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의 시간이 흘러습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 무턱대고 깃발만 꼽고 시작한 주말농사.
유, 무형의 텃세와 방해를 극복하고 든든한 이웃으로 만들기까진 많은 우여 골절도 많았습니다.
이웃사촌이란 말이 있습니다.
좌충우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뿌리를 내리기까지 습득한 지혜들을 간추려 정리했습니다.

 

 1.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먼저 손을 내밀자.

 다락골에 대한 첫인상의 기억은 선명하지가 않다.
 호젓한 시골길의 감흥도 잠시 다락골 문턱을 넘어섰을 때 피부에 와 닿은 그곳 분위기는   무척 낯설게 느껴졌다.
 산자락 끝에 작은 밭뙈기 하나 마련했을 뿐 별다른 피해도 끼친 것도 아닌데 마주치는 사  람들마다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며 강한 경계심을 드려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환영받을 거란 것 자체는 기대도 안했지만 그렇다고 멸시받을 일도 한 것도 아닌데 이것저 것 간섭하려들고 들어 내놓고 생트집을 잡아댔다.

 "목마른 사람이 샘 판다" 했던가.

 자세를 낮추고 먼저 다가갔다.
 조급함을 떨쳐내고 누가 나 대신 상황을 바꾸어주길 기다리지 않았고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으려했다.
 차장 밖으로 만나는 분마다 먼저 인사를 건넸고 대화하려 들었다.
 그 동안 살아온 팍팍하고 고단한 삶에 위로하고 격려하고 경의도 표했다.
 하고 또 하는 반복적인 이야기도 들은 채하지 않고  인내하며 맞장구 쳤다.
 식구들에 대한 칭찬도 아낌없이 늘어놓았고 나누어준 작은 것 하나에도 고마워하고 자랑했다.

 행여 생길까 반목과 반감에 경계했고 틈틈이 주변농가의 일 도움에 힘을 보탰다.
 생산한 농산물들을 도시민들에게 판매를 주선했다.

 

2. 바른 몸가짐과 적절한 행동.

 옆지기의 돌출행동으로 우여곡절 끝에 다락골에 터를 잡은 후 한 동안 가벼운 흥분에 들떠  있었다.
 감자도 싶어보고 싶고, 배추도 심어보고 싶고, 사과나무 포도나무도 심어보고 싶고, 잡지책에 나오는 멋진 정원처럼 주변도 가꾸어 보고 싶고........
 처음 맞는 봄날 아파트 화단 주변 가에 심어져 예쁘게 단장된 회양목의 모습이 너무 좋아 보인다고 가족모두 의기투합하여 어린묘목을 구입하여 밭둑에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놓았다.

 “누구 맘대로들 나무 심었어? 당장 뽑아내, 암만 자기네 땅이라고 이러는 것이 아니구먼!”

 그렇잖아도 외지인에게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 훼손되어지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주변 분들이 피해의식 때문인지 사소한 것들에도 딴죽을 걸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밭 주변에 나무를 심어 놓으면 해충들이 들 끊어 밭둑과 인접한 자신들의 밭에 피해가 발생한다며 당장 뽑아낼 것을 요구했다.
 순간 당황스럽고 불쾌했다.
 상기된 표정을 애써 숨기며 생각할 여유도 없이 그 자리에서 지체 없이 쉼터주변으로 이식을 단행했다.
 주변 환경을 배려하지 못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에 정중히 사과했다.
 말 한마디에도 긍정적으로 반응하려했고 주변의 정서에 부합하려 했다.
 작은일 하나라고 이웃들에 물어가며 처리했고 가르침하나에도 감사함을 잃지 않았다.
 머무는 순간마다 소란스러움을 자제하고 풀 한포기 돌멩이 하나라도 함부로 손을 대지 않았다.

 

 3. 여유로움을 잃지 말자.

