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가지 과제


1. 배수불량한 저습지토양, 철저한 암거와 명거배수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첫 번째 현장연구에는 수원에서 조인상 토양 물리학 박사(농업과학기술원, 토양 과장 역임)와 박양호 식물영양학 박사를 초빙하여 자문을 받았다.

첫 방문 농장은 성환 율금리 산25의 복지농원이었다.

대표지점 4개소를 1m이상 파서 조사한 결과 이 농장에는 지형에 따라 특색이 다른 여러개 토양이 섞어 있었다.

대부분은 배 과수원으로의 적성등급이 2급지로 좋았으나 과수원의 맨 위쪽 위치에는 40cm 깊이에 딱딱한 경반층이 있어 뿌리의 신장을 저해하고 물빠짐성(투수성)이 나쁜 4급지가 있었고 또한 맨 아래쪽 위치에는 과거 논을 메꾸어서 조성한 자리로 저습 4급지의 문제 토양이 존재하고 있었다.


[표1] 지형 위치와 토양 특성(조인상 박사 조사 자료)

위치

토양통

토  성

과수적성등급

1

연곡 C

사양토/사양토

4급지, 경반

2

백산 B

양토/식양토

1급지

3

백산(식질)B

식양토/식양토

2급지

4

지산(복토)B

양토/양토

4급지, 저습


저습지에는 백문우병도 발생되고 있었다. 이 자리는 논으로 두었다면 1등급 논토양(지산통)으로 다수확 답이다.

개량방법을 들면 맨 위쪽의 경반층이 있는 4급지는 굴착기나 심토파쇄기로 딱딱한 층을 분쇄하고 혼층하여 수분과 공기를 잘 유통케 하여 뿌리발육이 잘 되 빗물을 많이 저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한편 가축분 퇴비와 석회를 깊이 주어 심토개량을 한다면 대단히 높은 수량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아래쪽, 논을 복토한 곳(제4지점)은 암거배수외에도 고랑(명거)을 깊게 파서 환원된 회색층을 산화시켜 환원물질에 의한 배 뿌리의 해 작용을 줄여서 양분을 효율적으로 흡수 이용케 하는 방안이 개량대책으로 제시되었다.


2. 모래질 과원에서는 물과 비료를 여러 번 나누어 주는 것이 좋다.

직산읍 군서리 산 42-6의 매봉농원은 경사가 있는 3급지로 성환쪽과는 달리 토성은 표토와 심토가 모두 사양토(모래질토양)로 되어 있는 삼각 C 토양이다. 후에 이야기될 동면의 화계농원(지하수위는 높음)과 동우농원도 같은 계열의 토양이다.

사양토의 토양은 유연하고 통기성과 투수성은 좋으나, 자연적인 보비력과 보수력이 낮고 나무의 지지력이 약할 수 있다.

비가 오면 비료분이 씻겨 내리기 쉬우므로 다른 토양보다 비료를 여러 번 나누어 주도록 해야 하며 과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한 토양에 주지 않고 요소 엽면 시비하는 것도 응급처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성환쪽의 과원은 거의 모두 식양질(질땅)의 토성을 갖고 있다.

옛날에는 보수와 보비력이 높은 식양질 토양을 배 재배의 적지로 여겨왔으나 현재는 물 값이 싸고 관수시설에 돈이 많이 안 들어 사양토에서도 배 재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배 과수원으로서 모래질땅과 질땅간의 어떠한 장단점이 있을까 하는 것을 토의 내용으로 하여 문제 제기를 하였다. 오고간 이야기를 정리하면 아래 표의 내용과 같으나 이중 낭도에 관해서는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어 앞으로의 연구과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표 2】 사질과 식양질 과원의 상대적 장단점(표준재배시)

항목

모래질땅

질땅

과실 수량

적다

많다(16)%

당도

높다

다소 낮을 것이다

경운작업

쉽다

시간과 기름값이 더든다

통기성

좋다

개량해야 좋아진다

보수 보비력

낮다

높다

관수

자주해야

자주 안해도 된다

비료기

자주 끊긴다

늦게까지 지속

비료주기

자주 나누어 줌

자주 안줌


3. 미숙 퇴비를 시용하면 하우스 아닌 노지 과수에서도 가스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다음에는 어느 농가의 하우스 포도 재배사로 안내 되었다. 위급환자가 있다는 바람에 이곳으로 온 것이다. 하우스내에는 싱싱하게 잎이 자라고 있는 포도나무가 도열해 있었다. 그 중에 중앙부에 대여섯 나무에서 일부 잎이 위축되어 있었다. 뿌리 밑부분을 파고 들어가 보니 일부 새로 나온 곁뿌리가 흑갈색으로 괴사되어 있었다. 환풍 관리를 잘 한탓에 이 정도로 경미한 것이 다행이었다.

