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이 시공업자를 정하는 일이다.

카페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제의 하나도 시공업자와의 갈등이었다.

시공능력 뿐만 아니라 성실성이나 책임감 등이 화제로 등장한다.

나 역시 가장 고민했던 것도 시공업자를 만나는 일이었다.

더구나 내 주위에도 건축과 관련된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을 외면하기도 어려웠다.

 

1. 시공업자의 선정

 

그러나 나는 내가 집을 짓고 이주할 곳과 가까운 곳에서 업자를 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첫째는 내가 아는 사람들과 자칫 의가 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만약의 하자에 즉시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셋째는 비지니스는 냉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 어떤 기대나 감정이 개입되지 않아야 냉정한 판단과 결정을 한다.

 

그렇다고 어디가서 마땅한 업자를 알아 볼 수 있겠는가?

결국 설계사의 조언을 듣기로 했다.

설계사무소에는 서로 일을 같이 해 본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들 중에서 마땅한 두세 사람을 소개 받아 견적을 받기로 했다.

그리고 견적은 가급적 상세하면서도

서로 비교가 가능하도록 공정별로 항목을 맞춰 달라고 부탁했다.

 

또 하나의 기준은 내 주위의 환경과 맞는 업자를 택하고 싶었다.

내 농장은 집을 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정리를 해야 할 것이 많았다.

온실형 하우스를 짓고 싶었고 연못도 파야 한다.

산과 인접한 경계를 정비하고 물이 지는 곳에 배수로도 파야 할 것이었다.

울 안에 늙은 대추나무 몇 그루도 죽어 고목이 되었다.

이런 것들을 만약 따로 정비하려면 그 것 모두가 예산을 잡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나는 중장비를 직접 가지고 있는 업자를 선호하였다.

설계사가 추천한 사람들 중에 비교 견적가가 오히려 높았지만...

 

2. 시공 과정에서의 관리

 

건축주는 사실 집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다.

당초 설계에 따라 정해진 예산으로 집을 짓기로 계약한 다음부터

시공업자 처분만 바라게 마련이다.  

 

 (1) 식사와 간식

 

처음에는 점심 식사도 분명히 시공업자 책임하에 해결하기로 하였다.

음료수나 종종 사다주면 된다고 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게 되지 않는다.

일꾼들이 부실한 식사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어쩌다 지나가는 말로 건축주 대접이 도마 위에 오르면 회식도 시켜 주어야 하고

먹거리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더구나 아무 것도 없는 벌판에서 집을 지으려니 여간 짜증이 아니다.

나는 생각 끝에 베이스 캠프를 차리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비닐 하우스는 있어야 하니

아예 온실형 비닐 하우스를 지어 농막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 곳에 재활용센터에서 싸게 산 작은 냉장고를 하나 비치해 놓고 언제든지 마실 수 있는

음료수와 간단한 마른 안주 등을 보관하였다.

 

그리고 최소한 식사를 대접할 때에는 최고의 술을 내놨다.

그래봤자 몇번이나 대접하겠는가 생각하니 별로 부담되지도 않았다.

 

 (2) 공정 관리

 

모든 공정을 다 감독하고 챙기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나는 무엇보다도 기초공사와 단열에 관심을 두기로 하였다.

그래서 기초공사가 끝나갈 무렵 현장 사진도 찍고 설계사를 불러 현장을 감리토록 하였다.

시공업체 사장은 기분이 상하겠지만 진지하게 양해를 구하니 크게 서운해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서 보강 공사를 하게 되었으니 감리 덕을 본 셈이다.

 

그 후에 성심껏 회식을 준비하여 앙금을 풀었으니 누가 보면 병 주고 약 주었다고 할런지...

그리고 몇 가지 문제는 꼭 지켜주기를 당부하였다.

 

첫째는 패널 스티로폼 밀도를 2.0 이상을 꼭 사용할 것.

둘째는 황토방 구들과 굴뚝을 교과서대로 할 것.

셋째는 오수합병 정화조는 정품을 확인하고 공해 유발이 없도록 철저히 시공할 것.

나머지는 시공업체 사장의 재량으로 설계에 부합된 시공을 하도록 하였다.

 

또한 인테리어에 대한 규격이나 품질, 디자인 등은 안식구가 결정토록 하였다.

 

그리고 자금 결재는 공정이 끝나는 때마다 분활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자금 문제는 자칫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어 융통성있게 대처하는 것이 좋다. 

출처 : 곧은터 사람들
글쓴이 : 연천고인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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