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려다 줬다. 하지만 피해자나 병원측에 자신의 인적사항을 남기지 않았다. 이 경우 '뺑소니'에 해당할까.

대법원 판결 경향에 따르면 '뺑소니'로 처벌된다. 따라서 특가법상 '도주차량(뺑소니)'죄가 적용돼 형량이 높아진다. 최근 판례가 교통사고 가해자에게 '구호조치'와는 별도로 '신원확인조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들은,

교통사고 발생시 피해자 또는 경찰관에게 가해자의 신원을 밝혀야 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즉 '신원확인조치'가 도로교통법상 '사고발생시의 조치'에 포함 된다는 것.

구호조치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을 정도의 가벼운 교통사고라면 가해자가 말다툼을 하다 현장을 떠났다 해도 뺑소니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다.

대법원은

지난 4월 피해자와 실랑이하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고 현장을 떠나 특가법상 도주차량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뺑소니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 차량의 손괴 정도가 크지 않고 피해자가 가벼운 상처(2주)를 입어 특별한 불편 없이 행동한 점을 종합하면 뺑소니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친 정도가 경미하다는 이유로 도주차량죄의 성립을 부정한 대법원 판결들은 모두 사고 운전자가 사고 후 즉시 정차해 피해자의 상해 유무와 정도를 확인하는 조치를 취한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부상 정도에 따라 얘기는 달라진다. 대법원 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27일 사고 피해자의 부상이 경미한 것으로 판단,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혐의 등으로 기소된 B씨에게 '도주차량' 혐의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B씨는 지난해 2월 음주 상태에서 차를 몰다 보행자의 하반신을 들이받았지만 별다른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떠나 뺑소니 혐의로 기소됐다. B씨 차에 받힌 피해자는 전치 3주의 진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사고로 인해 피해자의 점퍼가 찢어지고 오른손과 오른무릎에 찰과상이 있었고 가해 차량의 우측 부분이 부서져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런 정도의 충돌이라면 구호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피고인의 행위는 특가법상 도주차량죄에 해당한다"며 "피해자의 부상이 경미해 뺑소니 부분은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한편 대법원은 뺑소니 혐의로 기소된 인원이 2005년 7430명에서 지난해 7666명으로 늘었다며 '도주차량죄'를 피하기 위한 주의사항을 당부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고를 내면 반드시 차량을 멈춰 피해자와 피해차량을 살펴야 하고 피해자의 부상 정도가 중하면 곧바로 구급차를 부른 뒤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피해자와 담당 경찰관에게는 반드시 자신의 인적사항을 알려줘야 하며 이들이 자신의 차량번호를 알고있다는 점만 믿고 인적사항 알리는 것을 소홀히 하면 자칫 뺑소니범으로 몰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쌍방과실로 인한 사고의 경우 사고 당사자 모두에게 사후조치 의무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과실이 적다는 이유로 구호조치나 신원확인조치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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