쓰여진 비료는 콩깻묵이었고 이를 주고 관수를 해 주었고 또 그 위에 부숙제를 주었다는 것이다. 밀폐된 환경, 콩깻묵, 피해주가 환풍이 잘 안 되는 중앙부라는 점, 일부 곁뿌리의 괴사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암모니아 가스 발생의 피해로 결론을 지었다. 아마도 미숙된 일부 콩깻묵이 섞여 들어가지 않았나 생각된다.

유기질 비료는 습기가 가해지면 소량의 암모니아 가스가 발생한다. 하우스내에는 환풍이 잘 안되어 발생된 가스가 흙속에 머물게 되어 피해를 발생한다. 이런 현상은 미숙된 가축군 퇴비를 주었을 때 궂은 날씨에 분해단계에 있는 과수원 토양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배 성목은 뿌리의 양이 많아 겉보기로 피해가 감지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가축분 퇴비를 부숙되지 않은 것을 썼다면 보이지 않게 나타나는 피해를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노지 과원에서도 미숙 퇴비를 많이 주었을 때는 땅속 공간에서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인식 할 필요가 있다. 공장 폐기물이 섞인 불량 퇴비를 준 포도농장에서 그 피해가 엄청나게 크게 나타난 것을 몇 해 전 입장 지역에서 관찰한 일도 있었다.

이 외에도 연탄을 이용한 가온 시설에서는 아황산가스의 피해가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하우스내의 장미와 꽃 재배에서도 흔히 나타나 문제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미숙퇴비 사용으로 인한 피해는 노지의 과원에서도 우기에 발생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완숙의 양질 퇴비를 사용하는 것에 유념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4. 관리 잘된 기존 과원에서도 심토개량 효과를 기대해 볼만 하다.

성환 대흥리 풍산농원은 홍춘식 고문님의 과원이다. 거름끼가 넘치지도 않고, 끊어지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이 분의 시비 관리 철학이다.

몇 해 전 1999년에 실시한 여러 회원의 토양 검사에서 토양의 화학적 성질이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을 정도로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었다. 즉 흙 검사에서 그것이 증명된 것이다.

재배 년 수가 63년이나 된 노목의 과원이나 잎은 윤택이 나고 싱싱하였다. 토양은 부곡양토로 7~15% 경사지에 위치해 있으며 표토는 양토(중간토성)로 매우 좋고, 심토는 미사질 식양토로 이상적이다. 결점은 일부 국지적으로 오랫동안 위층의 점토가 밑으로 씻겨 쌓여서 생긴 60cm 깊이에 경반층(딱딱한 층위) 때문에 수직 배수가 되지 않고 물기가 수평으로 이동되어 뿌리 신장이 제한을 받고 있는 곳이 몇 군데 있었다. 즉 깊은 심토의 물리성이 문제인 것이다.

토양 검사에서 제시된 대책은 심토파쇄로 경반층을 깨고 유기물을 사용하거나 배수 시설을 설치한다는 것이었다.

그 후 2000년 봄 풍산농원을 다시 방문했을 때는 소형 굴착기로 경사면을 따라 두 번 파서 유기질 퇴비를 시용하면서 경반층도 깨고 심층토양을 개량하는 이중 효과가 기대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따라서 현재 노목임에도 잎이 윤기가 나고 싱싱한 것은 3년 전 시행한 심토개량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하면서 기존 과원에서도 심토개량에 관심을 두었으면 하였다. 간단히 말하면 유기물과 석회를 심층 시비한다면 아마도 몇 십 %의 수량은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해 본다. 그 이유는 많은 과원 토양의 표토 부분은 거름기가 많아 비만증에 걸려 있는데도 속흙은 영양실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5. 방풍망이 효자 노릇 할 때가 있다.

다음에 들린 곳이 성환의 왕림리 천호농원이었다. 대면적의 북향받이 과원이다. 2000년 태풍 피해로 약 500상자의 배가 낙과되었다고 한다.

