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이야기" | |||||||
홍어는 여름철에 먹으면 맛이 떨어집니다. 그때문에 대개 한식(寒食)에서 부터 한로(寒露) 전날까지는 홍어집에 손님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인 식당과 비교하면 곤란합니다. 아무리 손님이 없어도 여전히 예약을 해야 홍어 한 점 먹어볼 수 있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여름이면 맛이 떨어지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아마 기온과 습도의 차이라던지 또는 잡힌 홍어가 해저에서 잡아먹는 음식과 바다환경에 기인한 바가 클 것입니다. 보통 우리나라 기후는 한식에서 한로까지 6개월 동안은 고온다습한 특징이 있습니다. 홍어는 열에 약해서 10℃ 이상의 온도에서 불과 수시간이면 연골이 흐느적거리며 부서질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홍어를 삭히기 위한 적정한 온도는 대체 몇 도쯤이 좋을까요. 이에 대해서 어떤 이는 5℃ 라고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1~2℃ 라고도 하는데 사실 철에 따라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겨울철 등 외부가 추울 때에는 항아리 주위 온도가 4~5℃ 가 좋다고 합니다. 반대로 여름철에는 더운 주위 온도가 영향을 끼치므로 섭씨 1~2℃ 까지 낮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항아리가 유약을 바르지 않아 숨을 쉰다는 전제로 외부 환경의 변화까지 고려한 온도인데 요즘엔 김치 냉장고가 많이 보급된 관계로 취급하는데 그리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하절기의 습도(濕度)는 홍어 맛을 좌우하는데 습할수록 비린내가 지독하며, 반대로 건조한 상태에서는 지린내가 납니다. 손님이 잘 들지않는 집에서는 냉장고에 오래 저장하므로 말라비틀어져 역한 냄새가 나기 십상입니다. 보통 홍어를 삭힐 때에는 먼저 싱싱한 상태에서 일단 홍어코부터 잘라 먹고 내장을 꺼내 신선한 애를 꺼내 먹어 치우는게 순서입니다. 그 다음 민물 물기가 전혀 닿지 않도록 조치하여 끈적끈적 흐르는 점액질을 헝겊으로 닦으면서 부위별로 잘라 따로 삭혀야 합니다. 삭히는 과정에서도 홍어에서 빠져 나오는 수분에 흥건하지 않도록 밀가루 종이부대나 흰 헝겊을 깔아 고이지 않도록 하는게 상식입니다. 홍어 취급하는 사람치고 이것마저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좋은 홍어를 먹기 위한 적당한 습도는 어느 때가 좋을까요. 보통 습도는 60% 전후에 이르는 시기를 선택하면 좋은데 그게 우리나라 봄과 가을의 습도입니다. 만일 여름철 냉동홍어를 해동했다면 하루 중 썰물 때인 밤낮 12시 전후에 손질을 하면 질게 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젓갈을 담그는 원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온도와 습도를 모두 다 지키기는 무척 힘듭니다. 일단은 온도에 유념하길 권합니다. 습도까지 두가지 모두 맞추기란 무척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세심한 배려로 삭혀진 홍어는 육질부터 달라질 것입니다. 서해에서 잡히는 홍어는 30m 에서 100m 대의 대륙붕 위를 마치 장산곶매가 먹잇감을 노리듯이 유유히 헤엄칩니다. 넓은 연(鳶) 날개가 양쪽으로 바람에 파르르 떨듯 살래살래 잔잔히 일렁이는 자태를 상상해보십시요. 흡사 바람에 너울대는 연잎처럼 기가 막힙니다. 이 아름다운 생선이 겨울철 동(東)중국해 부근에서 노닐다가 신안군 각 옥(玉)섬에 들러 정약전 선생께 문안을 올리고 볼거리와 연구 자료를 제공하게 됩니다. 홍어는 수온이 올라감에 따라 군산-연평도-신의주 앞바다까지 오르락 내리락하며 미식가들에게 한번씩 먹어보라고 선보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황해도 사람들도 찜은 즐겨 먹습니다. 겨울에만 남쪽으로 내려갈 뿐 주로 서해 연근해에서 지냅니다. 천혜의 조건을 갖춘 서해는 세계지도상으론 오목하게 패인 만(灣)이인데 서해의 특징은 큰 간만의 차에서 비롯되는 널찍한 갯벌에 있습니다. 어느 나라를 보아도 이런 드넓은 '펄'을 가진 해안은 없습니다. 