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시작.
 지난주말 장맛비가 세차게 내릴거란 예보만 믿고 집에서 게으름만 피우다, 한 주내내 농장소식이 눈에 밟혀서 노심초사하다, 토요일 중식을 마치자마자 옆지기와 서둘러 다락골로 향하는 서해안 고속도로에 몸을 맡긴다.
 내일 많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 때문인지 고속도로는 평소의 토요일과 달리 한가하다.
 "오유월 장마철에 물외(오이)크듯 한다"
 어릴적 시골 어르신들은 남보다 훌쩍 큰 나의 키를 빗대어 농을 던지시곤 하셨는데 그 땐 그게 무슨뜻일까? 이해가 안 되었으나 오늘에야 대충 그 뜻을 짐작할 수 있겠다.
살펴본 작물들의 성장세는 실로 눈부시다.기쁨의 탄성과 걱정의 탄식이 수시로 교차된다.
10그루 심은 오이밭은 미쳐 수확을 하지 못해 늙어버린 노각(늙은오이)들로 가득하다.
2주전 관찰시에는 노균병에 걸려 시들하였으나 방제후 2주만의 작황은 "오유월 장마철에 오이크듯 한다"라는 말을 실로 실감할 수 있다.
 그루마다 5-6개의 노각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고 푸른오이며 노란색 오이꽃들로 만발하여 있다.
 이웃 몇 집에게 한 아름씩 인심 한 번 후하게 써 봐도 바구니 두 개에 가득하다.


 옆지기는 마늘캐기를 나는 고추밭3단 유인줄 설치 및 약제 살포작업으로 일을 나누어 진행하기로 한다.
 작년 김장철에 씨마늘 3접을 거내주시며 "마늘도 한 번 심어 보지"하시는 장모님의 권유 아닌 강압(?)으로 곧은터 사람들만 믿고 시작한 첫 마늘농사, 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끝에 오늘 수확하는 보람을 같는다.
 마늘밭의 3분의1일이 봄가뭄에 타들어 가는(가뭄이 원인인지 토양이 원인인지는 아직 규명 못 함) 아픔속에서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완전 상실해 버렸지만 그 나머지는 속이 꽉 찬 육족마늘을 수확하는 재미에 옆지기는 신명이 나 있다.
 제법 능숙한 솜씨로 호미질하며 잡초까지 곁드려 제거한다.튼실한 마늘과 함께 따라나온 지렁이의 꿈틀대는 모습에 "어머나" 괴성은 자지러지고 웃다 못해 이웃집 할머니가 호기심에 일을 거드신다.
 마늘이 실하게 잘 되었다 하시며 자기네 종자할거라며 몇 접만 바꾸자고 하신다. 자기네는 관리 잘못인지, 연작의 피해인지 벌마늘이 많이 발생되었다 하신다.