방풍망 설치는 2001년 8월달 13일의 작업으로 완료되었는데 지대가 높은 곳은 4.5M 높이로 방풍망을 전체과원 둘레에 설치하였다고 한다.

방풍망 설치비용은 7,500평에 자재비 650만원, 인건비 557만원을 합쳐 1,207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2000년도에 입었던 태풍 피해 추정액이 1,000만원이라고 하니 경제적 이익이 대단하다.

이 방풍망 설치 후 다음해에는 태풍이 없었으나 전국적 태풍 피해가 있었던 2002년에는 낙과 피해가 5%에 불과해서 인근지역 낙과율 15%와 비교하면 약 60% 피해 감소를 본 셈이다. 이 지역은 정도 차이는 있으나 매년 태풍 피해가 있다고 하는데 아주 강한 강풍이라도 그물의 실오라기에 닿기만 해도 그 힘이 분산되어 힘을 못 쓰고 나약해지는 것이 물리학적 이론이다. 아무튼 태풍이 아니더라도 매년 크고 작은 비바람으로 과실 피해가 있기 때문에 방풍망은 매년 과원 주인에게 효자 노릇을 하는 셈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보다는 미리 대처하는 것이 지혜로운 사람이 하는 일이다.


6. 토양침식 방지와 응애 서식처 제공을 위해서도 초생재배가 유리하다.

성환 왕림리의 대일농장 중 한 필지는 북향의 구릉시로 토심이 깊고 7∼15%의 경사지에 위치해 있다. 노목임에도 부숙된 우분 퇴비를 주면서 관리를 잘해 세력이 좋고 가지가 유연하게 잘 뻗어 있어 보기에도 시원하다.

이 과원은 다년생 자생 초종에 의한 초생법으로 지표면 관리가 되고 있었다. 이 목초는 외국산 사료에 묻혀 들어와 가축의 똥을 통해 들어온 것 같다.

이러한 경사지에서는 청경재배보다는 흙 알갱이와 비료분의 유실을 막기 위해 초생법이 바람직하다. 어린나무라면 풀과 양수분의 경합이 문제되지만 성목에서는 그럴 염려가 없다. 다만 풀이 먹을 소량의 거름을 얹어 주면 된다.

나무 밑에는 자생풀이 베어지지 않고 남겨 두었는데 이것은 응애의 먹이와 서식처가 되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나무로 올라가는 응애 밀도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대단히 자비로운 처사라 생각되어 웃음이 나왔다.


7. 가축분 퇴비를 많이 주고 있는데 황산칼리 추비 효과가 있을런지?

성환 송덕 산 4번지의 동향 경사지에 놓인 대한 농장의 한 자락이다.

나무 높이가 낮게 전정이 되어 있어 아마도 작업의 편리성에 초점을 둔 것 같다. 잘 관리된 대면적의 과원을 제쳐 두고 이 지점으로 안내되었다. 이 일대가 다 그렇듯이 가축분 퇴비를 많이 쓰고 있다. 다른 비료로 무엇을 쓰느냐고 했더니 일부 시험삼아 황산칼리를 추비로 주었다고 하였다. 황산칼리(K2SO4)는 염화칼리(Kcl)에 비해 제조 공정이 한번더 있어 비싸므로 칼리 시용을 목적으로 할 때는 잘 안 쓴다. 다만 염소(염화칼리에서)가 들어가서 품질이 나빠지는(물기를 빨아들여 불이 잘 안 붙음) 담배와 같은 경제적 작물에만 쓰여진다. 또한 마늘과 양파 또는 양배추와 같이 유황성분(아린 맛 성분에 있음)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에는 품질을 높이기 위해 쓰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경우는 가축분 퇴비를 많이 주었기 때문에 칼리(K) 비료를 준다고 하는데는 선뜻 동의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칼리를 질소 비료기가 셀 때 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준다면 이치에 맞는다. 아마도 가축분 퇴비를 많이 주어 질소 기운이 셀 것으로 예상했는지도 모른다.

