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진도대교위에서 바라 본 파란 하늘이 계절을 착각하게 한다.
 초복 전날인데도 태풍 "마니"의 간접 영향인듯 제법 시원했다.
 아버님 기일을 맞아 옆지기와 중3아들녀석을 동행하고 금요일 아침 인천을 출발하여 진도에 왔다. 대파의 고향답게 밭마다 푸르름이 가득하다. 인천으로 돌아 가는 길에 당진 다락골에 들려볼 욕심에 점심무렵 참기름, 양파, 풋고추등을 한 트렁크 가득 채워주신 어머님의 정을 가득 싣고 길을 떠났다.
 토요일 오후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은 차가 드문드문 속도는 엑셀레이터에 힘을 가하는데로 차는 팅겨 나간다. 4시 무렵 서산 톨게이트에서 도로비를 정산하고 당신읍 마트에 들려 초복날 이웃들에게 전해줄 통닭 몇 마리를 구입하고 다락골로 들어오니 하얀색 꽃망울을 가득 피운 참께들이 우릴 반기는 듯하다.
 

 장마철 한 중앙에 선 계절의 풍광은 온통 녹색의 향연이다. 고향집어머님은 보짱좋게 참깨를 300여평
넘게 심었다하셨다. 하늬바람에 흔들거리는 하얗게 핀 참깨꽃이 참 보기 좋았다.

"참깨가 실하게 참 잘됐네요"
"깨는 털어봐야 알제..그 전에는 모른다."

유독 바람이 많은 섬 지방에서 살아 오시면서 자연에 순응하며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에서 축적된 소중한 지혜일것이다. 다행히 이곳 다락골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바람이 심한 편은 아니다.
깨는 쉽게 비바람에 도복되기 때문에 밑거름을 적게 넣으라하시던 말씀을 망각하고 유기질비료에 복합비료까지 밑거름으로 시비한 관계로 비바람이 조금만 거세도 늘 불안한 마음이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지난번 비바람에 한번 쓰러지고 나서도 꿋꿋하게 일어서 잘 자라주고 있는 녀석들과 마주하니 장거리 운전으로 인한 피로가 저만치 달아난듯 하다.

 차에서 짐을 풀고 있는데 동네이웃집할머니께서 떡을 한 접시 들고 오셨다. 집을 신축하는데 오늘 상량식을 했다 한다. 건평20평에 평당 200만원씩에 공사 중이라 하신다. 지하수 개발에 별도로 300만원을 지불했다 하신다. 샌드위치 조립식 판넬로 시공중이란다. 샌드위치 판넬로 지어진 다락골쉼터를 관리하면서 경험한 방수의 중요성과 누수관리, 전기공사의 중요성을 상세히 설명해 드리고 서둘러 고추밭병충해 방제부터 일을 시작했다. 주변의 고추밭들은 시들어 버린 고추나무때문에 듬성듬성 고추대를 뽑아낸 빈 자리들이 여기저기서 늘어만가고 더러 어느밭은 벌써 농사를 포기 하여 농심을 시리게 한다.다행히 이번주 우리 고추밭은 별다른 피해가 관찰되지 않는다.
담배나방방제를 위한 패트병안에는 죽어있는 나방들이 다수 관찰된다. 틈틈히 칼슘제를 처방했는데도 칼슘부족으로 인한 증상들이 몇몇 나타난다. 탄저예방약을 위주로 담배나방방제약에 액상칼슘을 혼합하여 충분히 살포한다. 마스크에 보안경, 모자까지 눌러쓴 로봇복장을 하니 금새 온몸이 땀투성이로 돌변한다.
 

 평소보다 게으름을 피우며 6시경에 일어났다. 여행의 피로가 남아있었는듯 싶다. 더덕밭에 유인대를 설치하고 도라지밭은 장마철을 이용 옮겨심기를 실시하고나니 옆지기가 호미를 들고 거들고 나선다. 지난주에 검은콩밭을 혼자 대충 잡초들을 제거 했었지만 1주일새 또 온갖 잡초들이 많이 돋아나 있다. 옆지기가 거드니 일이 퍽이나 수월하다. 얼굴탄다 엄살을 부려대면서도 어느덧 준 프로에 가까워진 호미질 솜씨가 많이 늘어있다.
부려먹기 안성마춤이다..ㅋㅋㅋ.

곧은터에서 익힌테로 순지르기를 한다. 까치와 비둘기들의 성찬에 희생되지 않은 검은콩들이 보기 좋게 자랐다.예초기가 있었으며 시원하게 한 방에 끝냈을텐데 전정가위로 하나씩 잘라주려니 시간이 약이다.
 새참생각이 동하셨는지 옆집 어르신이 논에 갔다 오는 길이라며 건너 오신다. 순지르기 하는 나의 모습을 보시고 훈수 한 수 하신다.
 끝 성장점만 자르고 잎은 그대로 유지하라하신다. 그래야만 잎에서 영양분을 생성하여 꽉찬 꼬투리가 열린다 하시며 잎까지 제거하면 쭉정이가 많이 생긴다 한다.

 "어르신 제가 배운바로는 예초기로 인정사정없이 절단하던데요!"

내가 익힌대로 설명하자 쉽게 수긍하시지 않는 눈치시다.
그래서 콩밭의 반은 내 방식으로 반은 어르신이 일러주는 방식으로 작업을 수행한다.


 1차포트이식했던 대학찰옥수수 서너개가 수염이 마르기 시작했다. 옥수수 꼭 따오라는 딸아이의 성화에 못이겨 2개를 따보니 아직 속이 꽉차 있지않아 수확의 기쁨은 다음주로 미루고 고구마밭 잡초제거및 덩굴 뒤집기를 수행한다. 고구마줄기가 헛골에 밀착되어 있는 부분에서 작은 실뿌리들이 발달되어 있다. 작년 농사를 처음 배울때 옆집 어르신께서 일러주시길 고구마줄기에 실뿌리가 발생되지 않도록 자주 고구마덩굴를 뒤집어 주라 했다.그래야 원뿌리에 영양분이 집중되어 알이 커진다 하셨다. 소싯적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시골어르신은 고구마밭을 관리하실때 고구마 덩굴은 뒤집지 않고 잡초만 제거하셨다. 순을 뒤집으면 "밑(알)이 들지 않는다." 하시면서......하나의 작물재배를 놓고서도 지역적인 특색이 상존하는듯하다.
나에게 하나의 과제가 주어져 있다. 지역에 따라 약간의 방식이 차이가 있는듯 하다. 아직도 난 그 해법을 찾지 못했다.

 오늘 난 고구마순을 뒤집는다.
 다락골에서 터전을 잡았으니 다락골방식을 따라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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