 고추가 엄청 자랐다.퇴비만 듬뿍 넣고 아직 웃거름 시비 한번 안 했는데도 키가 내 가슴팍까지 자랐으니 대략 1m30cm이상은 될 성 싶다."작은 고추가 맵다"던대 허우대만 멀쩡하게 큰 이 놈을 닮을까 은근히 걱정도 된다.그래도 가지가지마다 떨어진 �꽃 꽃잎마냥 흰꽃으로 가득하고 풋고추도 빽빽하게 달려있다.3번째 유인줄을 설치한다.2차보다 더 느슨하게 유인하라고 옆고추밭에서 약제를 살포하시던 이웃어르신이 일러주신다.바람에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만 유인하라 하신다.너무 줄을 타이트하게 설치하면 멀대처럼 키만 커지고 열매가 덜 달린다 하신다. 습기를 더한 무더위에 이내 온 몸은 끈적거리고 .....
 장맛비가 한바탕 쏟아질량 검은 구름으로 하늘은 차차 덧 칠해진다.마음은 급해지고 손놀림도 빨라진다.장맛비 내리기 이전 오랜 가뭄으로 굶주리다 장맛비로 마음껏 수분과 영양분울 섭취했는지, 너무 많이 퍼 먹어 배가 터졌는지 몇 몇 풋고추에선 늦가을 서리맞아 쩍 벌어진 으름열매마냥 고추씨만 앙상하게 내 보이며 쫙 쫙 과육이 갈라져있다.
세상 모든게 많아서도 부족해서도 안 된다는걸 주말농사에 임하면 터득한 소중한  진리다.
400그루 심은 노지고추중에서 2그루가 시듣시들 말라죽고 있다.
서둘러 채취하여 뿌리를 물에 깨끗히 씻어 관찰하니 두 그루다 뿌리에 접해 있는 줄기부분의 껍질이 갈색으로 변질되고 부패되어 있다. 그 부위를 칼로 쪼개보았더니 목질부위가 검으스레하게 퇴색되어 가고 있다.
겁이 덜컹난다.
급히 토양소독을 실시하고 살균제를 처방한다.
정식과정에서 석회,규산질 비료를 충분히 시비했다 생각했고 틈틈히 액상칼슘도 옆면살포 했었으나 칼슘부족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것도 몇 개 관찰된다.또 담배나방으로 인한 피해도 몇 개 보인다.일일이 확인하고 제거하여 먼 곳에 내다 버린다.
하늘에는 금방 비가 내릴 것 같다. 탄저예방, 역병방제,담배나방방제약을 혼용하고 액상칼슘을 첨부하여 침투제를 섞어 서둘러 약제를 살포한다.
평소에는 20L들이 분무기로 한 통이면 가능했으나 이번 약제 살포는 두 통으로 충분히 꼼꼼히 약제를 살포한다.
열매가 달리기 시작한 옥수수와 꽃이 피기 시작한 참깨도 살충제를 살포한다.
주변이 어둠에 잠길 무렵 우리사는 모습이 궁금하다면 인천에서 친구 두분이 건너온다.
이런저런 담소와 삶의 지혜를 공유하면 웃고 즐기다 그들이 돌아가던 그 시각부터 비가 세차게 퍼 붓는다.


 저녘 10시경에 시작된 장맛비는 밤새도록 내렸다.일요일 아침 뉴스에선 태안 서산 지역에 100MM넘게 비가 내렸다 했다.
 비와 동반된 바람으로 인해 참깨가 여기저기 쓰러져 있어 보는이의 마음을 쓰리게 한다.인력으로 되지않는 일이다 애써 자위해 보지만 노력에 비하면 보기 좋게 자랐고 한창 흰 꽃방울을 떠뜨리고 있던 녀석들과 마주 했을땐 환호성이라도 지르고 싶었는데 하루아침에 이꼴로 변해 버리다니 허전함이 주위를 휘감는다.비는 계속 내리고 밭에 들어가 손도 쓸 수 없고 그냥 마음고생만 해야한다.
 깨밭 옆의 검은콩밭은 약 20%정도가 새때들의 공격을 피하지 못한것 같다.이것을 대비해 아파트에서 포트에 육묘중이지만 장마철 일사량 부족으로 콩나물처럼 웃자라 이것도 싶지가 않다.기피제와 반짝이줄로 조류들을 쫓아보려 노력중이지만 오늘보니 그 반짝이줄 밑에서 비둘기녀석이 비웃기라도 하는양 한가롭게 새로 올라오는 새싹을 포식하고 있다.피해본 그 곳에 다시 한 번 씨앗을 파종한다.
2m이상 훨씬 커져있는 대학찰옥수수가  보기에도 참 멋지다.
숫꽃은 활짝 피었고 어느덧 열매들이 자리를 잡아간다.어느것은 빨간색,어느것은 연한녹색의 옥수수 수염들이 바람에 나풀거린다.
보기에 흐뭇한것은 옆지기도 매 마찬가지인냥 싶다.고삼 딸아이에게 자랑삼아 전화질이다.
이삭거름을 시비해야 되는데 비 때문에 작업을 하지 못한게 마음에 걸린다.
온 밭이 온갖 들풀세상이다.
계속되는 비로 인해 예정된 잡초제거는 하지 못한다.
옆지기가 자꾸 제초제를 사용하자 유혹하지만 "제초제만은 사용말자"자신과의 약속을 다시 한번 다짐하며 잡초제거는 다음주에 예약하고 13시에 예정된 결혼식 참석을 위해  당진에서 부천으로 서둘러 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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