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기능 개선제

우리나라엔 유독 간질환 환자가 많다. 술 권하는 사회 분위기와 간염 바이러스의 유행이 주된 원인이다. 그래서인지 우루사·쓸기담·헬민·레가논 등 간기능 개선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영양제 먹듯 간기능 개선제를 복용하는 사람도 많다. 문제는 약의 본질을 잘 알지 못한 채 남용하는 것이다.


 첫째, ‘간기능 개선제=술 깨는 약’이라는 오해다. 술을 마신 뒤 복용하면 음주로 손상된 간의 회복이 다소 빨라질 수는 있다. 약간의 알코올성 지방간 치료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한두 알 복용했다고 술이 깨거나 간세포 파괴를 막는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는 않는다.

 둘째, 간기능 개선제를 간질환 치료제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간질환 치료제로 인정하지 않는다. 치료 효과에 대한 검증이 부족해서다. 간염을 일으킨 실험동물에 간기능 개선제를 먹였더니 병이 호전됐다는 연구논문은 나와 있다. 그러나 사람의 간염도 치료할 수 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간질환 환자에서 간 효소수치가 떨어지는 경우는 종종 있다.

 분당 재생병원 간질환센터 박영민 소장은 “간기능 개선제는 간의 영양물질이면서 간세포의 손상을 줄이고 새로운 간세포의 재생을 돕는 약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셋째, 피로를 풀기 위해 복용하는 것은 난센스다. 간기능 개선제의 피로 해소 효과를 입증한 논문은 없다.

 2006년 판매액 기준으로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간기능 개선제는 우루사(460억원)·레가논(130억원)·쓸기담(14억원)·헬민(10억원) 등이다. 이 중 우루사·쓸기담은 담즙산 계통의 약이다. 담즙산의 일종인 UDCA(우루소데옥시콜린산)가 주성분. UDCA는 곰·소 등엔 많지만 사람엔 거의 없다. 이 약들은 간세포의 파괴를 막고,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쓸개즙)이 소화관(소장)까지 원활하게 흘러가도록 돕는다. 이 약의 UDCA는 진짜 웅담에서 얻은 것이 아니라 합성된 것이다. ‘복합우루사’ 등 ‘복합’이란 단어가 있으면 비타민·타우린 등 영양성분이 추가된 제품이다.

 레가논은 항산화 성분을 이용해 간에 쌓인 유해(활성)산소를 없애는 약이다. 한양대의대 구리병원 소화기내과 손주현 교수는 “고대 그리스부터 간장약으로 써온 서양 엉겅퀴류에서 추출한 실리마린(항산화 성분)이 주성분”이며, “유해 산소가 간에 축적되면 간세포가 파괴된다는 것을 전제로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간기능 개선제는 비교적 안전한 약으로 통한다. 장기 복용으로 인한 내성이나 의존성도 거의 없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약으로 분류된 것도 많다. 부작용은 위장장애·설사·구토·변비·가려움증·발진·어지럼증 등이다. 정해진 용량 이상 복용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임신부나 수유 여성, 심한 담도 폐쇄 환자, 대장·소장염 환자도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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