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보낸 선물’ 포도
껍질·씨 모두 먹어야 건강에 도움
검붉고 탱탱하게 익은 포도의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때다. 맛과 영양이 모두 뛰어난 과일의 여왕, 포도는 최근 항암 및 항산화 효과가 속속 밝혀지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경북 김천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서호근씨(〈농민신문〉 제24회 영농수기 당선자)는 “포도밭에서 한창 일하다 먹는 포도는 배고픔을 달래주고, 기운이 펄펄 나게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이 포도당과 과당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설탕과 같은 당분은 위에서 분해돼 포도당과 과당으로 변한 다음 장에서 흡수된다. 그런데 피로할 때 먹는 포도는 다른 식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른 효력을 나타낸다. 또 몸 안 세포의 염증을 줄여주고, 손상된 세포 조직을 회복시켜 주며, 암을 예방하고, 혈액 내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효과도 있다.
사람의 몸에 유익하니 포도가 ‘신이 (인간에게) 보낸 선물’이란 말이 꼭 들어맞는다. 재배 역사도 아주 길다. 포도나무와 포도송이는 성경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과일 중 하나로 꼽힌다.
포도는 약리성분의 대부분이 껍질에 몰려 있다. 껍질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 포도의 항암작용과 암 예방효과도 껍질, 씨, 과육의 순이다. 그러므로 포도를 먹을 때는 껍질과 포도씨를 모두 먹어야 건강에 이롭다. 특히 포도씨에는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강력한 항산화제인 프로안토시아니딘 중합체(OPC)가 들어 있다. 항산화력은 비타민 C의 100배, 비타민 E의 50배에 달한다. 식품학자들에 따르면 OPC는 혈소판이 서로 엉기는 것을 방지하고 모세혈관을 강화시켜 심장병을 예방한다고 한다.
포도로 담근 ‘포도주’ 역시 인류와 함께 해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의사들이 심장병·천식·우울증·통증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던 약물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상처를 씻는 살균제 역할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89년 발표한 ‘모니카 프로젝트’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이 영국이나 미국 등의 서구인들보다 심장병 발병률이 2~3배 이상 낮은 것은 포도주 때문이었다. 〈이야기로 쓴 채소랑 과수랑〉의 저자 채영옥씨는 “프랑스 사람들은 연간 65ℓ의 포도주를 마시는데, 오래된 포도주일수록 활성산소 제거 능력이 탁월해 값이 비싸다. 오죽하면 프랑스 사람들은 식후 포도주 대신 물 마시는 사람을 ‘개구리 아니면 미국인’이라고 놀린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육성한 〈캠벨얼리〉는 우리 포도시장의 63%를 차지할 만큼 많이 심는다. 〈캠벨얼리〉나 〈거봉〉으로 담근 한국산 포도주도 적포도주가 백포도주보다 항산화능력이 큰 것으로 실험결과 나타났다. 포도주의 공식적인 권장량은 없다.
올해 여름은 특히 국지성 기습 폭우가 잇따르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잦은 비로 포도의 품질이 낮아지고, 덩달아 소비마저 위축됐다. 시장에 나서면 포도 농민들 ‘힘내라’고 한상자씩 더 들여다 포도즙도 내리고, 내손으로 포도주도 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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