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들 사이에서도 오이 농사는 어려운 농사로 통한다. 작물자체가 예민해서 손이
많이 가고 병도 많고 충도 많다. 애호박, 토마토, 고추 등 과채류들이 다 그렇다. 그러니
설령 텃밭농사라고 해도 병충해 없이 오이농사를 지으려면 지극한 정성이 필요하다.
밑거름을 넉넉하게 줘야 한다. 물 빠짐이 잘 되도록 두둑을 만들어 줘야 하고 웃거름도
자주 줘야 한다. 넝쿨로 자라기 때문에 지주를 세워야 하고, 줄기가 지주를 잘 타고
오르도록 도와줘야 한다. 각 잎 마디마다 곁가지가 나오기 때문에 수시로 곁눈도
따 줘야 한다. 뿌리가 얕게 뻗으니 가뭄에 약해서 물도 자주 줘야 한다. 마침내 열매가
달려서 적당히 자라면 따는데 자칫 시기를 놓치면 순식간에 폭삭 늙어버린다.
이처럼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단 몇 포기라도 텃밭에서 정성껏 가꾸면 껍질째
아삭아삭 씹어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고, 오이가 가진 특유의 향도 함께 맛볼 수 있다.
텃밭농사를 지어서 막 따서 한 입 베어물어 보면 오이가 무척 향이 좋은 채소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코가 맡는 향이라기보다는 입이 느끼는 향이다.
재래종
씨앗을 구해 심으면 고소하면서도 달콤하고, 부드러우면서 향기로운, 입에서 살살
녹는 정말 맛있는 오이를 먹어볼 수 있다. 껍질이 좀 두텁고 쓴 맛이 나기도 하지만
확실히 맛있다. 재래종은 뒷심이 강하다. 보통 5월에 씨앗을 넣으면 여름 동안 자라
여름 끝물에 오이를 달기 시작한다. 늦가을 서리 내리기 전까지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
재래종도 품종이 다양한데 한 뼘쯤 되는 짧은 오이가 달리는 품종도 있고, 팔뚝만큼
큰 오이가 달리는 품종도 있다. 미처 수확하지 못한 오이 중에 튼실한 것을 골라 완전히
늙혀서 씨앗을 받으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조금씩 나눠주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오이 재배법
박과 채소인 오이나 호박은 서리에 아주 약하다. 서리가 내리지 않는 기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모를 키워 정식하는 과정을 거친다. 직파할 경우는 수확이 조금 늦다.

모 키우기
5월 10일에 본 밭에 내서 6월 20일 경에 첫 오이를 따는 것을 목표로 모를 키운다.
씨앗을 뿌려서 30일~35일 정도 자라면 본밭에 낼 수 있으니까 4월 5일 식목일 정도에
씨앗을 뿌린다. 볕이 잘 드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충분히 키워낼 수 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파란색 길다란 화분을 하나 준비한다. 물 줄 때 물 빠짐 구멍으로 흙이 흘러나와
지저분해질 수 있으니까 바닥에 성긴 천을 깔아주는 것이 좋다.
씨앗 뿌리기 일주일쯤 전에 흙(상토)을 준비한다. 놀이터에 가서 모래를 조금 퍼온다.
가까운 산에 가서 맨 위에 있는 나뭇잎을 대충 걷어내고 푸슬푸슬한 부엽토를 퍼온다.
부엽토 밑에 있는 흙을 퍼온다. 화분 바닥에 3cm 정도 모래를 깔고, 다시 3cm 정도
부엽토를 깔고, 그 위에 3cm 정도 흙을 깐다. 그 위에 모래와 부엽토와 흙을 2:1:1로
섞어서 채우고 물을 준다. 물을 주면 푹 가라앉는다. 섞은 재료를 다시 채워서 보통
화분 흙 채우는 정도가 되게 한다.
가까운 재래시장에 나가면 씨앗을 구할 수 있다. 품종이 꽤 다양하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품종을 잘 골라서 산다. 이렇게 사 온 씨앗은 텃밭농사 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많다.
10년을 써도 다 못 쓸 만큼 많으니까 한 사람이 사서 여럿이 나눠 쓰면 좋다.
준비한
화분에 두 줄로 심는다. 끝에서부터 8cm 정도 간격으로 손가락으로 살짝살짝 구멍을
낸다. 구멍 하나에 씨앗을 두 개씩 넣는다. 1cm 정도 덮어준다. 씨앗 넣고 물을 흠뻑
주고 나서 싹이 나올 때까지는 안 준다. 발아적온은 28~30도인데 볕이 잘 드는 곳이면
낮에 이 정도까지 올라간다. 밤에는 온도가 낮은 편이 좋다. 12~13도가 적당하다.
특별한 가온이 필요치 않다.
3~4일 지나면 싹이 올라온다. 싹이 올라오면 매일 아침 한 차례 물을 준다. 싹이
자라면서 잎이 서로 닿으면 과감하게 솎아준다. 싹이 예쁘다고 머뭇거리면 웃자라서
망치고 만다. 옮겨심기 5일 전부터는 물을 조금만 주고 땡볕에도 내놓고 해서 본
밭에 나갈 준비를 시킨다.
모를 못 키웠다고 실망할 건 없다. 시장에 나가면 준비돼 있으니 마디 사이가 짧고
튼튼하게 생긴 걸로 사다 심으면 된다. 보통 3개 천 원 정도 한다. 오이 씨앗은 한
봉에 1만원을 넘으니 모를 사는 편이 오히려 더 싸게 먹힌다.

