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 뭔 새따먹는 소리냐고 하겠지만

시골에 살면 이것 만큼 유용한 물건이 없다.

 

불과 20년 전만해도 시골에 가면 부엌마다 이렇게 세개 정도의 무쇠솥을 걸어 놓고

하나는 밥을 하고 하나는 찌게를 하고 그리고 오른쪽에 큰 솥에는 물을 뎁혀서

세수를 했었는데 이제는 정말 이렇게 세개를 나란히 걸어 놓은 솥은 보기가 힘들어 졌다.

 

그래서 아무렴과 나는 시골에 내려와 살면서 제일 먼저

버려 졌던 무쇠솥을 가져다가 가마솥 길들이는 일을 했다.

위에 있는 것은 두번째 작은 것으로 주로 밥을 하는 솥이다.

원래 친정 엄마가 쓰시던 것인데 오랫동안 쓰질 않아서 녹이 좀 슬은 것을

갈고 닦아서 이렇게 반짝거리는 솥이 된 것이다.

 

그리고 가끔 밥을 해 먹고 일부러 누룽지를 눌려서 빡빡 긁은뒤

차에 가지고 다니면서 간식 삼아 먹는다.

그 다음에 조금 더 큰 가마솥이 있는데 바로 이것이다.

 

남편은 공중 목욕탕에 가는 것을 싫어해서 일부러 여기에다 물을 데워서

아들과 목간을 한다.

목간이 바른말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우리는 궂이 목간이라고 표현 하는데

내 나름으로는 이렇게 솥에 물을 데워서 하는 목욕은 목간이다.

그런데 이 이쁜 솥을 작년에 누가 가져가 버렸다.

대신해서 고물상에서 헐 값에 사다가 길을 들여 놓기는 했는데

아무리 길을 들여도 이것 만큼 예쁘게 윤이나질 않는다.

 

우리는 새로 집을 지어도 꼭 무쇠솥 세개를 걸을 생각인데

무쇠솥은 물이 닿으면 녹이 슬기 마련인데 지금은 옛날처럼 늘 쓰고 닦는 것이 아니라서

조금만 부주의 하면 금새 녹이 슬어 버린다.

처음에 가마솥을 사서 길을 들일 때에는 고기국을 몇번 끓여 먹어야 한다.

 

 

어르신 들 말씀에 무쇠솥은 고기국을 먹어야 길이든다 라고 하는 말이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는데 이제는 그 말씀이 뭔 말씀인가 알것 같다.

쇠는 기름칠을 해야 녹이 슬지 않는 모양이다.

고기국을 몇 번 먹여 주고 그 바깥은 들기름을 발라준다.

들기름의 찌꺼기에 숱검정을 무쳐서 솥의 안과 밖을 샅샅이

 발라주는 일을 몇 번에 걸쳐 반복한다

이 때 불을 살짝 피워서 솥을 뜨겁게 하면 더 효과적이다.

처음에는 숱검정이 좀 묻어 나지만 몇 번을 하면 솥이 검정을 다 먹어버려

묻어 나지도 않고 반질 반질 윤이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냥 둘 때에도 들기름 행주질을 해 놓으면

녹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늘 가마솥 곁에 들기름 행주를 두고서 솥을 관리한다.

 

 

시골에 살면서 가장 좋은 일 중에 하나는 바로 이 무쇠솥에 밥을 해서 먹는

행복이다.

세상에 아무리 좋고 편리한 밥솥이 나온다 한들 이렇게 연기 불어가며

불을 때서 하는 밥맛 못 따라 갈 것이다

누가 가마솥 길들이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해서

새벽 댓바람에 새따 먹는 이야기를 해 보았다.

출처 : 바위침대
글쓴이 : 그렇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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