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류는 봄에 맛있다는 상식에 기대지 않고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에 맛을 내니 말이다. 꼬막도 그렇다. 크리스마스 이브 무렵에 제일 맛이 있으니 여타의 패류들과는 확실히 노는 물이 다르다. 이쯤 되면 굴과 꼬막을 패류의 이단아가 아닌 패류의 '귀족'이라 불러주고 싶다. 특히 굴은 맛도 맛이지만 영양 면에서도 으뜸이다. 굴의 물렁함과 향이 싫어서 잘 먹지 않은 사람도 '바다에서 나는 우유'라는 말은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 몸에 좋은 굴, 두 말하면 숨 가쁘다. 김장 김치 속에서 발견한 굴, 횡재한 기분 내가 가지고 있는 굴에 대한 기억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장김치에는 반드시 굴이 들어갔다. 잘 익은 김치를 먹다가 발견한 굴은 멸치반찬 먹다가 발견한 오징어 새끼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마치 횡재라도 한 듯했다.
요즘은 굴 전문점도 많이 생겨났고, 겨울철이면 흔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나에게 있어 굴의 최고 일미는 김장김치 속에서 적당히 숙성된 굴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바야흐로 굴 세상! 여기서도 굴! 저기서도 굴! "날 좀 보소~ 날 좀 먹으소~" 굴이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시간투자 해 가며 멀리 찾아가지 않아도 싱싱한 굴 맛을 즐길 수 있는 요즘이다. 굴을 먹지 않으면 겨울이 끝나지 않을 정도로 계절의 진미가 되어버린 굴. 다양한 굴 요리를 통해서 그 참맛을 느껴보자. 굴 요리의 매력은 향기 굴을 먹을 때는 크게 생굴. 익힌 굴. 굴구이. 3가지 방법이 있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겠지만, 나는 뭐니 뭐니 해도 생굴로 먹는 게 굴에 대한 예의라고 본다. 생굴로 먹었을 때 향긋함과 바다내음이 입안 가득 퍼지기 때문이다. 만화 <맛의 달인>에도 "굴 요리의 매력은 향기에 있다"라고 나온다. 맞다! 향기 없는 굴은 상상할 수도 없다. 향미를 즐기기 위해서는 간수를 이용해 재빨리 씻어내야 한다. 씻어낸 굴은 바로 먹어야 그 맛이 변하지 않는다. 생굴을 초장에 찍어먹지만 난 초장 같은 건 가까이 두지도 않는다. 초장한테 조금이라도 굴 향을 뺏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굴을 먹을 때는 굴만 먹는다. 굴과 아삭하게 씹히는 채소가 어우러지는 굴 무침
밥과 함께 먹기에 훌륭한 반찬이기도 하다. 요리도 간편하다. 주 재료는 굴과 무. 당근이면 오케이다. 무와 당근은 얇게 썰어 가로세로 2cm 크기로 사각 썰기를 해서 소금에 잠시 절여 물기를 뺀다. 무에 많이 들어있는 비타민C는 속살보다 껍질에 배나 많으니 몸을 생각한다면 껍질째 먹는 게 좋다. 잘 씻은 굴에 무와 당근을 섞는다. 조개젓 건지를 다진 것과 고춧가루, 깨소금 다진 파를 넣어서 조물조물 무쳐내면 굴 무침 완성이다. 바로 먹기보다 냉장고에 2~30분 넣었다가 먹으면 양념이 조화가 되어 맛이 깊어진다. '향'이 살아있는 굴을 무. 당근과 함께 먹으면 굴 무침의 진가가 발휘된다. 씹히는 맛이 없는 굴의 단점을 아삭아삭 씹히는 채소가 보완해 주기 때문이다. 굴만 먹었을 때 물리게 되는 그 느낌도 없다.
따라서 무조건 자연산 굴만 선호하지 말고 요리의 용도에 맞춰서 골라야 한다. 물회 용으로는 확실히 잔굴이 좋다. 수저로 떴을 때 여러 가지 '채'와 함께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굴만 잘났다고 튀는 맛이 아니고 재료의 어울림 속에서 맛이 솟아난다.
배가 많이 들어가면 단맛이 많아지니 무와 오이채에 비해 2대1만 넣는다. 채는 곱게 썰수록 재료들이 독립운동을 하지 않는다 "뭉치면 산다"가 아닌 "뭉치면 맛이 난다" 동치미에 굴과 채를 넣고 고춧가루와 깨소금을 뿌려주면 "달콤 새콤 시원한 굴 물회 완성이요." 해장만점 요리 '굴두부 조치' 음주하는 날이 많아지는 12월, 식상한 해장국 대신 별난 해장국 '굴두부 조치'가 있다. 궁중음식으로 '조치'는 찌개를 말한다. 간편한 요리법에다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음식이다. 끓는 물에 깍둑썰기 한 두부를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한다. 두부가 떠오르면 굴과 실파 홍 고추를 넣고 한번만 끓여낸다. 불을 끄고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려도 된다. 시원한 국물 맛에 반한다. 여느 해장국 생각나지 않는다.
굴 있어 맛있는 겨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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