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팝나무
2006.05.0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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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하며 만물이 소생하는 희망의 계절이다. 그러나 봄은 저마다 삶을 위해 노력을 하며 살아 남기 위한 치열한 자리 다툼의 계절이기도 하다. 반세기 전만 해도 농촌의 춘궁기는 사람들에게도 참 힘든 계절이었다. 고구마를 삶아 먹어야 했고 쑥밥이며 떫은 탄닌을 물로 우려낸 도토리로 지은 밥과 묵, 심하면 보리등겨에 식소다를 넣어 만든 개떡으로 배를 채웠던 과거는 생각하기도 싫어서 가난했던 그때를 잊고 싶을 때도 많지만 그럴수록 더 생각이 깊게 드는 지난 날들...
 
들판의 보리가 누렇게 익을 때라야 비로소 배고픔은 해결이 되었다. 나만 가난한 것이 아니고 온 동네가 모두 가난했다. 학교에서는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못 가져와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퍼서 사카린을 태워 마시고 점심을 거르는 학생들도 많았다. 자연의 초목을 먹거리의 터전으로 삼지 않을 수 없었고 나물 캐는 처녀와 산나물 뜯는 아낙네에게 봄철 가족의 삶이 달려 있기에 어느 집이든 들과 산으로 나가야만 했다.
 
산골 농촌의 저녁 무렵은 으례껏 산나물 마중을 가는데 걷는 밭둑길에는 하얗게 줄을 지어 가득 핀 조팝나무의 꽃은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따먹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였다. 진달래꽃을 따먹고 칡뿌리를 캐어 먹는데 익숙한 당시의 아이들은 하얗게 작은 꽃을 뒤집어쓰고 핀 조팝의 꽃을 쌀밥처럼 먹을 수 없을까 하며 접근하고는 먹지도 못하고 꺾기만 하여 놀았다. 지금도 조팝은 고향의 그 곳에 옛날 모습대로 피고 있다. 다른 나무들은 변화를 가지는데 조팝나무는 강인한 생명력을 보이며 그 자리를 비켜나지 않고 있다. 변함 없는 모습을 보이기에 참 반갑고 고마운 생각이 든다.
 
마른 나뭇가지에 자잘한 꽃망울을 소복이 달고 있다가 어느 날 하얀 눈이 쌓이듯이 꽃을 피우는 조팝나무는 봄날에 꽃눈이 내린 모습인데 흰눈이 녹아 내리듯 꽃의 수명이 길지가 않기에 ‘설류화’란 이름도 있다. 그러나 나무 꽃 중에서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 화사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꽃도 그리 많지 않기에 봄은 더욱 아름답다. 잔잔한 흰 꽃이 좁쌀을 튀겨 놓은 듯 하여 ‘조밥나무’라고 부르다가 이것이 강하게 발음되어 ‘조팝나무’가 되었다 한다.
 
생명력이 끈질기고 번식력도 좋기에 꽃을 본다고 논이나 밭두렁에 심었다가는 낭패를 본다. 아무리 뽑고 베고 태워도 없어지지 않는 끈질김을 지닌 작은 키 나무이다. 쌀밥처럼 하얀 조팝꽃을 보며 언제 우리는 흰 쌀밥을 마음껏 먹어 보나 하며 탐스런 쌀밥을 생각했던 지난날들.... 소비가 미덕이라고 여기는 풍요의 시대에 잘 먹고 많이 먹어 살을 뺀다고 다이어트와 운동을 하는 모습에서 배고픔을 견디며 자연에 삶을 의지했던 조상들을 생각하니 미안함이 앞선다.
<도원초교 교사> 
 

조팝나무

붉은 조팝

출처 : 분통이
글쓴이 : 최문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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