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길목
유월입니다.
삶도 흐르는 시간도 숨 가쁘게 지나갔습니다.
기대와 집착의 끈을 놓지 못하고 애면글면 살아왔습니다.
연휴
구석진 골짜기에 쪼그리고 앉아
연초에 하고자했던 바램이 잘 지켜지곤 있는지
풀뿌리를 파헤치며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집니다.
스멀스멀 박무가 드리우고 간간히 안개비도 내립니다.
"발등에 오줌 싼다"던
절기 '망종'의 풍경도 많이 바랬습니다.
보리 수확과 모내기가 겹쳐 허리 펴고 다닐 사이 없이 바쁘기만 했던 시절.
논두렁에 둘러앉아 못밥 먹던 기억.
그때의 인심은 후덕했습니다.
다락골에도 모내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써레질을 마친 논배미에 초여름 밤하늘이 슬그머니 마실 나왔습니다.
물에 비친 초승달이 황홀합니다.
허름한 시골집에 귀한 분들이 오셨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서
힘들 때나 기쁠 때나 늘 의지하며 삽니다.
화롯가에 둘러앉아 살아온 흔적과 살아갈 이야기를 나눕니다.
산마늘은 벌써 가을입니다.
몸뚱이를 키우는 영양생장을 끝내고 종족번식을 위해 꽃 진 자리에 씨가 맺혔습니다.
골프공처럼 묘하게 생긴 꽃봉오리에 씨가 여뭅니다.
"씨앗이 여물기 시작하면 헌 스타킹을 씌워주세요.
그래야 씨앗들이 도망가질 못해요.
채종을 마친 씨앗은 축축한 흙과 섞어 보관하다 장마철에 뿌려놓고 그냥 냅 두세요.
그럼 이듬해 봄에 싹이 틀 거예요."
처음 심어본 작물일지라도
사이버공간에서 사귄 친구들이 스스럼없이 들려주는 소중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됩니다.
성심을 다해 씨앗을 뿌렸습니다.
그리고 하늘에게 맡겼습니다.
주말마다 변해가는 모습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누구 하나 겉돌지 않고 잘 자랐습니다.
수확해야하는 슬픔을 옆지기에게 맡겼습니다.
자연이 베푼 귀한 결실을 이웃과 공유합니다.
유형의 값어치로만 따지면 하찮고 보잘것없는 푸성귀인지 모릅니다.
정성껏 키웠습니다.
곳간에 인심난다고
짐칸도 모자라 승용차 뒷좌석까지 가득 채웠습니다.
빚만 지고 살아온 삶
나눔해드리지 못한 사람들이 걸립니다.
"쌈채, 조금 뜯어 가는데…….
언니 집에 계세요?"
돌아오는 길 내내 옆지기의 전화질은 계속됩니다.
더하기도하고 빼기도하고
옆지기의 행복한 고민은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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