밭 만들고 지주 세우기
볕이 잘 드는 곳을 고른다. 본 밭에 오이를 심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한다. 바닥을
두툼하게 덮을 만큼 넉넉하게 퇴비를 깔고 삽질을 깊이해서 갈아엎는다. 고토석회를
얻어서 뿌리거나 연탄재를 주워다가 잘 부숴서 넣는다. 폭 1미터쯤 되는 이랑을 길게
만든다. 이랑 양 끝에 모를 심을 생각을 하고, 약간 들여서 지주를 박는다. 될 수 있는
한 높게,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튼튼하게 지붕 모양으로 지주를 세운다. 지주
높이는 최소한 1.5미터. 지주 사이에는 오이 덩쿨손이 잘 움켜잡을 수 있게 그물처럼
촘촘하게 끈을 엮어준다.

*애호박도 지주 세우기가 필요하니까 지주를 세워서 한쪽은 오이 한 쪽은 애호박을
심으면 좋다.


옮겨심기
오이는 얕게 심는다. 깊이 심지 않는다. 준비한 모에 물을 흠뻑 준다. 이랑 가장자리에
50cm 간격으로 구멍을 쭉 판다. 물을 흠뻑 준다. 뿌리에 흙이 잘 붙어있도록 모종삽
으로 모를 하나씩 퍼낸다. 파 놓은 구멍에 하나씩 넣는다. 구멍 깊이를 잘 조절해서
모 키울 때 보다 더 깊이 묻히지 않도록 한다. 덜 묻히는 건 관계없다. 흙을 덮는다.
물을 흠뻑 준다. 모 옆에서 풀 나는 걸 막고 온도나 습도가 잘 유지되게 하려면 짚이나
나뭇잎이나 왕겨 같은 걸로 모 주변을 잘 덮어 준다.


