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올라가면서 식욕까지 떨어지는 여름철에 그나마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음식이 있다면 바로 냉면이다. 쫄깃한 사리에 살얼음이 살짝 낀 차가운 육수를 붓고 오이·배·달걀을 얹어 시원하게 먹는 냉면 한 그릇은 식욕을 돋우는 것은 물론 무더위를 물리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몇 해 전 발표된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음식으로 여름에는 냉면, 겨울에는 불고기가 꼽혔다고 한다. 이렇듯 냉면은 이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즐기는 여름철 대표 음식이 됐다. 요즘엔 더울 때뿐 아니라 고기를 구워 먹은 뒤 입가심으로, 간단한 식사 대용으로 계절에 상관없이 즐기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냉면은 원래 이북 지방에서 겨울철에 즐겨 먹던 음식이다. 한겨울 땅에 묻어놓은 항아리에서 살얼음을 깨가며 떠온 동치밋국에 국수를 만 다음 온돌방 화로 옆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별미로 먹었던 대표적인 겨울철 음식이다.
조선시대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온 것으로 추측되는 냉면에 대한 기록은 옛 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빙허각 이씨가 1809년에 부녀자를 위해 한글로 엮은 생활지침서 ‘규합총서’에는 “동치밋국에 가는 국수를 넣고 무·오이·배·유자를 같이 저며 얹고 돼지고기와 달걀 부친 것을 채 쳐서 넣고 후추와 잣을 뿌리면 이른바 냉면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 홍석모가 우리나라의 연중행사와 풍속 등을 정리해 놓은 ‘동국세시기’에는 “겨울철 시식時食으로서 메밀국수를 무김치와 배추김치에 말고 그 위에 돼지고기를 얹은 냉면이 있다. 이중에 평안도 냉면이 최고다”라고 쓰여 있다. 작자 미상의 조리서인 ‘규곤요람’에는 “싱거운 무 김칫국에다 화청和淸해서 국수를 말고 저육猪肉(돼지고기)을 잘 삶아 넣고 배와 밤과 복숭아를 얇게 저며 넣고 잣을 떨어 내니라”라고 적혀 있다.
냉면은 흔히 평양식과 함흥식으로 나누는데, 지역적 특성에 따라 만드는 방법과 맛이 다르다. 평양냉면은 주로 메밀로 국수를 뽑아 쉽게 끊기며 면발이 굵은 것이 특징이다. 또 차가운 동치밋국에 국수를 말아 국물이 맵거나 짜지 않고 담백하다. 때문에 추운 겨울에 한 끼 식사나 술을 먹고 난 다음 해장국을 대신해 즐겨 먹었다고 한다. 이에 비해 함흥냉면은 국수를 감자나 고구마 전분으로 만들어 면발이 쫄깃하며 눈물이 날 정도로 맵고 진한 양념장을 넣은 것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기가 높은 회냉면은 맵게 비빈 함흥식 냉면 위에 홍어회 무침을 얹어 먹는 것이다.
이러한 냉면이 남쪽으로 전파되면서 오늘날에는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장점을 더하여 면발에 메밀과 감자 전분을 넣고 반죽함으로써 쫄깃하고 부드러운 면발을 지닌 냉면을 탄생시켰다. 또 각종 육수를 국물로 이용하게 되었으며, 냉면 위에 얹는 고명 역시 각양각색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 밖에도 남한으로 피난 온 평양 사람들이 만들어 팔던 풍기냉면, 고기 장국을 끓인 육수를 차게 해서 국수를 말았던 장국냉면, 순 메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사용하고 돼지고기를 쓰지 않는 남부 지방의 진주냉면 역시 유명하다.
냉면국수의 주재료인 메밀을 가장 먼저 먹은 사람들은 만주의 여진족이라고 한다. 이들은 메밀을 상식하면 중독 상태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고려를 차지할 속셈으로 고려인들에게 이런 사실을 숨기고 메밀을 전해줬다고 한다. 그러나 고려인들은 메밀을 이용해 국수를 만들어 먹고도 아무런 탈이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메밀국수에 무김치를 곁들여 먹었는데, 무가 메밀의 해독제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본 여진족들이 고려인들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민족임을 깨닫고 야심을 버렸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냉면에 무김치를 곁들여 먹는 것에서도 조상들의 지혜와 우리 음식의 과학성을 엿볼 수 있다.
