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병의 특효약 삽주

 

삽주는 위와 장을 튼튼히 하는 작용이 뛰어나 장 기능이 허약한 이에겐 최고의 영약이라 할 수 있다.
위장의 찬 기운과 담음을 몰아내 밥맛이 좋아지고 몸이 가벼워지게 한다. 또 관절이나 체내의 풍습을 치료한다.
 

굶주림을 면하게 해준 삽주 뿌리
판소리 <흥보가>를 듣다 보면 ‘남양 초당 경 좋은데 만고지사 와룡단’이란 말이 나온다.
만고지사는 『삼국지』에 나오는 촉의 제갈공명을 가리킨다. 
제갈량이 출사하기 전 초려를 짓고 살았던 곳이 하남성 남양현이라고 한다.
이 무렵의 일인 듯하다.
갈홍의 『포박자』에 전하는 얘기가 있다.
전쟁과 기근으로 사람들의 삶이 피폐하기 짝이 없었던 한나라 말 하남성 남양현에서 문씨 성을 가진 여자가 난리를 피해 호산(壺山) 산속으로 도망을 갔다.
산중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굶주림으로 다 죽게 되었는데 한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삽주(朮)라는 풀의 뿌리를 캐 먹으라고 일러줬다.
삽주의 뿌리를 캐 먹자 배고픔이 없어지고 점점 몸에 기력이 나기 시작했다.
문씨는 그렇게 삽주를 캐 먹으며 산속에서 10여 년을 살다 고향을 찾아 돌아갔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녀를 보고 모두 놀라워했다.
문씨의 안색은 마치 앳된 아가씨 같았고, 기력도 젊은 남자 못지않았다.
문씨의 얘기가 사람들 사이에 전해져 남양현 인근에선 삽주가 신약으로 알려지게 됐다.
이 남양현에 진자황이라는 이가 있었는데 그의 부인 강씨가 문득 병에 걸렸다.
식욕이 고르지 못하고 얼굴빛이 누렇고 몸이 무거워져 침대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진자황은 사방에서 의원을 청하여 치료하였으나 효과가 없었다.
어느 날 그는 문씨의 이야기를 듣고 삽주를 캐다 처에게 복용을 시켰다.
그랬더니 강씨의 병이 나은 것은 물론, 안색과 기력이 20대와 같이 되었다. 

 

삽주, 장 기능이 허약한 이에겐 최고의 영약  

삽주는 위와 장을 튼튼히 하는 작용이 뛰어나

장 기능이 허약한 이에겐 최고의 영약이라 할 수 있다.
위장의 찬 기운과 담음을 몰아내 밥맛이 좋아지고 몸이 가벼워지게 한다.
또 관절이나 체내의 풍습을 치료한다.

그래서 식욕부진, 복부창만, 오심, 구토, 설사를 비롯해 몸이 무겁고

나른한 증상에 쓰인다.
관절에 물이 차는 삼출성 류머티스와 수족 저림, 관절통, 부종 등을

치료하며, 습사가 심한 유행성 질병과 감기 등에도 많이 사용된다.

 


동아시아 최고(最古)의 본초서 『신농본초경』은 삽주에 대해
“출(朮)은 맛이 달고 쓰며 따뜻하다.
독이 없다.
풍한습으로 인한 비증(수족이 저리고 아픈 증상)을 치료한다.
죽은 기육을 살리고 경(몸이 뻣뻣해지는 증상)과 저(악성 종기, 피부병)를 다스린다.
땀을 그치게 하고 열을 제거한다.
음식을 잘 소화한다.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배고픔을 잊게 된다.
일명 산계(山?)라 한다”고 하고 있다.


창출과 백출  

삽주는 흔히 창출(蒼朮)과 백출(白朮)의 두 종류로 나뉜다.
그런데 중국 남조 때의 의가(醫家)이자 도사인 도홍경(陶弘景, 452∼536) 이전에는 이런 구분이 없이 그냥 출로 통용됐다.
북송 때의 의가 구종석에 의하면 “과거엔 단지 출이라고만 하였지 창출과 백출로 나누지 않았다.
그런데 도은거(隱居, 도홍경의 호)가 처음으로 출에 두 가지가 있다고 하여 그 후 창·백의 두 종으로 나뉘었다”고 했다.
모산(茅山)의 도사였던 도홍경은 모산에서 나는 단면이 붉은색을 띠는 삽주를 주의 깊게 관찰해 이를 적출(赤朮)이라고 했다.
그는 출을 적출과 백출의 두 종으로 구분하고 잎의 생김새와 뿌리줄기의 맛, 약성 등의 차이를 기술했다.
적출은 잎이 작고 백출은 잎이 크다.
또 적출은 잎자루가 없는 데 반해, 백출은 잎자루가 있고 털이 있다.
뿌리는 적출이 조금 쓴맛이 나며 기름(정유 성분)이 많은데, 백출은 맛이 달고 기름이 적다.
도홍경은 이들의 생산지와 채집 시기, 채집방법과 약물의 감별법, 제련과정 등에 대해서도 견해를 덧붙였다.
도홍경이 모산 삽주의 특징을 살려 이름 지은 적출은 어느 틈에 그 이름이 바뀌어

