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입니다. 얼마 전 배추상인과 밭떼기로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30%의 계약금만 받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수확기가 얼마 안 남은 며칠 전 장마로 인해 농작물의 상당 부분이 훼손되었습니다. 상인은 계약을 해제하거나 아니면 상당 부분의 감액을 요구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답〉귀하와 배추상인과의 밭떼기 계약은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 걸로 보입니다. 이러한 계약에 따라 귀하는 상인에게 배추를 인도할 의무를 지며, 상인은 나머지 잔금을 지급할 의무를 지게 됩니다. 이와 같이 계약 당사자 쌍방이 권리와 채무를 지게 되는 계약을 쌍무계약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계약 체결 이후 계약 당사자 중 어느 일방의 잘못으로 인하여 계약의 이행이 불가능하게 됐을 때에는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상담 내용처럼 천재지변이나 제3자의 방화 등 당사자의 잘못 없이 계약 이행이 어렵게 됐을 경우에 우리 민법은 채무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위 사안과 같이 계약 체결 후 이행 전에 천재지변으로 인해 농작물이 멸실되었을 때 농민은 상인에게 남은 잔금을 청구할 수 없고, 상인은 농민에게 밭떼기 배추의 인도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이미 상인이 농민에게 선금으로 지급한 대금은 법률상 부당이득이 되어 상인에게 반환해야 합니다. 결국 천재지변인 장마로 인해 배추가 소멸된 경우 이러한 손해는 농작물을 인도하여야 할 채무를 지는 농민이 부담하게 되는 셈입니다.
따라서 장마에 의한 배추의 손실은 귀하가 부담해야 하므로 상인이 요청하는 배추가 훼손된 만큼의 감액 청구를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배추가 약정된 수거기일을 넘겨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면 그 부담은 매수인인 상인에게 돌아가게 되므로 농민의 입장에서는 상인에게 잔금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누가 위험을 부담하느냐에 관해 민법의 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이므로 계약시 천재지변 등으로 인한 위험부담을 매수인인 상인이 지기로 하는 특별 약정도 가능합니다. 또한 계약과 동시에 농작물을 상인에게 인도하기로 약정한 경우에는 매매대금은 전액 지급되지 않았더라도 농민 측의 이행은 종결되었으므로 이러한 위험부담은 상인이 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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