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근골격계질환’ 방치 안돼
 

반복적인 농작업 탓 상당수 증상호소

#1 경기 화성시 서신면 사곳리 주민 78명 중 81.6%인 62명이 근골격계 증상을 보이고 있다(한양대 산업의학교실 조사 결과).

#2 전남 담양·화순지역 농민 133명을 대상으로 근골격계 질환 1차 검진결과 91%인 121명이 목·어깨 등의 질환을 호소한 것으로 드러났다(조선대 산업의학과 검진 결과).

두 사례는 농촌진흥청 농작업안전사업추진단(단장 허용·대구가톨릭대 산업보건학과 교수)이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농작업 안전모델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조사한 결과 보고서 내용이다.

노동 집약적인 농작업 특성에 따라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농업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 특히 쪼그려 앉는 작업자세가 특정 기간 동안 집중되는 고추 수확의 경우 무릎·허리·어깨 부위의 근골격계 질환 문제가 심각하다. 고추 농사를 짓는 경북 청송의 김모씨(68·여)는 “고추농사가 쪼그린 자세에서 하는 작업이 많아 수십년간 일하다 보니 팔·다리·어깨 등 온몸이 아프다. 지금은 무릎 관절염으로 걷기조차 힘들다”며 농작업의 고통을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엉거주춤한 자세로 농작업을 반복적으로 한 것이 근골격계질환의 주된 요인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농사를 지으면 이 정도는 당연히 아플 수 있다’는 농업인들의 그릇된 인식이 병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농업이 광업·건설업과 함께 세계적으로도 3대 위험산업으로 분류되는 데다 농업인구의 고령화와 연중 농사일로 ‘농작업성 질환’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사업과 치료대책 등이 정부 차원에서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농작업안전사업추진단 전남지역사업단에서 활동 중인 송한수 연구원(조선대병원 전공의)은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먼저 작물별로 적합한 작업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아울러 근로자들이 업무상의 재해를 입었을 때 보상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처럼 농업인들에게도 비슷한 사회보험을 도입해 근골격계 질환에 따른 치료비 부담 등을 덜어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어설명 : 근골격계질환=목·어깨·팔꿈치·손목·손가락·허리·다리 등의 관절을 중심으로 뼈·근육·신경·인대·척추디스크 등에 나타나는 만성적인 건강장해를 말한다. 증상은 저리거나 화끈거림, 경련이 생기거나 심한 통증을 느낀다. 대표적인 질환은 관절염·디스크·근막통 증후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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