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색화 시즌입니다.
우리는 겨울철 자생지에서 가끔 주금화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어렵게 만난 주금화가 좋은 색 성질을 가진 품종인지 그렇지 않은 지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시기에 관계없이 색이 잘 들었으면 좋은 주금화, 그렇지 않으면 C급 주금화 라고 쉽게 판별을 내리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산채 주금화의 판별은 그리 쉽게 결론 내릴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색이 약하다 해서 C급이라고 단언할 수 없으며 색이 짙다해서 더 들어올 것이라는 보장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대다수의 색화들은 몇 월에 산채 되었느냐에 따라 후에 그 품종의 색조 발현과
우열에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품종이라도 1월의 주금화 꽃망울의 색상이 다르고 2, 3월에 발견되는 주금화의 색상이 달라지게 됩니다.

주금화의 화색은 크게 주황, 주등, 주홍색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비교적 산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황화는 황색 색소가 다량 포함되어 있어 황화 같아 보이지만, 화판을 자세히 보면 참외 결 모양의 화선 사이(=화맥(花脈))에 약간의 붉은 오렌지색을 띄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으며 주홍화는 황색보다 홍색 색소가 다량 포함되어 있어 홍화에 가깝게 보이지만 순수한 홍화와 구별되는 점은 홍색바탕에 황색색소가 일정량 깔려있어 붉지만 노란색이 감지된다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순수한 홍화나 적화는 화판에 노란색소를 포함하지 않으며 색이 들어올 때부터도 순수한 붉은 색소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주등화도 종류가 많습니다만, 대체로 주황화와 주홍화의 중간색 정도로 자리하게 됩니다.

자생지에서는 주금화 꽃망울이 부엽에 깊이 파묻힌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조금씩 녹이 찬 상태로 존재합니다. 그것을 분에 심고 화통을 씌우게 되면 녹이 없는 깨끗한 발색의 주금화로 개화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배양시 대다수의 주금화는 후천성 색소발현의 성질을 가진 것들로 꽃봉오리가 생성될 무렵인 7∼8월부터 꽃대가 오르기 직전까지 화통으로 차광을 하는 것이 화색을 맑고 투명하게 발색시키는데 중요한 요건이 됩니다.

대체로 자생지에서 비교적 쉽게 채집되는 주금화들은 후천성이라지만 급발색의
품종들이 대다수입니다. 충분히 동면을 거친 주금화들은 부엽 깊이 묻혀있는 것일 경우 채집되면서 불과 수분만에 발색이 진행되는 현상을 우리는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과 비근한 재미있는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후천성이지만 급발색 주금화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하는 애란인들은 난 판매 사이트에 소개되어 있는 주금화를 구입한 후 개화시켜 보고 실망하며 불신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난 판매 사이트에 올려져 있는 주금화들은 본성의 색 성질이 어느 정도인지를 제시하는 방법상의 이유로 꽃망울 상태에서 조기 발색시키는 것이므로 이미 발색된 주금화를 구입해서 꽃대를 올리고 개화를 지켜본다는 것 자체가 실망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임을 아셔야 합니다.

이러한 후천성 급발색 주금화의 특성은 꽃망울 때 2~3일 정도 일단 발색시키게 되면 꽃이 피어도 색이 더 들어오지 않을뿐더러 개화 시에는 오히려 화색이 퇴조를 보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또한 꽃망울 상태에서 발색 시에는 화판이 서로 겹쳐있어 색이 짙게 보이지만 화판을 펼쳐보면 화색이 당장 옅어져 보인다는 사실도 참고하셔야 합니다.
똑같은 얘기지만 꽃이 피면 색이 날아간다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꽃망울 때는 화판이 겹쳐있어 짙게 보였던 화색이 개화 시에는 응축된 색소가 화판 전체로 고루 퍼지며 잎이 펼쳐지면서 색도가 낮아 보이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주금화의 화통관리는 꽃대가 오른 후 화판이 펼쳐지기 직전에 화통을 벗기는 것이 최고의 발색을 유지하게 하는 비법이 되는 것입니다.

그로부터 넉넉히 3~4일 2~3시간 정도 오전 햇빛을 쬐어주면 주금화의 발색은 최고도에 이르게 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색이 날아간다고 느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좋지 못한 품종이라서 그런 것이 아닌 난의 건강상태와 색화 발색관리에 대한 모든 환경조건이 충족되지 못했을 때 그러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생각하시면 옳습니다.

홍색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주홍화도 배양환경에 따라 엉뚱하게 황색을 많이 띄는 주황화로 필 수도 있습니다. 배양환경과 비배관리를 어떻게 유지했느냐에 따라 화색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지요.

난과 생활지에서도 몇 번 소개된 얘기지만 배양토의 성질이 알칼리성이냐 중성이냐 산성이냐에 따라 화색은 어느 정도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애란인들의 경험을 통해서 밝혀진 바 있으며, 일단 산채된 색화들은 급격한 환경의 변화로 자연스럽게 화색을 발현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경험있는 애란인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선배 애란인들이나 난 상인들이 흔히 하는 말로 산채된 꽃은 믿을 수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들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것은 분명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난실에서 배양해 보면 다음 해에 피는 꽃은 대다수가 산지에서 핀 것과 다르게 나타나 실망한 나머지 산으로 돌려보내거나 아무에게나 줘버리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은 너무 성급한 판단일 수 있습니다.