질소 기운이 세면 광합성이 덜되고 당이 적어져서 나무는 연약해지고 과일에는 당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축분에는 질소(N)도 많지만 인산은 물론 칼리가 많이 들어 있어 가축분 퇴비를 오래 주어 온 토양에는 칼리 성분도 많다. 많을 뿐만 아니라 너무 많은 경우가 있어 흔히 상대적으로 부족한 석회(Ca)와 고토(Mg)의 결핍증이 발생되기 쉽다. 왜냐하면 가축분 퇴비에는 석회나 고토성분보다도 칼리성분이 훨씬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볏짚퇴비에도 많다). 고토 결핍은 잎의 엽맥 사이가 노랗게 되어 나중에는 갈색의 얼룩무늬를 띤다. 배나 포도 과수원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질소 성분만이 들어 있는 비료를 줄때는 상응하는 칼리비료를 주어야 하지만 가축분 퇴비에는 질소와 칼리 성분이 모두 많아 별도의 화학비료로 칼리 비료를 더 먼저 줄 필요는 절대로 없다는 생각이다.

다른 각도에서 황을 주기 위해 황산 칼리를 준다면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황은 당의 중간  물질인 피르부산을 만드는데 효소로 쓰이기 때문이다.

과거 시험에서 포도에서 황산칼리를 엽면시비로 세 번을 준 결과 염화칼리로 준 것보다 산도가 감소되고 당도를 높여 품질이 향상되었고 또 사과와 복숭아에서 황이 들어 있는 황산칼리를 준 것은 염화칼리를 준 것보다 산도가 낮아지고 당이 높아졌으며 수량도 올라갔다는 성적이 있으나 아직도 시험성적이 많지 않아 그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가축분 퇴비에는 종합비료로 미량요소도 많고, 황 성분도 넉넉히 들어 있어 따로 황을 더 줄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렇지만 칼리와 황은 다른 성분과 달리 빗물에 씻겨 내려가기 쉬운 성분으로 올해와 같이 계속 비만 내리는 해에는 과연 그 효과가 있었을지는 모를 일이기는 하나 정도(正道)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8. 지하수위 높은 과원, 닭똥 퇴비 밑거름과 화학비료 웃거름을 많이 주는 것은 빙판길을 걷는 것과도 같다.

동면 화계리 301번시, 들판 가운데 놓여 있는 화계농원(3,300평)이다. 그 일대가 모두 사양질(모래질) 토양으로 토양의 통기성과 투수성은 좋게 보이나 논에 조성된 과원으로 옆에 있는 논과 수면이 같아 밑바닥은 지하수위가 높은 저습지로 볼 수 있었다. 과원 아래쪽 지점에 배수로와는 낙차가약 4m나 되어 비가 안 오면 표면 배수는 잘 되는 지형이다.

그러나 폭우가 오면 물이 차서 지하배수가 쉽지 않은 입지조건에 놓여있어 장마기에는 속흙의 환원층에서 환원 물질의 생성으로 배 뿌리의 해 작용을 주게 되고 또한 가축분 퇴비의 분해(썩힘)도 어렵게 될 것이다. 또한 지하수가 흘러들므로 지온이 낮아 뿌리 생육이 덜 된다. 다행이 가까운 인근에 배 과수원이 적어 병해충의 비래는 적을 것으로 보았다.

아무튼 올해와 같이 여름내 내 장마가 계속된 해에 병해충의 피해 없이 나무가 깨끗이 자란 것을 보니 농장주의 노력이 엄청나게 컸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또한 올해 문제가 되었던 흑성병도 없어 보였다.

농장수로부터 금년도의 과원 관리에 대하여 준비된 개략 보고가 있었다. 한마디로 솔직하고 성의가 대단하였다.

배꽃은 4월 17일 피기 시작해서 4월 24일 만개 되었고 적과는 5월27일과 28일에 실시하였으며 지베레린은 6월 3일 처리하였다고 한다. 나로서는 처음 듣는 귀중한 자료로서 요약해서 여기에 적어두고자 한다.

(1) 3월 23일부터 8월 23일까지 20회의 농약을 썼다는 것이다. 어느 경우는 하루 건너서 또는 3∼7일 간격으로 준 경우도 있으니 대단한 정성을 쏟은 셈이다. 올해 같이 비가 많았던 해에 이와 같이 안했다면 큰 피해를 입었을지 모를 일이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비료를 덜 주었으면 이렇게 약제 방제에 신경을 덜 쓰게 되었을 것도 같았다.

