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의 주요 질병과 방제대책

 

    꿀벌의 감염성 전염병은 병원체에 따라 크게 세균성, 진균성, 바이러스성, 그리고 원생동물성 전염병으로 나눌 수 있다. 세균성 전염병으로 미국부저병(AFB) 및 유럽부저병(EFB) 등이 있으며, 진균성 전염병으로 백묵병(Chalkbrood) 등이 있다. 바이러스성 전염병은 마비병(Paralysis), 낭충봉아부패병(Sacbrood) 등을 들 수 있으며, 원생동물성 전염병은 노제마병(Nosema disease)이 있다. 이들 질병에 대한 예방적 차원의 관리가 없다면 질병의 발생 후 아무리 치료를 잘한다고 할지라도 경제적 손실은 피할 수 가 없기 때문에 철저한 방제가 매우 중요하다.


1. 질병의 종류, 증상 및 감염경로

  벌에 해를 끼치는 질병은 종류가 많으나 주로 유충에 발생하는 질병, 성충벌에 발생하는 질병 및 응애병으로 나눌 수 있다.


    가. 유충벌의 질병

  유충에 발생하는 주요 질병으로는 부저병, 낭충봉아부패병, 백묵병을 들 수 있다. 부저병이란 유충벌에 병원균이 치해하여 유충벌을 부패케하는 질병을 총칭하여 부저병이라 한다. 부저병은 병원균에 따라 미국 부저병와 유럽 부저병으로 나뉜다. 미국 부저병은 유충벌의 질병중 가장 무서운 세균성 질병으로 병원균은 포자를 형성하는 박테리아의 일종으로 원인균은 Paenibacillus larvae이다. 유럽 부저병의 병원균은 Melissococcus pluton White로 유충벌이 썩어 죽는 과정이나 전염경로는 미국 부저병과 유사한 점이 있으나 미국 부저병에 비하여 병세가 가볍고 썩어 죽은 유충은 별로 찐득찐득한지 않으며 썩어 죽은 유충의 마른 딱지가 벌방밑에 놓이지만 잘 떨어져 청소벌들에 의하여 쉽게 제거된다.

  낭충봉아부패병은 세균성 질병인 부저병과는 달리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이 병에 걸린 유충은 벌방내에서 썩어 말라붙는 점에서 부저병과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질병이다. 이 병의 발생 초기의 모습이 물집이 생긴 모습과 비슷하여 낭충병(sacbrood)이라 부르기도 한다. 발병한 유충들은 몸에 물집이 생긴 듯 액이 꽉 차고 피부가 굳어지기 시작하며 몸은 백색에서 점차 회황색으로 변해 가다가 머리 쪽부터 갈색 내지 회갈색으로 되어 나중에는 암갈색으로 변하면서 점차 말라 벌방에 남는다. 말라죽은 유충은 청소벌들에 의해 쉽게 제거된다. 병원 바이러스의 크기는 30nm 정도이며 성충벌의 몸에 머물러 증식해 있다가 바이러스 입자가 유충벌들의 몸에 들어가는데 주로 먹이를 통해 체내에 들어간다. 감염 2일부터 병징이 나타나 진행되며 한 마리의 축은 유충벌은 100만 마리 정도의 유충벌을 죽일 수 있는 바이러스 양을 보유하고 있어 경계를 요하는 질병의 하나이다. 이 병에 걸린 유충들은 허물을 벗지 못하여 번데기가 되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질병이 곳곳에서 발생하여 큰 피해를 보이고 있다. 바이러스성 질병인 이 병에 대한 치료법은 없으나 질병이 발생하더라도 유밀이 풍부해지면 병세가 호전되는 것으로 보아 봉군의 세력강화가 이 질병을 극복하는데 중요한 한가지 대책이 될것으로 여겨진다.

  석고병은 일명 백묵병이라고도 하는 곰팡이성 질병으로 병원체는 Ascosphaera apis이며 유충이 이병에 걸리면 봉개 후 죽는다. 죽은 유충의 시체는 처음에는 솜처럼 다소 팽대되어 죽어 균사가 차차 자라면서 유충의 체액이 말라 나중에는 백묵과 같이 딱딱하게 굳는다. 말라죽은 시체는 일반적으로 백색을 띠는데 때로는 청회색 또는 흑색을 띠는 것도 있다.


나. 성충벌의 질병

  성충벌에 있어서 주요 질병으로는 노제마병, 마비병, 설사병 등이 있다.