1, 2년 정도 발색시켜 보고 아니라고 포기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색소인자가 있는 개체는 머지않아 분명히 자신의 색 성질을 드러내게 됩니다.
개체성질에 따라 예외도 있지만 넉넉히 3~4년 후라면 틀림없이 산채 되었던 그 꽃색 이상으로 색소를 발현시킬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산채된 다음 1∼2년 후에 피는 꽃은 비교적 기대 이하의 꽃들이 필 확률이 높습니다. 뿌리의 움직임, 생장환경의 변화 등으로 인하여 모든 생장, 생식과정에서 개체가 지니고 있는 본연의 성질을 자연스럽게 발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외로 위의 경우라도 올해 산채된 건강한 모촉 벌브에서 꽃망울이 달렸을 경우, 60~70% 정도의 확률은 개체 본연의 색상이 발현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색화나 무늬꽃들은 대주로 배양한 뒤 꽃을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한 본성을 파악하는 길입니다.

주금화의 발색은 오전 햇빛으로만 발색시켜야 합니다.
주금화는 선천성이나 후천성의 경우 오후의 강한 햇빛을 많이 쬐게 되면 오히려 탈색이 일어나며 겨울철의 적절한 햇빛관리는 색소가 뚜렷이 축적되어 나중에 안정된 화색을 만드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쉬운 예로 간판의 붉은 페인트로 쓴 글씨는 수년만 지나면 모두 탈색되어 흔적만 희미하게 남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붉은 색은 예쁘지만 모든 색 중에서 가장 탈색이 빠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참고로 우리는 자생지에서 때아닌 시기에 아주 곱고 짙은 발색을 보여주는 선천성 주금화를 만날 때도 있습니다. 과연 선천성 주금화들은 언제부터 색소를 나타내기 시작할까요?
선천성 주금화는 선천성이라고 해서 꽃망울이 생겨날 때부터 색을 띄는 것은 아닙니다.
필자도 난을 키우면서 항상 궁금하게 생각했던 점이었습니다.
전혀 저온처리가 되지 않았는데도 훌륭한 발색을 보이는 점이 가장 궁금했습니다.
선천성 색화들은 적어도 꽃망울이 충실해지며 밤낮의 기온차가 급격해진 이후가 되어야 비로소 색소가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그 시기는 정확히 산야에 단풍이 물드는 시기, 이르면 10월 중순 이후, 거의 11월이면 우리는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주금화 꽃대올리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대체로 후천성 주금화의 경우 꽃이 피기 직전에 화통을 벗깁니다.
꽃대를 올리기 시작할 때부터 습도를 높여주고 어두운 곳에서(어둡지 않으면 꽃대가 자라기도 전에 개화부터 진행됨)온도를 10도∼15도 정도로 서서히 가온을 합니다.

꽃대가 자라는 중에도 궁금해서 화통을 자꾸 벗겨보게 되면 개화하려고 꽃망울이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충분히 자랐다고 생각되면 화통을 벗기고 포의를 벗는 과정에서 약한 햇빛에 차츰 길들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온하는 경우가 있고 자연온도로 꽃대를 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자연온도에 맞춰 꽃을 보려면 적어도 3월 중순은 되어야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아파트 베란다의 경우는 2월이라도 햇볕이 난실에 드는 경우 가온의 효과가 발생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모든 색화에 있어서 동일하지만 급격히 꽃대를 올리는 것은 충실한 꽃대와 발색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빠른 시간에 꽃대 올리는 일은 벌브 내에 많은 영양소를 소모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필자는 자연개화와 비슷하게 서서히 유도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견해를 드리고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저온에서 충분히 휴면을 시키고 꽃대를 올리는 시기부터 1개월 이내에 개화를 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신선하고 선명히 개화된 색화를 감상할 수 있으며 꽃대 올릴 때부터 개화까지의 시기가 너무 길면 색 입자가 응결되어 제대로 색상이 발현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색화를 개체 본연의 색소에 만족하게 개화시키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일단은 품종자체가 우수해야 하고 그 다음 품종이 지닌 발색성질을 다년간 경험해야 하는 것입니다. 색화발색에 대한 난 잡지와 관련잡지를 탐독하고 오랜 시간 연구와 실험을 거듭한 후에야 비로소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맛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끝으로 주금화는 물론 모든 색화와 무늬를 가진 산채 화예품들은 난실에서 첫 꽃눈을 붙였을 때 품종의 예와 속성을 보다 쉽게 파악하기 위해서 반드시 화통을 씌워야 합니다.
꽃망울의 적절한 습도유지로 화형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색화의 진위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 하다못해 자화도 일단 씌워두어야 먹자화인지 자홍색화인지, 나중에도 캡을 씌워야 할 개체인지 그럴 필요가 없는 개체인지 그 본성을 파악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무늬꽃의 경우에도 복색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화통을 일정기간 씌워줘야 색화의 기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00품종은 화통을 씌울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은 이미 대량 번식되었거나 꽃이 확인된 난을 배양할 때의 얘기이고, 산채품과는 전혀 별개의 의미라는 것을 인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출처:대박난우회.글쓴이:인연초

'화훼재배 > 난과 난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갈이와 증식방법  (0) 2008.05.28
산채후 관리  (0) 2008.04.16
연부병  (0) 2008.04.16
부패병 (腐敗病, Fusarium Wilt , Fusarium 시듬병)  (0) 2008.04.16
백견병  (0) 2008.04.1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