 다락골에 농장을 일구면서 크고 작은 갈등요인에 연속적으로 노출되었다.
 정성들여 가꾼 농작물이 한 순간에 폐허가 되고, 남들에게 외면을 받고 더 잘해보려는 욕심과 실수 때문에 죽고, 넘어지고, 썩어 나갈 때, 사람들과 이해부족으로 마찰이 진행될 때마다 쉽게 실망하고 포기하고 흥분했다.
 흔히 겪은 갈등의 요인으로는 인간관계, 자연재해, 시장상황, 과욕과 실수, 그리고 결과에 강한 집착 등 외부적인요인과 문제를 인지, 분석, 판단, 해결하면서 나타나는 감정의 변화, 즉 자기 자신이 겪는 심리적인 문제의 내부적인 요인이었다.
 조성된 갈등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선 여러 매체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최종적으로는 자신의 내부적요인 즉 심리적인문제들을 해결해내야만 했다.


 "변화시키려 해도 변하지 않는 영역이 있다."


 "좋은 씨앗을 뿌린다고 모두 좋은 씨앗만 맺는 것은 아니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촉발된 갈등 앞에서 자신이 편해지려면 조성된 갈등의 요인에서 빨 리 탈출해야했다.
 그건 누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기스스로 빠져나와야만 한다.
 여러 가지 갈등요인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 자신과의 화해“라  는걸 깨달았다.
 대상들을 탓하기에 앞서 자가 자신과의 화해를 통해 갈등요인의 실체를 인정하고 냉철한 자기반성으로 자신의 심리적 불안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외부적인 갈등요인해결에 보다 유연한 자세를 견지함과 동시에 조급함을 떨쳐내고 보다 여유로운 자세로 여러 요인들을 제압하려들었다.
 내부의 갈등요인을 제거하지 않은 채 섣부르게 외부의 갈등요인만을 제거하려다보면 자칫  두개의 갈등사이에서 더 큰 충돌이 발생하여 또 다른 갈등요인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4. 적절한 보상은 필수다.

 사람사이의 관계는 객관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한 개인들의 주관적인 다수의 요인에 의해 소멸될 수 있는 위험성을 항시 경계해야했다.
 더 더욱 그 관계를 지속했던 시간이 짧을수록 상대방과 자주 떨어져 있을수록 조그마한 외부적 충격에 의해 쉽게 정상괘도에서 이탈할 수 있다.

 “하우스에 말려놓았던 고추들이 잘 말랐어. 오늘 내려 올 거지?”

 9월 중순 토요일 농장에 도착과 동시에 옆지기가 이웃집하우스에 건조시켜놓은 고추가 궁금하다면 하우스 건조장으로 달려가더니 비닐포대에 가득 담긴 마른고추를 낑낑대며 들고 왔다. 어림잡아도 20근이 넘어 보이는 선별까지 마친 때깔 좋은 태양초 고추였다.
 별다른 생각 없이 주어진 일을 다 마치고 일요일 오후 귀갓길에 인사드릴 겸 이웃집에 들렸더니 왠지 평소와 다를 느낌이 느껴졌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옆지기에게 고추를 인수해 올 때 말려주신 것에 대해 고마움은 표현했느냐 물었더니 어떻게 매사에 그런 것을 해야 하느냐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긴다.

 살을 맞대고 사는 마누라의 속마음도 잘못 헤아리는데…….

 무심코 자기위주로 판단하여 결정해버림으로써 상대의 마음의 문을 닫히게 할 수 있다.
 상대를 배려하지 못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관심을 갖지 않은 것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에 대한 댓가는 고스란히 자기 몫으로 나타났다.
 무형이든 유형이든 크고 작던 간에 댓가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이루어져야한다.