중국 황하와 한국의 서사면 지형이 펄이 모이는 구조적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귀중한 자원을 허접쓰레기처럼 생각하는 정부의 안목에 기가 찰 노릇입니다. 육지 민물에서도 미꾸라지 지름장어 뱀장어 따위의 장어 과(科)는 펄에서 나는 플랑크톤을 즐겨먹기 때문에 육질이 더 단단해지고 영양가도 만점이라는 사실에서 보듯 갯벌은 어류에 있어 최고의 성찬(盛饌)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홍어는 서남쪽 바다에서도 식물성·동물성 미생물을 맘껏 섭취하는 것은 물론 여기에 오징어, 새우, 게, 갯가재와 조기, 꽁치 등을 가리지 않고 먹습니다. 해부해 볼 필요도 없이 홍어탕을 끓이려다 내장 손질을 해보면 답이 나오겠죠. 그렇다면 이번엔 지구 정반대쪽 칠레땅으로 가봅니다. 칠레산 홍어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합입니다. 칠레 앞바다는 아시다시피 지구본을 놓고 한반도 아무 데서나 드릴로 뚫으면 나오는 곳입니다. 극과 극이 통하는 곳이므로 계절만 반대일 뿐 맛은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칠레와 FTA 를 한 것은 우리에게 대단한 행운입니다. 최고급 흑산 홍어가 맛이 떨어질때 쯤에 냉동 칠레산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칠레의 바다는 서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깊어 능성어와 비슷한 어종, 우럭과 놀래미, 바닷장어, 게와 가재가 많습니다. 이는 가까운 바다보다는 심해에 살고 있는 어종들입니다. 동아시아가 여름일 때 그곳은 한 겨울이므로 우리나라 홍어와 서로 보완관계에 있습니다. 따라서 칠레산이 맛이 없다고 타박하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해동 후의 온습도 그리고 관리 소홀로 인해서 당장 여름엔 맛이 없다는 선입견을 가진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활어(活魚)와 선어(鮮魚)의 차이가 뚜렷하고 홍어는 여타 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발효식품입니다. 행여 뭐가 잘못되었다면 위장에 들어가서 새로운 반응을 일으켜 아무 문제없이 만들어 버리니 이게 무슨 대수겠습니까. 여름에는 대개 음식을 잘못 먹고 탈이 나기 쉽습니다. 그래서 예전 어른들은 구체적으로 장마와 뙤약볕이 뜨는 8월까지는 돼지고기를 입에 대지 못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예외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된장입니다. 된장과 함께 먹으면 웬만한 질병은 거뜬히 이겨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고기는 소금을 쳐서 먹지만 돼지고기는 된장에 삶질 않습니까. 그렇다면 정녕 홍어를 여름철엔 먹을 수 없느냐 하면 결단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름철 수많은 악조건에 노출되었으므로 맛이 덜할 수 밖에 없겠지만 삭히고 보관하는데 철저히 원칙만 지킨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사실 사람들 스스로가 맛을 버려놓고는 맛없다고 불평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다만 홍어탕과 무침 맛이 떨어지는 까닭은 무우 때문인데 제 철이 아니라 단단하지 못하고 수분을 과다함유하고 있으니 어쩌겠습니까. 이럴때는 미나리로 대체해야지요. 날씨가 더우면 자연스럽게 뜨겁고 열나는 걸 피하게 됩니다. 하지만 습한 냉기를 덜어내는 데는 홍어만한 음식이 없습니다. 찬 성질의 홍어는 특히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이 여름을 날 때 아이스크림 몇 개보다 효과가 있습니다. 없어서 못 먹는 홍어지만 여름철엔 시장에서 단돈 만원에도 꽤 큰 것을 만질 수 있습니다. 내장을 발라 달라고 한 후 김치냉장고의 힘을 빌리면 간단합니다. 마나님께서 잔소리를 늘어놓으실지 모르지만 여성미용과 산후조리, 비만치료에 그만이므로 그 사실을 알면 반대는 사라지겠죠. '웰빙'이 따로 있겠습니까. 텁텁한 막걸리에 홍어나 한점씩 드셔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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