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골에 내려올때면 오늘은 무슨꽃을 만날까?
늘 기대감을 갔습니다.
계절마다  소담스레 피고 지는  자연이 주는 기대감입니다.
오늘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나리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은은한 향기가 텃밭에 가득합니다.

 

 

두주 연속해서 주말에 비가 내립니다.
자칫하면 계획했던 일을 망칠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듭니다.
곁눈질로 주변을 건성건성 훑으며
이런저런 생각들로 뒤숭숭한데
전깃줄에 앉아 노닥거리는 비둘기의 모습은 평화롭습니다.

 


농장의 터줏대감인 은행나무가지가 인사라도 하듯 바람에 흔들립니다.
초여름의 다락골은 모든 근심을 내려놓은 듯 여유롭습니다.
그늘막에 덩그러니 놓인 낡은 나무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더불어 사는 이치를 되짚어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보다는 결국 모든 일은 다 지나간다고
살아가는 과정의 한 순간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속 편해 보입니다.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마주보고 웃지도 못하고 그냥 돌아서는 것이 아쉬워
비를 질질 맞아 가면 밭뙈기에 들어섭니다.
훤칠하게 큰 옥수숫대마다 곁이삭도 여럿 생겨났습니다.
알이 꽉 찬 실한 옥수수통을 키우기 위해 곁이삭을 솎아냅니다.
비에 섞여 옥수수 꽃잎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지금까진 잔병치례 없이 고추가 자랐습니다.
주렁주렁 풋고추가 매달렸습니다.
물기를 흡수한 탓에 활력이 넘칩니다.
잘못 만지면 툭! 툭! 가지가 부러질 것만 같습니다.
키 높이에 맞춰 3번째 버팀줄을 칩니다.
햇볕과 바람이 잘 스미게  넉넉하게 품을 벌려 잡아맵니다.

 

 

부추 밭이 풀밭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잡초들 사이에서 묘한 외로움을 느꼈을 부추들이 측은합니다.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그냥 방치했다간 영영 되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스칩니다.
잡초를 뽑아내는 일은 답답하고 지루한 일입니다.
가혹하고 냉정하게 매질을 합니다.

 

 

 

텃밭에서 만나는 자연의 사계절과 돈 내고 떠나는 꽃구경은 깊이가 다릅니다.
조용히 자연을 느끼며 묵묵히 이 순간을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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