곁에서 말동무라도 돼주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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