첫 농약살포에서는 기계유제 대신에 가성소다(4kg), 톡숀, 네오아소진(수은제)을 혼합 살포하였다고 하였다. 가성소다는 양잿물의 강알칼리로 피해도 예상해 볼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수피에 잠재해 있는 해충의 소독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2) 시비관리에 있어서는 기비로 3,300평에 계분 40∼50톤을 주고 원예용 복비 30포(6/24), N-K복비 14포(7/27), 요소 비료 4포(8/10)와 1포(8/24)를 주었다고 하였다.

(3) 이외로 설탕 15kg 4포(8/10), 15kg 3포(8/24)를 주었다고 한다.

계분 퇴비는 독한 비료로 수분도 적어(39%) 1톤당 성분량도 질소 12kg, 인산 22kg, 칼리 15kg가 들어 있으므로 40톤을 주었다고 처도 10a(300평)에 질소 48kg, 인산 88kg, 칼리 60kg가 시용된 셈이고, 또 여기에 복비와 요소비료로 들어간 질소 성분량을 대충 따져 10a에 22kg가 사용된 셈이다. 질소 성분만 따진다 해도 10a에 계분 퇴비와 화학비료를 합쳐 70kg가 들어간 셈이므로 표준시비량(22kg/10a) 보다 3배나 준 셈이다.

이 과원의 흙은 사양토이므로 물과 거름 성분을 오래 간직할 수 없는 특성을 가진 흙이다. 그런데도 그 많은 비료를 먹고 무탈하게 견뎠느냐는 데 의문이 간다.

일행 중 홍춘식 고문은 잎이 농녹색으로 비료기가 많다고 하였다. 생짚을 위에 덮어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비료기를 더디게 내품게 하기 위해서는 생짚이 아주 좋다. 우선 질소 비료기가 먼저 생짚 썩히는데 소모되고 과수에는 천천히 가기 때문이다. 또한 생짚이 썩으면 칼리 성분이 울거 나온다. 내 생각엔 계분만 해도 많은 양이었으므로 화학 비료로 추비는 안 주었어도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면 왜 추비로 화학비료를 많이 주었는지? 화학비료를 추비로 더 준 이유는 어디에  있는지를 과제로 삼아 진지하게 토론했어야 했다. 그러나 시간이 없었다.

여기에서 내 생각을 개진하려 한다. 무엇보다 이 과원은 지하수위가 있기 때문에 많은 비료를 주어도 매우 많은 양의 비료분이 늘 물에 녹아 과원 밖으로 이동하여 빠져 나간다. 그래서 과수 나무는 비료 준건 만큼 씩씩하게 자라지 못하여 늘 비료기가 적다는 생각에서 추비로 또 주고 하는 것을 반복하게 되었을 것이다.

거기에다 사용된 계분 퇴비는 늘 습한 조건으로 있기 때문에 분해가 지연되고 더뎌서 비료기가 기대했던 만큼 안 보였을 것이다.

특히 금년도는 비가 이틀 걸러 왔기 때문에 이 현상은 더 했을 것이다. 아마도 가뭄이 와서  건조했다면 퇴비의 분해가 빨라서 나무가 과다한 비료들 견뎌내기 힘들었을 것으로도 생각되었다.

이런 관계로 화학비료 추비를 6월 24일 30포 주었는데, 7월 27일 14포를 더 주게 된 것으로 보이며, 또 비료를 주었는데 비료발이 안 나자 8월 10일과 24일 미생물 먹이로 설탕 7포를 구어 계분 퇴비의 분해를 촉진하도록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아무튼 금년 농사는 그럭저럭 잘 된 것 같이 보여 다행이진 하지만 내보기엔 빙판길을 걷는 것 같아 앞으로는 토양 조건을 고려하여 과비 안 되게 하고, 농약도 예찰을 통해 줄여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해보았다.


9. 산록 경사지 과원, 승수로와 초생대 설치로 물 저장과 토양침식 방지에 힘써야 한다.

화계리 들판에서 죽계리 마을을 타고 해 오름길, 동쪽 끝자락으로 올라가다 보면 협곡에 위치한 대동 마을의 동우농장에 이른다. 해발 높이가 꽤 될 것 같은 높은 지대로 보인다.

토양은 산록 경사지에 위치한 사양토이다. 입지조건이 성환쪽에서는 볼 수 없었던 험준한 산골짜기여서 관리가 몇 배나 힘들었을 것을 생각하니 경영수에게 감탄의 찬사를 보내고 싶어진다.