냉면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겨자나 식초를 넣어 먹는 것이 좋다. 겨자는 메밀의 찬 성분으로부터 몸을 따뜻하게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고, 식초는 새콤함을 더해 더위에 지친 입맛을 되살려주며 피로회복제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이·배·달걀·편육·무김치 등을 고명으로 올려 냉면 한 그릇에도 맛의 조화와 영양을 고려하였다. 아주 오래전부터 메밀로 만든 국수나 냉면을 먹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니 조상들의 지혜가 놀랍다.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냉면은 찌는 듯한 더위로 몸과 마음이 뜨거울 때 시원하게 열을 내려주는 건강 음식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살얼음을 동동 띄운 냉면 한 그릇은 생활의 활력소로 부족함이 없다. 글 윤숙자(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 www.kfr.or.kr) 사진 최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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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발표된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음식으로 여름에는 냉면, 겨울에는 불고기가 꼽혔다고 한다. 이렇듯 냉면은 이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즐기는 여름철 대표 음식이 됐다. 요즘엔 더울 때뿐 아니라 고기를 구워 먹은 뒤 입가심으로, 간단한 식사 대용으로 계절에 상관없이 즐기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냉면은 원래 이북 지방에서 겨울철에 즐겨 먹던 음식이다. 한겨울 땅에 묻어놓은 항아리에서 살얼음을 깨가며 떠온 동치밋국에 국수를 만 다음 온돌방 화로 옆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별미로 먹었던 대표적인 겨울철 음식이다.
조선시대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온 것으로 추측되는 냉면에 대한 기록은 옛 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빙허각 이씨가 1809년에 부녀자를 위해 한글로 엮은 생활지침서 ‘규합총서’에는 “동치밋국에 가는 국수를 넣고 무·오이·배·유자를 같이 저며 얹고 돼지고기와 달걀 부친 것을 채 쳐서 넣고 후추와 잣을 뿌리면 이른바 냉면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 홍석모가 우리나라의 연중행사와 풍속 등을 정리해 놓은 ‘동국세시기’에는 “겨울철 시식時食으로서 메밀국수를 무김치와 배추김치에 말고 그 위에 돼지고기를 얹은 냉면이 있다. 이중에 평안도 냉면이 최고다”라고 쓰여 있다. 작자 미상의 조리서인 ‘규곤요람’에는 “싱거운 무 김칫국에다 화청和淸해서 국수를 말고 저육猪肉(돼지고기)을 잘 삶아 넣고 배와 밤과 복숭아를 얇게 저며 넣고 잣을 떨어 내니라”라고 적혀 있다.
냉면은 흔히 평양식과 함흥식으로 나누는데, 지역적 특성에 따라 만드는 방법과 맛이 다르다. 평양냉면은 주로 메밀로 국수를 뽑아 쉽게 끊기며 면발이 굵은 것이 특징이다. 또 차가운 동치밋국에 국수를 말아 국물이 맵거나 짜지 않고 담백하다. 때문에 추운 겨울에 한 끼 식사나 술을 먹고 난 다음 해장국을 대신해 즐겨 먹었다고 한다. 이에 비해 함흥냉면은 국수를 감자나 고구마 전분으로 만들어 면발이 쫄깃하며 눈물이 날 정도로 맵고 진한 양념장을 넣은 것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기가 높은 회냉면은 맵게 비빈 함흥식 냉면 위에 홍어회 무침을 얹어 먹는 것이다.
이러한 냉면이 남쪽으로 전파되면서 오늘날에는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장점을 더하여 면발에 메밀과 감자 전분을 넣고 반죽함으로써 쫄깃하고 부드러운 면발을 지닌 냉면을 탄생시켰다. 또 각종 육수를 국물로 이용하게 되었으며, 냉면 위에 얹는 고명 역시 각양각색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 밖에도 남한으로 피난 온 평양 사람들이 만들어 팔던 풍기냉면, 고기 장국을 끓인 육수를 차게 해서 국수를 말았던 장국냉면, 순 메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사용하고 돼지고기를 쓰지 않는 남부 지방의 진주냉면 역시 유명하다.
냉면국수의 주재료인 메밀을 가장 먼저 먹은 사람들은 만주의 여진족이라고 한다. 이들은 메밀을 상식하면 중독 상태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고려를 차지할 속셈으로 고려인들에게 이런 사실을 숨기고 메밀을 전해줬다고 한다. 그러나 고려인들은 메밀을 이용해 국수를 만들어 먹고도 아무런 탈이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메밀국수에 무김치를 곁들여 먹었는데, 무가 메밀의 해독제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본 여진족들이 고려인들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민족임을 깨닫고 야심을 버렸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냉면에 무김치를 곁들여 먹는 것에서도 조상들의 지혜와 우리 음식의 과학성을 엿볼 수 있다.
냉면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겨자나 식초를 넣어 먹는 것이 좋다. 겨자는 메밀의 찬 성분으로부터 몸을 따뜻하게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고, 식초는 새콤함을 더해 더위에 지친 입맛을 되살려주며 피로회복제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이·배·달걀·편육·무김치 등을 고명으로 올려 냉면 한 그릇에도 맛의 조화와 영양을 고려하였다. 아주 오래전부터 메밀로 만든 국수나 냉면을 먹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니 조상들의 지혜가 놀랍다.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냉면은 찌는 듯한 더위로 몸과 마음이 뜨거울 때 시원하게 열을 내려주는 건강 음식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살얼음을 동동 띄운 냉면 한 그릇은 생활의 활력소로 부족함이 없다. 글 윤숙자(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 www.kfr.or.kr) 사진 최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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