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가을소리가 밀려듭니다.
귀가 먹먹해질 만큼 목청을 높였던 매미소리는 힘을 잃고 산새 울음소리가 청아합니다.
은행열매가 양철지붕위로 떨어지는 소리
구성지게 울려 퍼지는 풀벌레의 울음소리…….
세상사는 이야기가 다르듯 때론 잔잔하게 때론 거칠게 귓가에 맴돕니다.
가을이 오롯이 담겼습니다.
들깨향기가 콧속까지 파고듭니다.
가을은 이렇게 밀려들고 있습니다.
헤프게 핀 참취꽃이 풍성합니다.
햇볕이 보약입니다.
2주 동안 자리를 비운 채마밭은 푸름 일색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온 차에 따라 차츰 윤기를 잃어가는 다른 작물과 달리 김장채소는 생기가 넘칩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려 힘껏 가꾸는척해도 투명한 햇살과 적당한 바람과 때맞추어 내리는 비가 없다면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배추밭을 서성거리는 배추흰나비가 눈에 거슬립니다.
배추흰나비는 날아다니면서 배추한포기당 하나씩만 알을 까기 때문에 넓은 범위에서 피해가 발생합니다.
이 배추흰나비를 배추에 접근하지 못하게 관리하는 것이 배추벌레의 피해를 줄이는 기름길 입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너풀너풀 날아서 도망치는 녀석을 끝내 잡지 못했습니다.
똑같은 풍경을 사진에 담아도
사진 찍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서있는 자리가 다르면 보이는 풍경이 다릅니다.
농사짓는 방법도 그런 것 같습니다.
큰 틀에선 같아 보여도 작은 틀에선 개개인의 특성이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경험에서 터득한 자기만의 노하우라 할까!
작물을 재배할 때는 물과 양분을 적정하게 주어야 정상적은 성장이 이뤄집니다.
부족하거나 남아돌 땐 해를 끼칩니다.
김장배추는 초기생육이 좋아야 속이 꽉 찹니다.
배추통을 키웁니다.
햇볕이 골고루 스며들게 배추품을 벌려줍니다.
지난해까진 배추통을 키우기위해 배추품을 양손으로 벌려주었는데 올핸부터 적당하게 수압을 조절해 물주기를 겸해 실시하니
일도 휠씬 편하고 일손도 많이 절약됩니다.
작물의 물주기는 해질 무렵이 좋습니다.
배추도 마찬가집니다.
낮에는 햇살을 받아 열심히 일을 해서 양분을 축적시키고 밤이 되면 수분을 흡수하며 기력을 회복합니다.
또한 배추에 물을 주는 것은 수분 공급, 뿐만 아니라 흙 속에 공기가 스며들게하고 아울러 거름의 농도를 조절하는데 있습니다.
보통 1주일 간격으로 물을 주는데 물을 줄때는 마음껏 목을 축일 수 있게 흠뻑 뿌려줍니다.
보라색 보르도무가 제법 통통해졌습니다.
무는 재배 중에 비료를 잘못주면 껍질표면이 갈라지고 무맛도 매워져 사용할 땐 신중해야합니다.
둥근마, 생강…….
알뿌리에 살이 차오르는 철입니다.
9월중에 적절하게 수분을 관리해야 밑이 실하게 든 알뿌리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마른 가을바람에 목마르지 않게 물을 뿌려줍니다.
양파모종이 배게 돋았습니다.
소일삼아 마누라 세치 뽑아주듯
모종 하나하나 들춰가며 너무 배게 돋아난 것, 허약한 것을 골라 솎아내고 부족한 양분을 보충해줍니다.
결이 부드럽고 곱습니다.
가지엔 단맛이 진해졌습니다.
3주동안 발효시켜 만든 흑마늘입니다.
맑은 공기속에서 2주동안 숙성과정을 걸칩니다.
밭두렁에 있는 산초나무에서 열매를 채취해와 설탕과 버무려 효소단지도 채웁니다.
지난해 이른 봄 참나무토막에 버섯종균을 넣었습니다.
물을 주기도 하고 뒤집어 쌓고 틈틈이 보살폈습니다.
재배지침서에는 올가을부턴 버섯구경을 할 수 있다했는데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입니다.
버섯이 나와야 할 때 고개를 내밀지 않으면 표고목을 넘어뜨리려 다시 일으켜 세우거나
망치로 표고목을 두들겨야한다는 경험자들의 조언에 표고목을 넘어뜨려 다시 세우고 망치로 참나무를 두들깁니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10도 이상 크게 차이가 날 때 버섯이 발생하는 품종도 있습니다만
표고버섯이 발생하기위해서는 표고목을 쓰러뜨리거나 망치로 두들겨 외부충격을 가해야 잠자는 버섯종균을 깨울 수 있답니다.
망치로 충격을 가하기전엔 표고목을 충분히 물에 적셨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조금 더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것입니다.
갈바람이 선선합니다.
일하기엔 좋지만 왠지 아쉽습니다.
터뜨려야 할 것들이 아직 많은데 벌써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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