  노제마병은 단세포 단세포 원생동물인 Nosema apis Zander이며 포자는 먹이와 함께 내장 위벽에 들어가 증식되면서 발병이 시작된다. 노제마병의 전염은 위장에서 발아, 증식하면서 생활환을 되풀이하고 일부 포자는 배설물과 함께 체외로 나와 또 다른 전염원이 되어 다른 꿀벌에 옮겨간다. 그밖에 도둑 벌의 활동이나 오염된 기구의 사용 또는 야외에서 급수 벌들에 의하여 운반해 드리는 오염된 물에 의하여 전염, 전파된다.

  성충벌의 마비병은 일종의 바이러스병이다. 마비병에 걸린 성충벌은 마치 설사병에 걸린 것처럼 배가 통통하고 소문 근방에 기어다니면서 날개를 몹시 떨고 병세가 악화되어 죽을 무렵이 되면 땅을 파헤치며 뺑뺑 돌다가 죽는다. 마비병에 걸린 성충벌의 잔털은 마모되어 기름을 바른 듯 광택을 띤다. 전염 경로에 관해서는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발병 환경을 보면 벌통내 과습이나 냉습 또는 먹이의 질이 좋지 않을 때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러므로 봉군 관리를 철저히 잘 하는 일은 마비병 방제를 위해 좋다. 마비병이 발생하면 여왕벌을 갱신하여 효과를 보았다는 보고가 있다.

  설사병은 이른 봄철 성충벌에서 자주 발생하는 질병으로 전염력은 적다. 그러나 이른 봄철 설사병이 발생하면 봉세의 발전이 늦고 불량하여 피해를 받기 쉬우며 설사병은 노제마병을 동반하여 발생하는 일이 많은데 이때는 그 피해가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설사병은 월동 저밀이 미숙되었거나 잘 굳는 벌꿀로 월동을 시킨 상태에서 발병이 잘 되며, 또는 이른 봄철 설탕액을 너무 묽게 또는 차게해서 급여하였을 때 자주 발생한다. 설사병에 걸린 성충벌은 벌통 안팎을 다니면서 담황색 내지 갈색 묽은 똥을 싸서 주변을 더럽히고 병세가 악화되면 똥의 색은 흑색을 띤다. 설사병에 걸린 성충벌은 거동이 둔하고 배가 통통해지며 소문 근방에 모여 죽는데 가벼운 설사병에 걸인 일벌들도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우므로 일단 발병하면 그 피해는 대단히 크다. 설사병의 발병은 사양관리의 소홀에서 야기되므로 설사병의 방제는 무엇보다도 발병 원인을 파악하여 그에 대응한 봉군관리 대책이 따라야 하고 다음에는 오염기구는 소독 및 햇볕에 잘 건조시킨 다음 사용해야 한다. 월동중이나 이른 봄철의 봉군관리에 신경을 쓰면 설사병은 막을 수 있으며 외역활동이 왕성해지면 설사병은 차차 없어진다.


다. 응애병

  벌의 유충, 번데기 및 성충벌에 응애가 기생하면 이들이 체액을 빨아 먹으므로서 벌육저해, 체중감소, 기형벌 출현, 활동 저해, 수명 감소 등을 초래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발견되는 응애로는 꿀벌응애(Varroa jacobsoni Oudemans)와 꿀벌 기문응애(Acarapis woodi Rennie) 두 종류가 있다.

  바로아병은 꿀벌응애(Varroa jacobsoni Oudemans)가 벌방내 꿀벌의 유충 또는 번데기나 성충벌에 기생하여 체액을 빨아먹어 발생하는 질병이다. 산란육아의 진행 중에는 대부분의 응애들이 봉개 소방내에서 번식, 기생하다가 산락육아가 끝나면 모두 성충벌의 몸에 옮겨 기생, 월동하여 다음해 산란육아 방의 봉개 직전, 벌방에 들어가 알을 낳고 번식한다. 암컷 한 마리의 산란 수는 약 5개이며, 암컷의 발육기간은 약 10일, 숫컷의 발육기간은 약 6일이므로 연중 20여회 발생할 것을 추정된다.

