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맛여행]6월의 전설 토마토
입력: 2007년 06월 07일 09:40:33
6월1일 일산 후곡마을의 한 마트에서 판매중인 완숙토마토 1상자(약 10개) 가격은 1만3000원이었다. 주먹만한 토마토 1개에 1000원이 넘다니! 울컥하는 마음도 들지만 유기농에, 제철에, 특히 대단한 건강 식품으로 알려진 토마토 값이 쑥쑥 올라가는 것은 이제 대세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토마토는 이야기 없는 전설이다. 원산지가 어디인지 모른다. 라틴아메리카의 태평양 연안 고산지대일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야생 방울토마토가 토마토의 조상일 것이라는 것 또한 추측일 뿐이다. 라틴아메리카 인디언이 중미를 거쳐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토마토도 함께 전파되었을 것이라는 것도 증명되지 않은 가설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조선왕조 광해군 때였다고 전해진다. 토마토가 우리나라의 재배시설작물로 생산되고 유통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후반기라는 것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최소한 2000년이 넘도록 태양과 바람과 비를 맞으며 진화해온 토마토는 채소의 왕이요 영양의 보고다. 그 신선한 맛 또한 그 어떤 음식에 뒤지지 않는다. 과일 같기도 한 것이 채소만 갖고 있는 특유의 흙 냄새를 풍기는가 하면, 채소라고 알고는 있으나 과일의 형상과 맛을 지니고 있는 것이 바로 토마토다. 게다가 토마토의 건강 성분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전설의 토마토는 이제 전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음식이 되었다.

한때 사람들은 토마토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 설탕인 줄 알았다. 그랬다. 토마토를 얇게 썰어서 큼직한 접시에 올리고, 거기에 백설탕을 듬뿍듬뿍 뿌려서 먹으면 신선한 토마토와 달콤한 설탕이 어우러져 환상의 맛을 냈다. 토마토를 먹다보면 속살이 조금씩 흘러 나오면서 접시에 남아 설탕 과즙이 되는데, 토마토를 다 먹고 그 설탕과즙을 숟가락으로 떠 먹으면 그 또한 절묘한 끝 맛이 되곤 했었다.

그러나 토마토의 성분이 밝혀지면서 설탕과 토마토는 찰떡궁합이 아닌 상극이 되어 버렸다. 토마토의 주요 성분인 비타민B가 설탕의 신진대사에 쓰이면서 손실되기 때문이다.

토마토의 웰빙 요소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토마토의 주요 성분인 리코펜(lycopene)과 p쿠마릭산, 크로로겐산에 의한 항암효과, 비타민C에 의한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증 등에 대한 개선 효과, 변비, 노화방지, 골다공증예방 등 셀수 없이 많다. 마치 만병통치약을 선전하는 약장사 같은 서술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이것은 모두 전설이 아닌 정설로, 동의보감에도 소개되어 있는가 하면, 하버드대 에드워드 조바누치 박사 팀 등에 의한 연구 결과이기도 하다.

토마토는 날로 먹든, 주스로 갈아 먹든, 샐러드에 넣어 먹든, 쪄서 먹든, 구워먹든 그 맛과 향과 영양소를 유지한다.

특히 가열해서 먹는 게 영양에는 가장 좋다. 가열을 하면 리코펜의 신체 흡수가 더욱 활발해지고, 리코펜 자체가 지용성이기 때문에 기름에 조리하면 더욱 흡수가 잘 되는 것이다.

가열 토마토 요리법도 간단하다. 방울토마토나 완숙 토마토를 깨끗이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방울토마토는 통째로) 팬에 올리브유를 둘러 센 불에 데쳐서 식성에 맞는 드레싱을 조금 뿌려 먹으면 간단 일품요리 완성!

토마토볶음밥도 손쉽게 해먹을 수 있다. 토마토 1개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씹힐 정도로 다져내고, 뜨겁게 달군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 큰 술 넣고, 거기에 토마토 다진 것과 잘게 썬 당근 반 개와 애호박 4분의 1개 정도를 함께 볶아준다. 달걀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상태에서 달걀을 팬에 올려 살짝 덩어리지게 익혀준다. 거기에 공기밥 3그릇을 넣어 모두 섞어 뒤적거려주며 소금 등으로 간을 해준 뒤 토마토케첩을 뿌려 내면 상큼한 토마토볶음밥이 된다. 이때 토마토 껍질을 벗겨서 조리하는 게 상식이지만, 토마토 영양소가 껍질에 많이 있다는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껍질째 조리할 경우 먹을 때 부드러운 맛이 떨어지고 토마토껍질이 거치적거리는 등 조금 불편한 게 단점이다.

토마토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일반 밭에서 재배되는 것보다는 시설재배가 훨씬 많다.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는 농장 현지를 여행 삼아 찾아가면 시중보다 싼 가격에 신선한 토마토를 구입할 수도 있고, 재배시설을 구경할 수도 있다. 재배시설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전화로 확인하는 게 좋다. 토마토 수확이 끝물인 곳도 있어 자칫 헛걸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토마토 제철 여행의 기회를 만들려면 7월에 화천군 사내면 문화마을을 여행하면 된다. 토마토축제는 화천군청에서 주관하는 행사로 토마토 수확, 토마토 먹기, 쌓기, 던지기, 토마토슬라이딩, 토마토스크럼 등 1박2일 동안 토마토를 갖고 할 수 있는 모든 퍼포먼스를 체험할 수 있다.

화천군의 주요여행지로는 화천구경(파로호, 딴산, 비수구미, 평화의댐, 용화산, 비래바위, 용담계곡, 화악산, 광덕산)과 화천민속박물관 등이 있다. 화천군 문화관광과 (033)440-2543.

토마토 가격이 예전에 비해 진땀 날 정도로 올라가고 있지만, 우리는 토마토를 더욱 많이 먹을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지금이 제철이기 때문이고, 둘째 제철 토마토에서 얻을 수 있는 끝도 없는 영양을 갖기 위함이다.

토마토를 엄청 많이 먹는 서양인들의 혈중 리코펜 농도가 우리의 그것에 비해 적게는 5배, 많게는 20배 가까이 된다는 조사 보고를 보면, 우리도 항암, 노화방지를 위해서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더해 수요가 늘어나면 생산도 확대될 테니, 적어도 가격 상승 속도라도 늦어지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바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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