가꾸기
본 밭에 나간 모는 며칠 동안 몸살을 앓고 자리를 잡는다. 뿌리가 흙을 제대로 잡으면
  자라기 시작한다. 풀이 나지 않게 잘 관리한다. 특히 장마 들기 전에 두어 번 풀을
제대로 잡아줘야 한다. 수시로 들여다보고 물을 자주 준다. 뿌리가 얕게 뻗는 성질
때문에 가뭄 피해를 입기 쉬우므로 항상 물주기에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야 한다.
자라기 시작하면 애써 준비한 지주를 잘 타고 오르도록 도와준다. 중간중간 묶어
주기도 하고 집게로 집어주기도 한다. 본줄기에서 잎이 나오면 본줄기와 잎 사이에서
반드시 곁가지가 나오는데 나오는 족족 잘라준다. 잘라주지 않으면 줄기가 너무 무성
해져서 뒤엉키고 오이도 잘 달지 않는다.
6월 중순을 넘어서면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처음 맺히는 것은 일찍 따 주어 오이
덩굴이 빨리 자라도록 해 준다. 약간 어린 듯 할 때 따주어야 뒤의 것이 잘 맺히고
자라서 전체적으로 수확량이 많아진다. 오이는 호박이나 수박․참외와는 달리 꽃가루
받이를 하지 않아도 열매가 잘 맺힌다. 그래서 비가 많이 오면 오이가 주렁주렁이고
날이 쨍쨍하면 호박이 주렁주렁이다.
오이가 달리면 20일 간격으로 웃거름을 계속 주는 것이 아무래도 생장에 좋다. 깻묵을
발효시킨 것 등을 포기 사이에 조금씩 주고 흙과 섞어 준다. 오이 열매가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물을 넉넉히 주어야 한다.
덩굴이 점점 자라 지주 끝까지 가면 과감하게 순을 잘라준다. 잘라주지 않으면 반대편
으로 넘어가 덩굴이 아주 어지럽게 얽힌다. 본줄기 순을 질러주고 아래서 돋아나는
곁가지에서 다시 열매가 달리도록 해준다.
잎도
오래되면 따주어야 한다. 아랫잎이 누렇게 되면 한 포기에서 일 주일에 한두 번 정도
한 번에 1~2장씩 따 준다.


씨앗 받기
완전히 늙은 오이를 딴다. 반으로 갈라서 속을 파낸다. 물에 담궜다가 잘 씻어서 볕에
말린다. 완전히 말려서 보관한다.

오이 요리법
오이는 담백하고 독특한 오이만의 맛과 향으로 그냥 먹어도 훌륭한데, 양념을 해서
맛을 내기도 한다. 특히 쏟아지듯이 열려서 감당이 안 될 때는 저장음식을 만들어 두면 좋다.

오이냉국
오이냉국은 오이를 채 썰어서 얼음냉수에 넣고 소금과 식초 몇 방울 떨어뜨리면 된다.
여기에 마늘과 파 설탕을 넣어 먹기도 한다. 여름나기에 최고다.

오이소박이
오이소박이는 오이에 소를 채워 담근다. 오이 껍질을 소금으로 문질러 씻어 길이
5㎝로 토막을 내고 가운데에 서너 개의 칼집을 내어 소금에 절인다. 고춧가루에 액젓을
부어 간을 맞춘다. 파․마늘․생강을 다져 넣는다. 부추를 넣고 버무려 소를 만든다.
절인 오이에 낸  칼집 사이에 소를 채워 넣는다. 오이의 상큼한 향기가 좋고 국물이
시원하다. 소에 액젓을 넣지 않고 고춧가루를 적게 넣어서 국물을 많이 내면 더 담백하다.

오이지
오이지는 오이를 소금에 절여 만든다. 오이 껍질을 소금으로 문질러 씻어서 항아리에
담아 돌로 눌러 놓고, 소금물을 끓여 뜨거운 상태로 항아리에 붓는다. 이틀쯤 지나서
소금물을 따라내 다시 끓여서 식힌 다음 붓는다. 일주일 정도면 맛이 든다.
먹을 때는 둥근 모양으로 얇게 썰거나 3㎝ 길이로 토막 내어 4등분으로 냉수에 띄우고
잘게 썬 실파와 고춧가루를 약간 뿌려서 낸다. 입맛이 없는 여름철에 좋은 반찬이 되며,
남은 것은 말려서 오이장아찌 재료로 쓸 수 있다.

노각나물
제때 거두지 못한 늙은오이를 따다가 껍질을 벗기고 속을 긁어낸 다음 적당하게 채썬다.
초고추장을 만들어서 무쳐 먹기도 하고, 호박나물처럼 팬에 기름 두르고 볶다가 파와
마늘로 양념해서 먹어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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