송나라 이후에는 모두 창출로 표기하게 된다.
오늘날 중국 약전에선 창출을 모(茅)창출과 북(北)창출로 나누고 있는데, 이 모창출이 바로 모산의 삽주를 가리킨다.
북창출은 만주삽주로 불리며 모창출과는 잎의 생김새나 뿌리의 기미가 조금 차이가 난다.
요즘의 식물명으로 ‘가는잎삽주’라고 부르는 모창출은 남(南)창출이라고도 한다.
유감스럽지만 우리나라에선 이 모창출이 나지 않는다.
북창출도 역시 우리나라 산야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에서 자생하는 삽주는 이들과 다른, 중국의 관동지방에서 많이 나는 관(關)창출의 일종인데

중국에서는 약전에 수록하지 않은 식물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에서는 이 관창출을 그냥 창출과 백출로 나눠 부르며 각기 다른 약재로 쓴다.
같은 뿌리인데 섬유질이 많은 모근(수삽주)은 창출로 쓰고 전분이 많은 덩이진 어린 뿌리줄기(암삽주)를 백출로 쓴다.
같은 뿌리인데도 기미가 다른 것으로 생각하고 쓰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중국에선 백출과 창출이 동일식물이 아니고 학명이 다른 식물이다.


본초학에서 방향화습약으로 분류, 항암작용 밝혀져  

북송 때의 한림학사이자 의가인 허숙미의 『보제본사방』에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허숙미 본인이 음벽(飮癖)이라는 병을 앓은 지 30년이 되었다.
음벽은 소화기질환으로, 명치가 더부룩하고 식욕이 없으며 음식을 먹지 않아도 배가 차 있는 것 같고 신물을 토하기도 하는 증상이다.
병이 깊어지면서 희한하게 여름이 되면 몸의 한쪽은 땀이 나지 않고 다른 한쪽은 땀이 났다.
그는 소싯적부터 매일 시를 읊고 문장을 짓는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운동이 매우 부족했다.
세월이 흘러 어린 시절의 건강한 체력이 점차 쇠약해지고 식욕도 부진해졌다.
독한 약을 써도 큰 효과가 나질 않아 모든 약을 물리치고는 다만 삽주를 가루 내 대추 살과 섞어 환으로 만들어서

하루 3번씩 3개월을 복용했다.
그랬더니 음벽이 나아 배가 아프고 구토하던 증상이 다 없어졌고 답답하던 흉격이 편해지고 식욕이 살아났으며

땀도 정상이 되었다. 시력도 좋아져 등불 아래서 조그만 글씨도 쓸 수 있었다.
삽주의 뛰어난 효과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본초학에서 방향화습약으로 분류하는
삽주는 건위제로 소화불량증에 널리 쓰이지만, 신장 기능이 약해져 소변 양이 적을 때, 몸이 붓고 어지럼이 있을 때, 습사로 인해 온몸이 아플 때도 쓴다.
아트락틸론이라는 정유 성분이 있어서 진정작용과 방향성 건위작용을 한다.
비타민 A 및 비타민 D도 함유되어 있어 야맹증에도 효과가 있다.
항암작용도 있어서 중국에서는 폐암과 위암에 효과를 보았다는 보고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민간에서 위암에 좋은 효과를 보았다는 사례들이 꽤 있다.


피부 미백과 멸균 향 등 다양하게 쓰이는 삽주

최근 국내에선 삽주 추출물이 비듬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능이 있고 치주질환과 치은염에도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피부 미백을 위한 식이섭취물로 연구되기도 하고 또 삽주에 쑥과 안신향을 가미해 멸균 향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7월경부터 9월 사이에 흰 꽃이 피는 삽주는 야생화로도 제법 품격이 있다.
국화과 꽃답게 향기도 좋다.
겨울이나 초봄에 잎이 떨어지고 줄기가 남아 있을 때 뿌리를 캐는데
백출로 쓰이는 자근이 잘 떨어져 나가서 흙 속에 숨어버리므로 이를 찾는 데 곧잘 애를 먹는다.
출처:산림
글 _ 김승호 (광주 자연마을한의원 원장) / 사진제공 _ 한병채 (산야초 사진작가)

출처 : 다락골사랑
글쓴이 : 누촌애(김영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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