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蓮)은 버릴 게 하나 없는 식물이다. 요즘 싹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연잎, 7월 중순께 활짝 피는 연꽃, 10∼11월에 나오는 연씨, 보통 12월∼이듬해 3월에 수확되는 연근이 모두 한방 약재로 쓰인다.

연과 수련은 엄연히 다른 식물이다. 수련은 잎 크기가 손바닥만 하며 관상용이다. 연은 꽃 색깔에 따라 홍련(紅蓮)과 백련(白蓮)으로 나뉜다. 홍련은 잎의 지름이 40㎝가량이며 뿌리만 먹는다. 식용·약용으로 주로 쓰이는 것은 백련이다. 잎이 홍련보다 크고(지름 약 60㎝)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연잎의 약성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지방 분해를 돕는 것이다. 2006년 한국식생활문화학회지에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실험용 쥐에게 연잎 추출물을 섭취하도록 했더니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떨어졌다.

약효 성분을 잘 섭취하려면 연잎을 차로 만들어 마시는 게 효과적이다. 채취한 연잎을 자르면 젖처럼 하얀 수액이 계속 흘러나온다. 좀 비릿한 이 냄새를 없애려면 그늘에서 오래 말려야 한다. 물 500mL에 말린 연잎 5g을 넣고 끓인 뒤 약한 불로 15분가량 천천히 우려내면 연잎차가 만들어진다. 이 차는 입냄새를 없애고 변비를 예방하며 소변이 잘 나오게 한다.

또 연잎 삶은 물로 몸을 씻으면 피부가 부드러워지고 피부병 치료에도 좋다. 아직 세포 차원의 연구이긴 하지만 연잎 추출물이 피부 주름 개선에 유효하다는 연구 논문도 나왔다.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다. 연꽃도 차로 만들어 마실 수 있다. 연꽃차의 주된 효능은 피부 미용을 돕고 피를 맑게 하며 술독을 풀어주는 것이다. 신경과민·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불면증·우울증을 가라앉히는 효과도 있다.

연씨는 연꽃의 열매로 연자·연실·연밥으로도 불린다. 한방에선 양기를 올리는 약재로 쓴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금쇄사선단’이란 약은 연꽃의 꽃술과 연씨를 섞어 만든 것으로, 정력을 지나치게 소모해 음낭이 습하거나 정액이 부족한 환자, 발기부전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주로 처방한다.

식용으로 가장 널리 사용하는 부위는 뿌리(연근)다. 주성분은 당분(대부분 녹말)이며 비타민 C(항산화 효과), 칼륨(혈압 조절), 식이섬유(변비 예방·콜레스테롤 저하)가 상당량 들어 있다.

연근은 맛이 달면서도 떫다. 떫은 것은 타닌(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의 일종)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타닌은 소염·지혈 작용이 있어 점막 부위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피를 멎게 한다. 위염·위궤양·십이지장궤양 등 소화기에 염증이 있거나 코피가 잦은 사람에게 연근 반찬이 좋은 이유다.

연근을 자르면 절단 부위가 검어진다. 타닌이 산화되기 때문이다. 식초물에 담가두면 변색을 막을 수 있고 아삭아삭해지며 떫은 맛도 사라진다.

연근은 색깔이 희고 부드러우며, 무겁고 구멍이 적을수록 상품이다. 조리할 때 철제 냄비로 삶으면 색이 검어지므로 피한다. 만성 설사가 있는 사람은 과다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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