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농사는 벌레와의 싸움

무·배추 김장채소의 성패는 9월 초·중순 밭 관리에 따라 좌우된다. 충분히 물을 주고 수시로 벌레를 잡아주는 등 이 시기에 어린 모를 잘 키워내야 늦가을에 실한 ‘작품’을 얻을 수 있다. 가물면 진딧물이 쉽게 번식하기 때문에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물을 많이 주고, 시간 날 때마다 주말농장을 들락거리며 벌레를 잡아줘야 한다.

 



입 비뚤어진 모기도 물리면 아프지만, 아무튼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를 넘기면서 무더위는 저만치 물러갔다. 처서 지나 9월로 접어들면 농촌의 산과 들은 예초기 소리로 요란해진다. 계절이 바뀌며 풀들의 기세가 꺾인 이맘때가 벌초하기에는 제철이기 때문이다.
도시 교외 주말농장의 하늘도 점점 파래지면서, 새 땅에 적응하기 위해 잠시 몸살을 앓던 배추가 드디어 땅내를 맡기 시작했다. 옮겨 심을 때만 해도 야리야리하던 잎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파릇파릇 생기가 돈다. 씨로 뿌린 무도 앙증맞은 떡잎을 한창 밀어올리고 있다.
봄여름 내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혔던 잡초 걱정은 이제 접어도 좋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에 풀들의 전성시대도 끝이 났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고 거저먹는 농사는 없는 법이어서, 가을 채소 농사에는 벌레가 많다. 살충제를 사용한다면야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무농약 주말 농사를 작심한 바에야 배추벌레·무잎벌레·진딧물은 가을 한철 맞서 싸워야 할 피할 수 없는 놈들이다.
목초액·은행잎즙을 이용하자
9월의 주말농장은 그 어느 달보다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한 해 주말농장의 꽃이자 하이라이트인 무·배추 농사의 성패는 파종 또는 아주심기 후 1~3주 사이에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가을 농사는 이 시기에 어린 모를 얼마나 튼실하게 키워내느냐에 달려 있다.
여느 작물과 마찬가지로 무·배추 역시 가장 기본은 물주기다. 특히 초가을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물주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 가물면 진딧물이 쉽게 번식하기 때문이다. 진딧물은 한번 번지기 시작하면 퇴치가 힘들므로 가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웃거름으로는 오줌이 훌륭하다. 지난 1월호에 이 코너를 시작하며 언급했듯, 오줌에는 질소질 성분이 많아 배추 같은 잎채소를 기르기에 아주 좋다. 플라스틱 병이나 페트(PET) 병에 모아 보름가량 삭혔다가 물에 타서 뿌려주면 화학비료 못지않은 효과를 낸다. 온 가족이 각자 통을 정해 모아나가면 일주일 분으로 쓰고도 남는다.
물주기, 오줌액비 만들어 뿌리기와 더불어, 가을 농사에서 또 하나 매주 챙겨야 할 게 벌레잡기다. 벌레잡기는 자주 할수록 좋다. 무·배추밭에는 본잎이 자라나오기 시작할 때부터 무잎벌레(청벌레라고도 부르며, 작은 딱정벌레처럼 생겼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며, 어느새 그놈들의 애벌레까지 준동한다. 이 시기에서 한두 주 시간이 지나 배춧잎이 아이들 손바닥만 해지면 드디어 배추벌레도 등장한다. 연두 또는 초록빛의 배추벌레는 무잎벌레만큼 개체 수가 많지는 않으나, 큰 것 한 마리만 있으면 포기 전체의 생육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괴력이 강하다.
벌레는 일일이 손으로 잡아주도록 한다. 처음 잡는 사람들은 핀셋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몇 마리 잡다 보면 거추장스럽고 속도도 느린 게 역시 손이 가장 편하다.
벌레 예방 및 퇴치를 위해서는 목초액이나 은행잎즙을 작물에 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목초액은 숯 냄새로 벌레의 접근을 막는데, 완전한 퇴치는 힘들더라도 효과가 상당하다. 다만 목초액은 강산성이라 농도가 진하면 작물에 해를 입히므로 500배액으로 만들어 물뿌리개로 뿌려주도록 한다. 500배로 희석한 목초액은 벌레를 쫓을 뿐 아니라 작물의 생육도 돕는다. 벌레가 많이 끓고 있을 경우에는 100배 정도로 진하게 희석해서 분무기로 잎 앞뒷면에 살포하면 어느 정도 퇴치가 가능하다.
은행잎즙은 최근 등장한 병해충 방제법의 하나로, 은행나무는 병도 없고 벌레도 끓지 않는다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해, 집 주변의 은행나뭇잎을 따서 믹서에 물을 넣고 갈아 헝겊으로 짜기만 하면 된다. 이것을 다시 물과 1대 1로 섞어 물뿌리개로 뿌려주면 벌레가 몰려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여러 차례 시도해본 결과 은행잎즙은 농도를 더 진하게 해도 작물에 해가 없었다).
오줌액비와 목초액·은행잎즙은 매주 한 차례씩은 뿌려주도록 한다. 오줌액비는 작물 사이에, 목초액·은행잎즙은 작물에 직접 뿌린다. 목초액과 은행잎즙의 경우 물뿌리개로 뿌린 후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한 번 분무기로 잎 앞뒷면에 살포하면 벌레 퇴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모종을 아주심기 한 배추와 달리, 씨앗을 줄뿌림 또는 점뿌림한 무는 자람새를 봐가며 계속 솎아줘야 한다. 떡잎 단계에서는 이웃한 싹에 해가 가지 않도록 가위로 자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9월 초·중순경 본잎이 자라나오면 솎아낸 것을 먹어도 되며, 포기 사이의 간격이 한 뼘이 되면 그때부터는 솎기를 중지하고 키우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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