일본 돗도리현의 과원 입지조건이 경사가 심한데, 급한 경사지는 인건비와 경영비가 많이 늘어 경영을 중단하기도 한다고 한다.

또한 급한 경사지 과원에서는 「모노레일」 을 설치하여 운반수단으로 활용한다고 하니 참고해 볼만하다.

계곡 중간지점에는 관수를 위한 연못도 만들어 놓았는데 올해 같은 해는 연못 밑 부분이 습해서 지온상승이 안되고 뿌리 발육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였다.

특히 면적이 큰 산비탈이 있는 과원은 수형 구성이나 토양 관리가 중요할 것으로 생각되므로 시범농장으로 새로운 기술 투입을 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경사지에서는 수토(水土)보전, 즉 물과 흙을 흘러내리지 않게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중 경사방향을 거슬려 승수로(물고랑 띠)설치를 해서 빗물과 거름을 먹은 흙 알갱이를 머물게 하여 효과를 보는 것이다. 또 하나는 관리가 쉬운 풀을 심어 초생대(풀띠)를 설치해서 역시 같은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시간이 없어 충분한 토론을 거치지 않아 여기에 말한 내 의견이 다 옳다고는 볼 수 없으나 토양 비료 관리 측면에서 한번쯤은 되새겨 참고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10. 작은 이익을 보려고 이것저것 준 것이 큰 피해 불러 올 우려 있다.

상농(上農)은 흙을 가꾸고, 중농은 작물을 가꾸며, 하농은 잡초를 가꾼다는 선인들의 지혜를 일깨워 본다. 흙을 가꾸면 작물은 저절로 잘 자라며, 흙에 주는 비료는 약간 넘쳐도 피해가 없으나 잎에 주는 비료나 물질(농약 등)은 농도 장해와 과다 피해가 심하다.

특히 사용 경험이 없는 새로운 자재(4종 복비 등)를 사용할 때에는 물품 값에 비해 피해액이 커 질수도 있다.

이번 현지답사에서 설탕을 쓴 것 외에는 본 일은 없었으나 배 과원에서도 영양제(칼슘) 4종 복비를 엽면시비로 주고 있다는 것을 여러 번 듣기도 하였다. 칼슘(석회) 영양제나 붕소가 많이 들어 있는 4종 복비를 주어시설 오이 재배에서 크게 피해를 가져오는 사례도 많이 보고되어 있다.

칼슘은 흙에 가장 많이 늘어 있는 성분으로 땅을 통해 안전하게 먹여야 정상이다. 또 붕소는 미량요소로서 소량이 필요한데 많이 주면 반드시 큰 피해가 온다. 붕소가 많이 들어 있는 물 비료를 주어 피해를 입는 사례는 너무도 많다. 붕소는 가축분 퇴비를 주는 경우에는 많이 들어 있어 오히려 과다로 섭취할 수가 있어 전혀 따로 줄 필요가 없다. 약값이 싸다고 해서 무조건 주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석회 비료나 고토 비료는 가급적 토양을 검정해서 줄 필요가 있는가를 따져 보고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효과를 가져온다.

가축분 퇴비를 늘 주는 농가에서는 인산을 절대 줄 필요가 없고 칼리도 특별한 조건(과다질소흡수) 외에는 줄 필요가 없다.

가축분 퇴비에는 인산이 많아 토양에는 지나치게 남아돌아가기 때문이다. 칼리도 많다. 오히려 칼리가 많아 석회와 고토결핍증이 우려되는 토양이 많다. 질소도 따져 보고 나무를 관찰해서 모자랄 때 추비로 살짝 주는 것이 현명하다. 거의 모든 것을 가축분 퇴비로 충당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석회와 고토는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 철분, 붕소 등 모든 미량요소도 가축분 퇴비에 넉넉히 들어 있으므로 구차하게 엽면에 줄 필요가 없다.

배나무는 특히 과수중에도 과다시비에 둔감한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그 까닭은 성목인데도 뿌리가 많아 조금 뿌리가 상해도 눈으로 지상부에 그중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이 나빠져 장마가 온다거나 온도 저하로 냉해가 온다면 그 피해는 커진다.

설령 겉으로 안 나타나도 일부 뿌리가 상한다면 수량이나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을 가볍게 본다면 이 또한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결론은 흙을 가꾸면서 잔꾀가 아닌 정도(正道)를 걷는다는 것이 상농(上農)이 되는 길임을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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