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봉산이다.
인천에서 홍천오는 길
이른 새벽 길을 재촉했는데도 매표소 옆 주차장은 겨우 몇 자리만 남아있다.
매표소를 지나 농익은 다래가 서너 개 달린 철재구름다리를 건넜다.
초록 세상 속에서 단풍색이 낯가림한다.
가을 속에서 여름을 함께 걷는다.
아침 일찍 도착한 터라 산행 길은 호젓하다.
군데군데 나무와 돌로 만든 계단으로 잘 정리된 조붓한 산길로 함께 걷는 8명이
기다랗게 늘어선다.
두현형이 길을 찾고 민지아빠가 뒷단속을 한다.
살아가는 지혜와 자연의 묘미에 그칠 것 같지 않던 말수가 내딛는 걸음걸이수와
반비례하여 차츰차츰 자자든다.
한참을 헉헉대며 올라왔는데도 채 20분도 지나지 않았다.
행여 거친 숨소리를 남들에게 들킬까봐 들풀들과 눈인사를 주고받으며 가파른 나무계단을
올라서니 "편하게 갈 수 있는 길",  “조금은 더 험한 길" 두개의 이정표가 선택을 강요한다.
이른 잠을 깨서일까?
민지아빠와 형수와 편을 묶어 험한 길을 택하고 나머진 능선을 따라 오르는 조금은 더 쉬워 보이는 길을 향해 자연스레 두 팀으로 편이 갈렸다.
평소 산행 길을 마다하던 민지아빠가 오늘따라 펄 펄 난다.
나뭇가지를 붙잡아도 보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을 몇 번 모면한 후에야 겨우 두 갈래 길이 다시 만나는 팔봉산 일봉 바로 밑 쉼터에서 거친 숨을 다독이는데 쉬운 길을 선택했던 일행들도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내뱉으며 하나둘 쉼터에 주저앉는다.
팔봉산 오는 길 내내 얼굴빛이 좋지 않았던 지수아빠모습은 끝내 보이질 않았다.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팔봉산은 정상 능선을 따라 8개의 봉우리가 저마다의 비경을 자랑하며 일렬로 이어져 있다.
중간 중간에 제법 가파른 길이 나타나기도 하고 어느 봉우리에선 철제계단을 이용해야 되고 또 어느 봉우리에선 로프를 잡고 한참을 낑낑대며 올라가야 할 정도로 산세가 험하다.
아직 몸이 덜 풀린 일행 덕에 일봉은 건너뛰고 이봉정상을 지나 삼봉 정상에 올라서니 두 다리가 심하게 후들댄다.
해발360m의 팔봉산정상인 삼봉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홍천강의 모습이 장관이다.
팔봉산을 허리춤에 끼고 유유히 흐르는 강 가운데서 낚시하는 태공들의 모습이 평화스럽다.
산중이라 휴대전화 소통이 원활치 못하다.
한 시간 가까이 지나가는데 지수아빠의 모습은 아직  보이질 않는다.
바위틈에 쪼그리고 앉아 정상에 오는 증거를 남기려 모두들 사진기 앞에 모여 앉았다.
내색은 않고 있지만 지수엄마의 표정은 어쩐지 어둡게 느껴진다.
때마침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사진 한 장 찍어주길 청했다.
"웃는 모습들을 찍어드릴까요?"
영문을 몰라 잠시 어리둥절히는 사이
"자! 여기를 보세요."하며 순간 한 손을 내려 속칭 남대문 앞에 올려놓고 거시기를 털 털 털 터는 흉내를 반복한다.
"으하하하!"
한바탕 입가엔 미소가 번지로 자지러질듯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퍼지는 미소를 살짝 감추고 그 틈을  몇 커트 셔터를 더 눌러준다.
"어! 지수아빠네."
삼봉과 마주보고 선 이봉 정상에서 빨간색 등산복 상의 차림의 지수아빠가 겸연쩍은 모습으로 우릴 향해 손을 흔들어댄다.
우리일행이 우회한 줄도 모르고 일봉마저 올랐단다.
"부실하다." 놀림당할까 애쓴 모습이 역력했다.
함께하니 모든 신바람이다.
포기하지 않고 함께하려는 모습들이 정겹다.
함께 하지 못한 효선 네가 보고 싶다.
동생들에게 기를 북돋아주려는 두현형과 형수님의 따스한 마음씀씀이가 고맙다.
한바탕 웃고 나니 몸들이 날아갈듯 가볍다면 모두들 난리다.
힘든 바위산도 주저함이 없다.
봉우리마다 작은 표시판으로 다음코스로 가는 길을 명시해 놓아 산행길이 한결 수월하다.
이 자리를  마련해준  민지네식구들께 감사함을 함께 나눈다.

 

 

 

 

 

 

 

 

 

'다락골사랑 > 다락골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풍드는데...  (0) 2008.10.20
짧은만남 긴울림  (0) 2008.10.13
가을향기 머물던 그곳..  (0) 2008.09.30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0) 2008.09.16
추석즈음에..  (0) 2008.09.1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