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별미 매생이 요리법
 ◇매생이를 채취하는 모습. 

매생이 국, 매생이 수제비, 매생이 칼국수….

 

겨울이면 남도 음식 전문점에서 내놓는 제철 특선 요리다. 남도 출신 중에는 굴을 넣은 매생이 국 한 그릇이면 어머니 품에 안긴 듯 편안함을 느낀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아직은 매생이를 낯설어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가끔 보이지만,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라 선뜻 손도 가지 않는다. 손에 닿으면 스르르 녹아버릴 것처럼 부드러운 매생이는 어떻게 요리해야 할까.

 

 

# 겨울철 별미 해초, 매생이

 

매생이는 가늘게 물결치며 초록빛을 발하는 모습이 언뜻 파래처럼 보이지만, 파래보다 훨씬 가늘고 단맛이 난다. 짭조름한 다른 해초들과는 다른 맛이다. 속을 편하게 해주는 담백하고 시원한 그 맛을 아는 사람들은 최고의 해장국으로 꼽는다. 완도 등 전남 해안지역에서 주로 나며 한겨울인 1, 2월이 제철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누에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척에 이른다. 빛깔은 검푸르며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워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고 적고 있다.

 

 

◇매생이 칼국수(왼쪽), 매생이 전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제철이 아니면 맛보기 쉽지 않다. 전남 완도, 해남, 장흥 등에는 냉동 매생이가 흔하지만 서울까지 충분히 공급될 만큼 양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매생이는 어른 주먹보다 조금 크게 뭉쳐서 파는데, 이를 ‘재기(작은 그릇)’라고 한다. 한 재기는 3∼4명이 한 끼를 먹을 정도의 양이다. 요리법도 어렵지 않으니 매생이가 눈에 띄면 두어 재기 사 보자. 남으면 한 번 먹을 만큼씩 포장해서 냉동실에 얼려두면 된다.

 

 

# 매생이 요리하기

 

매생이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부드러워 주로 국이나 탕으로 끓여 먹는데, 매생이국에 칼국수나 수제비를 넣어 식사로 대용하기도 한다. 매생이 칼국수, 수제비는 매생이 국에 미리 칼국수, 수제비를 넣기만 하면 된다. 매생이를 무침이나 전으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무침은 매생이를 씻어 물기를 쪽 뺀 후 식초와 설탕 등을 섞은 초무침 양념에 무친다. 산에 약하므로 한 끼 먹을 만큼만 바로 무치는 것이 좋다. 부침은 물기를 꼭 짠 매생이에 부침가루를 섞어 부치면 된다. 죽이나 밥에 넣을 때는 죽(또는 밥)이 끓은 후 불을 끈 다음에 넣는다.

 

 

◇매생이 국(왼쪽), 매생이 수제비

 

 

 

매생이 국을 끓이는 데는 요령이 필요하다.

 

1. 잘 흔들어 씻어 소쿠리에 건진다. 후루룩 넘기는 음식이라서 불순물이 섞이면 곤란하다. 그러나 청정지역에서만 자라기에 불순물이 많지는 않다.

2.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넣는다. 뭉쳐 있으면 먹기 어렵다.

3. 육수는 멸치, 소고기, 조개 등 다 좋지만 알이 작은 자연산 굴이 가장 잘 어울린다.

4. 끓일 때는 국자 바닥 쪽으로 아랫쪽까지 저어 잘 풀어지도록 한다.

5. 센불에 오래 끓이면 녹아버릴 수 있으니 끓으면 바로 불을 끈다. 진초록에서 연초록이 되면 국자로 떠 본다. 국수처럼 늘어지면 덜 익은 것이고 뚝뚝 끊어지면 다 익은 것이다.

6. 간은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살짝 한다. 매생이 자체에 간기가 있다.

 

 

 

◇매생이는 남도 지방에서는 흔하지만 수도권에서는 구하기 쉽지 않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서 매생이를 살 수 있다(왼쪽), 뭉쳐 있는 매생이

 

 

 

# 먹을 때 유의점

 

매생이국은 뜨거워도 김이 나지 않고 잘 식지도 않으니 휘휘 젓거나 후후 불어가며 먹어야 한다. 그냥 먹다가는 입천장을 데기 십상이다. 그래서 ‘장모가 딸 고생시키는 미운 사위에게 준다’는 말도 있다. 식은 것은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안 된다. 사방으로 다 튀어버린다.

 

매생이 요리에는 참기름 한 방울을 떨어뜨리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한다. 참기름을 치면 고소한 맛이 한층 더해지고 음식 궁합도 잘 맞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사진=권세진 기자

 

 

삼합과 연포탕 등 남도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는 겨울철이면 대부분 매생이를 맛볼 수 있다. 한 그릇에 6000∼1만2000원으로 싸지 않은 편이지만, 바다 내음이 확 풍기는 매생이국을 후루룩 들이켜고 나면 그만한 값어치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광화문 일대에 남도음식 전문점이 많은데, 매생이국을 잘하는 곳은 신안촌(02-725-7744)과 사랑방(02-739-6262)이 대표적. 신안촌은 연포탕과 삼합(홍어·김치·돼지고기), 홍어찜이 별미지만 매생이탕으로 마무리해야 한 상 잘 먹었다는 소리가 나온다. 경복궁역 7번 출구 한국의 집 골목. 사랑방은 낙지물회와 연포탕 등 낙지 요리가 유명하지만, 겨울에는 매생이국을 찾는 사람이 많다. 서울경찰청 옆 골목에 있다.

 

강남에서는 논현동 서울세관 옆 나누리병원 골목의 가시리(02-546-0056)가 벌교 꼬막, 부안 백합, 참게장, 매생이 등 남도에서 매일 공수하는 음식을 내놓는다. 자극적인 삼합을 먹은 후 매생이국으로 속을 달래는 것도 좋다. 간장게장과 아구찜으로 유명한 신사동 프로간장게장(02-543-4216)에서도 매생이국을 맛볼 수 있다.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만큼 애주가들이 해장용으로 많이 찾는다. 신사동 사거리 한국야쿠르트 빌딩 뒤편에 있다.

 

서초동 앵콜칼국수(02-525-8418)도 굴과 조개, 새우 등 해물을 듬뿍 넣고 끓인 매생이국과 매생이 칼국수로 명성이 자자하다. 예술의 전당 건너편.

 

분당칼국수(031-703-1977)는 원래 칼국수집이지만 매생이 칼국수와 매생이 냉면으로 유명해진 곳. 분당 야탑도서관 정문 근처에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 간다면 순천식당(02-817-3222)을 찾아보자. 벌교 꼬막, 홍어 내장탕, 삼합 등 남도음식으로 유명한 곳답게 겨울이면 매생이국을 선보인다. 노량진 대성학원에서 대방동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된다.

권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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