  아카리병은 꿀벌기문 응애(Acarapis woodi Rennie)가 꿀벌의 전흉과 중흉 사이 첫 번째 기문 내부 기관의 내부벽에 기생, 체액을 빨아먹으면서 기관벽을 허물게 하여 발생하는 질병이다. 교미를 끝낸 꿀벌기문 응애 암컷은 제 1기문을 통해 기관에 들어가 알을 낳고 부화 유충은 기관벽을 계속 체액을 빨아먹고 살며 피해를 입은 기관벽은 허물어져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고 결국 죽게된다. 기관벽에 응애 수가 많아지고 기관벽이 허물어지면 호흡장애를 받게 되고 후에는 신경마비 또는 비행근육의 활동에 이상이 생겨 심한 피해를 입을 꿀벌은 날지 못하고 죽게된다. 꿀벌기문 응애의 전염은 접촉에 의하여 전염되는데 벌통내에서의 접촉 뿐만 아니라 외역 활동 중의 접촉에 의해서도 전염된다. 기문을 통해 밖으로 나온 응애는 가슴 털에 매달려 있다가 다른 벌과 접촉되었을 때 옮겨가는데 기문에 들어가 3-4일이 되면 알을 낳기 시작한다. 암컷은 5-7개의 알을 낳으며 성충이 되는 데는 암컷 14-15일 숫컷 11-12일이 소요된다. 성충 응애는 기문을 통해 밖으로 나와 또다시 다른 꿀벌의 기문을 찾아 들어가 생활을 되풀이한다. 대개 한 세대를 마치는데 19-21일 정도 소요되며 아카리병의 증상은 발병 정도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즉, 시구가 흩어져 앞 뒤 날개가 풀어지고 정상적인 비상 활동을 하지 못하며 소문 근방에 기어다닌다. 배가 통통해지고 배 끝을 질질 끌고 다니며 배 끝 부분이 약간 굽어 있다. 설사를 해서 소문 안팍에 황백색 배설물을 묻혀 놓으며 몇 마리씩 무리를 지어 모이는 현상을 자주 볼 수 있다. 또한 아카리병의 피해를 입은 기관에 흑색점이나 청동색 반점이 얼룩무늬로 보이지만 피해를 입지 않은 꿀벌의 기관은 백색으로 보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피해 또는 발생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꿀벌응애 (Varroa jacobsoni Oudemans) 의 모습


꿀벌기문 응애 (Acarapis woodi Rennie)와 기문 응애에 감염된 기문의 모습

2. 치료 및 예방대책

  부저병에 대한 예방적 대책으로는 도봉방지, 오염된 벌꿀의 사양금지, 오염 봉군의 처치, 오염 소비의 소각, 오염 양봉기구의 소독을 실시하고 저항성 벌종을 구입하는 방법들이 있다. 오염원의 근절을 위해서는 병에 걸린 봉군을 발견하는 대로 불에 태워 버리는 일과 나머지 양봉기구는 철저히 소독을 실시하여야한다.

  이 질병의 치료제로는 항생제를 사용하는데 그중 소디움설파디아졸 (sodium sulphadiazole) 이나 옥시테트라싸이클린 (oxytetracycline)을 사용하는데 항생제의 벌꿀 내 잔류성에 대하여 주의하여야 한다. 급여시기는 월동 직후 육아 개시 시기를 택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들 약제를 이용한 완전한 치료는 어려우며 예방적 차원에서 철저한 봉군 관리가 절실하다.

  노제마병의 발병 증상이 뚜렸이 나타났을 때 유효한 방제법을 찾아 적용하기란 너무 늦다. 노제마병을 방제하는 최선의 방법은 이 질병이 잘 발생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 및 그에 따른 방제법을 찾아 적용할 줄 아는데 있다. 노제마병에 대한 치료약으로는 아스퍼질러스 속 곰팡이에서 생기는 항생물질인 퓨마길린(fumagillin)이 있으며, 이는 노제바병균의 증식을 막는데 유효하게 쓰이는 약제이다. 이 약제는 꿀벌의 위벽에서 증식하는 과정에 있는 병원균에 대해서는 유효하지만 정지상태의 포자에 대해서는 효과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꿀벌응애의 방제는 응애약을 주성분으로 한 훈연지들이 사용되고 있다. 이들 훈연지 처리시는 월동 봉구 형성시기를 제외한 봄부터 가을에 걸쳐 사용할 수 있는데 훈연처리에 가장 알맞는 시기는 10월경 산란육아가 끝나는 때이다. 산란육아의 진행 중에는 대부분의 꿀벌응애들이 봉개 소방 내에서 있기 때문에 이 때는 훈연처리해도 꿀벌응애 방제 효과가 크게 낮아진다. 훈연지의 크기는 봉군 크기에 따라 조절해야 하며 훈연지의 처리는 20-30℃ 기온 범위에서 실시해야 한다. 기온이 낮거나 또는 높은 상태에서 훈연지의 처리는 꿀벌에 해를 끼칠 염려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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