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명의 개발논리에 밀려 하수처리시설로 전락했던 하천이 생태하천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은 가야산 석문봉에서 발원, 당진읍 일원을 경유하는 역천.

예로부터 인간은 물을 찾아 삶의 둥지를 마련했을 만큼 치수를 중시해 왔으나 시대적인 상황과 앞선 개발논리가 맞물리면서 대부분 하천 주변이 콘크리트 구조물로 채워져 가는 게 현실이다.
인류문명의 기원이 그러했듯 모든 생명체와 하천은 늘 함께 하며 공존과 발전을 구가해 왔고 물은 언제나 생명의 원천으로 활기를 불어 넣으며 대자연을 잉태하며 보듬고 있다.
이렇듯 하천이 풍요로운 삶의 절대가치임에도 불구, 콘크리트더미로 채워져 변형되거나 단순히 생활하수 유입공간으로 전락 방치되기 일쑤지만 최근 이를 친수공간으로 되돌려 놓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어 청정한 과거로의 회귀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충남 내포문화권에 위치한 인구 13만여명 규모의 당진지역에는 삽교천을 비롯한 호소와 함께 당진천과 역천, 석우천, 남원천 등 주요 하천 및 무수한 세천이 곳곳으로 분포돼 있다.
이 가운데 홍성군 장곡면 오서산에서 발원, 예산군 신암면을 거쳐 당진군 신평면 운정리에 이르는 총연장 61㎞의 삽교천이 소들평야 전역에 생명수를 공급하는 최대 하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당진군 순성명 몽산에서 발원, 당진읍 시가지를 거쳐 석문호로 흘러드는 당진천과 가야산 석문봉에서 발원, 당진읍과 고대·정미면을 경유, 북향하는 역천 등이 주요 하천이다.
당진천은 한때 급속한 도시화 여파로 콘크리트 구조물로 단장된 하상을 주차장으로 내주고 악취가 진동하는 생활하수 처리시설로 전락했으나 최근 하천을 살리기 위한 친수공간 조성사업이 당진군에 의해 속도를 내고 있다.
하천 둑을 짓누르고 있던 콘크리트더미와 함께 갖가지 인공구조물들이 치워지고 인간과 자연 생태계가 공유할 수 있는 생명의 원천으로 거듭나기 위한 역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지난해 국비와 군비 등 총 80억 원의 예산을 투입, 총연장 4.3㎞에 이르는 당진천 복원사업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당진군은 하천변 콘크리트와 하상주차장 구조물 등을 전량 철거하고 테마형 생태하천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자연형 하천정화 사업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군은 당진천의 안전한 치수와 7가지 형태의 자연형 호안을 중심으로 구간별 테마를 구성, 자연 친화형 생태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당진읍 시가지 관통구간 대덕1교에서 2교에 이르는 800m 구간에는 유선형 하천의 자연경관을 살려 평여울과 수제 등을 설치하고 도심을 관통하는 1737m 전 구간에 수변 스탠드와 급여울, 잔디광장, 건강지압보도를 비롯한 정검다리 등을 구축, 지역민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친수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당진1교에서 탑동교에 이르는 813m 구간에는 수생식물원과 나비원, 물고기원과 함께 산책로를 조성, 체험형 생태하천으로 탈바꿈시키고 우두교에 이르는 984m 구간에도 하천생물과 동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생태환경을 조성, 다양한 동식물이 쾌적한 둥지를 틀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차집관거와 정화처리시설 등 수질개선 시스템을 이미 구축한 군은 자연석과 흙, 수초로 하상을 구축하고 호안 역시 자연석에 조경수와 풀숲으로 단장, 늦은 감이 있지만 동식물과 함께 하천을 공유하겠다는 구상이다.
당진천에 총 연장 1300m에 노폭 8m의 산책로를 개설, 재래시장을 찾는 소비자를 비롯하여 지역민 누구나 손쉽게 옛 자연환경과 접할 수 있도록 연계망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처럼 당진천을 친환경 생태하천으로 되살리기 위한 사업이 본격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군은 주요 하천에 대한 생태화에도 적극적인 해법을 모색,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원활한 유속을 담보로 자체적인 자정능력 확보를 통해 녹조현상 등을 차단하고 적정한 용존 산소량을 유지, 물고기와 수생식물 등 자연 생태계가 순환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하천 발원지 및 유로에 대한 조사와 함께 친환경적인 보수를 바탕으로 최상의 하천수가 낮은 곳을 향해 사계절 끊임없이 순환할 수 있도록 복원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해 놓고 있다.
인간의 모순된 욕망에 의해 파괴된 자연 생태계를 원래의 자리에 그대로 되돌려 동식물과 함께 공유를 통해 자연을 노래하겠다는 것.
이처럼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군의 실천이 가시화되면서 당진천을 중심으로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자 지역주민들은 높은 기대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콘크리트 등 인공구조물과 함께 악취로 대변됐던 하천이 옛 모습을 되찾으면서 둥지에서 내몰렸던 동식물들이 다시금 찾아들고 있는데다 소중한 수자원공간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 자취를 감췄던 백로를 비롯한 조류와 함께 송사리와 피라미, 붕어, 올챙이, 개구리 등이 서식하고 있으며 회색 숲에 깔려있던 수초들 역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인간의 무관심 속에 상처투성이로 전락했던 하천이 생태하천으로 되돌아와 벌써부터 어린이들에게는 의미있는 생태체험장으로, 청소년과 기성세대에게는 체험형 휴식공간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인류 문명사에서 소중한 절대가치로 보존됐던 물과 하천, 근대사에서 간과됐던 오류를 이제는 바로잡아 영원한 인간의 유산으로 이어가겠다는 각오가 하나 둘 실천으로 옮겨지고 있다.
▲하상을 드러낸 채 생활하수 처리장으로 전락했던 당진천이 서서히 생태하천으로 복원되면서 물길이 이어지고 자취를 감추었던 물고기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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