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가을입니다.
가을빛이 완연합니다.
한층 얇아진 가을날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샛노랗게 물든 둥근마밭에도 가을햇살이 다사롭습니다.
고구마를 수확합니다.
길을 떠나기 전부터 고구마 수확에 대한 기대감에 가슴이 조마조마했습니다.
사방에 자랑해 놓고 밑이 들지 않았으면 어떠하지?
불안감도 많았습니다.
남보다 일찍 황금고구마와 호박고구마를 한 골씩 내다심었습니다.
고라니가 나타나기 전만해도 작황은 좋았습니다.
장마가 시작될 무렵부터 제집 드나들듯 드나들며 고라니는 고구마순과 줄기를 송두리째 집어삼켰고 심지어 땅 속 줄기까지 파 해쳤습니다.
참다못해 밭뙈기주변을 빙 둘러 오잇그물망을 치고 나서야 약탈행위는 수그러졌습니다.
수확시기를 가름하기위해 지난 2주전, 실험 삼아 서너포기를 수확했었습니다.
그 때만해도 잔챙이가 많이 섞어 나와 마음 한구석이 씁쓸했습니다.
줄기를 걷어 내고 멀칭비닐을 벗깁니다.
황금 고구마 씨를 나눠달라며 마실 오신 이웃집할머니가 고구마 밑은 잘 들었나?
궁금하시다며 호미를 챙겨 일을 거듭니다.
"실하게 잘 들었시유!
일찍 심어서 그런가봐유!
늦게 심은 우덜은 순만 무성했지 몇 개 달리지 않았구먼유!"
고만고만하게 밑이 잘 들었습니다.
호박고구마보다 황금고구마가 훨씬 더 실합니다.
고구마는 모종을 일찍 내다 심고 서리가 내릴 때쯤 기다렸다 수확하는 것이 다수확의 비결인 것 같습니다.
크기에 따라 선별한 고구마는 종이상자에 담아 숙성시킵니다.
밤 기온이 서늘합니다.
10월말쯤 아주심기 할 마늘 종구를 손질합니다.
꽤나 비싼 가격으로 구입한 케나다산 씨마늘입니다.
재래종마늘에 비해 껍질이 희고 알이 훨씬 굵습니다.
한 통이 보통 4쪽에서 6쪽으로 나뉩니다.
만져보고, 벗겨보고, 눌러보고......,
세심하게 살펴 상처가 나지 않고 단단하게 여문 것만 골라 씨마늘을 준비합니다.
마늘을 심을 들깨를 베어낸 자리에 미리 석회비료를 뿌립니다.
박무가 얇게 드리웠습니다.
이슬이 마르기 전에 들깨를 타작하기위해 이른 아침부터 서두릅니다.
땅바닥에 포장을 펼치고 깻단을 옮겨와 몽둥이로 두들겨 우격다짐하듯 털어냅니다.
들깨 타작은 이슬이 마르기 전에 해야 깻단에서 꼬투리가 떨어지지 않아 뒤걷이가 편합니다.
티끌을 골라내는 마지막 뒤걷이는 이웃할머니의 손을 빌립니다.
체로 쳐 티를 골라낸 후 키로 까불어 쭉정이를 날려 보냅니다.
"깨알이 실하게 잘 여물었시유!
알도 크고 때깔도 좋고…….
들깨는 설익으면 붉은 빛이 돌아유!
이것처럼 거무스름해야 잘 여문 것이구먼유!"
정을 나눕니다.
수확한 알곡 대신 이웃들이 수확한 물건들로 승용차를 채웁니다.
이 작은 노력을 여러 사람들이 고마워합니다.
도시 주변의 이웃들은 질 좋은 농산물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어 흐뭇해하고 다락골 이웃들은 생산과 동시에 제 값 받고 물건을 판매할 수 있어 기뻐합니다.
풍성한 가을입니다.
한 때는 일이 힘겨워 내평개칠까 생각도 했습니다.
소소한 일에도 쉽게 화를 내고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흥분했습니다.
작은 손해나 피해도 그냥 참고 지나치질 못했습니다.
잘못된 생각으로 인한 옹졸하고 편협한 편견 때문에 저는 도무지 저 자신을 설득시킬 수 없을때도 있었습니다.
별것도 아닌 일에 상처를 받았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것이 사랑인데도 말입니다.
'다락골사랑 > 다락골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해 동안 포근했습니다. (0) | 2011.12.06 |
---|---|
가을이 깊어갑니다. (0) | 2011.11.01 |
가을입니다. (0) | 2011.09.20 |
풍성하고 즐거운 추석 명절 되시기를……. (0) | 2011.09.06 |
다락골 가을맞이 (0) | 2011.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