 

 5.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

 소규모의 농사일이라도 적절한 시기에 맞춰 씨앗도 뿌려야하고 제때에 관리가 이루어져야 되며 수확 후 뒤처리도 잘 마무리 지여져야만 한다.
 이 모든 과정이 톱니바퀴처럼 잘 들어 맞아야한다.
 그러나 주말마다 농장에 나가 이러한 모든 과정들을 처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크고 작은 행사들이 주말에 집중되고 간혹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여 농장에 가는 것을 방해한다.
 갑작스런 자연재해와 관리상의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에 항시 노출되어있어 어느 땐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할 때가 발생한다.
 지지난해 여름은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다수 발생했다.
 계속된 궂은 날씨로 인해 간이비닐하우스 건조장에 말려두었던 고추들이 썩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곁에서 재대로만 관리가 이루어졌다면 충분히 후처리가 가능했던 일이기에 아쉬움이 많았다.
 여름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주변에서는 서로들 고추건조는 책임져준다 호언장담했으나 고추가 뻔히 썩어가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해버렸다.
 우선 해결해야하는 자신들일 때문에 그리하였을 것이고 또 남의 일에 괜히 참견했다 자칫 일이 잘못되어 생길 구설수를 경계했기에 섣불리 먼저 나서 일을 도울 수 없다 판단하고 그냥 지나쳐버렸다.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유지도 중요하지만 믿고 맡길 수 있는 확실한 주체를 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작은 연장 같은 건 수시로 빌려 쓸 수 있는 것이 아직도 살아있는 시골인심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닥쳤을 때 거리낌 없이 자기 일처럼 맡아 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 일은 아직도 숙제로 남아있다.

 

 6. 일을 즐기자.

 하나의 특정한 일을 수행함으로써 그 시각에 할 수 있는 또 다른 모든 일들을 희생시켜야한다.
 주말농장이라는 하나의 특정일에 중독되며서 그 이외의 일 즉 또 다른 취미생활이나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해야했다.
 모든 일의 결과에 만족만하고 살 수 없기에 간혹 눈앞의 결과만으로 주말농장에서 행한 일의가치와 그 일로 인해 희생된 일의 가치를 비교하려 든다.

 “ 이까짓 푸성귀 몇 개먹겠다고 돈 쳐들어가며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힘들게 고생해야 되겠어요?”

 “ 매주 당진까지 다니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나 같으면 때려 죽여도 못하겠소......

 희생당한 일들의 가치가 실행한 일의가치를 초과한다! 생각되어질 때 가끔은 심한 자괴감에 사로잡힐 때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주말농장에서의 일의가치는 꼭 그 결과물에 대한 가치보다는 잠시 일상을 벗어나 일상생활에서 쌓인 때를 씻어내고 고갈된 에너지를 재충전하여 활기찬 내일을 준비했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는 매력이 항시 상존한다. 이러하기 위해서는 이 일을 즐겨야한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가치판단기준은 다 다를 것이다.
 텅 빈 황무지에 씨를 뿌리고 때론 웃고 때론 울며 한 생명이 성장하는 모습에 감사하고 내일의 변화된 모습들을 상상하며 소망을 갖고 살아가는 모습 또한 즐길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7. 실력을 쌓자.

 다락골에 터를 잡고 시작한 초보농사꾼 시절 힘든 일들이 무수히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재배기술과 관리요령의 미숙에서 오는 실패의 두려움이었다.
 농사를 평생의 직업으로 알고 생활하던 분들 밑에서 곁눈질로 훔쳐본 것만을 믿고 무턱대고 뛰어 들었던 첫해 농사의 결과는 참담했다.
 씨앗만 뿌려 놓으면 저절로 되는 줄 알았던 농사는 어느 것 하나 생각대로 되질 않았다.
기억속의 영상과는 영 판이했다.

 “차라리 다 집어치우고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지을까!”

 도시생활의 중압감에 짓눌릴 때마다 입버릇처럼 되새김질했던 이 말의 허구성을 채 반년도 못 되어서 알아챘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에 대한 실망감은 극에 달했고 심지어는 모든 것을 외면해버리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수치심에 포기해 버릴까 몇 번을 망설였다.
 준비하지 않고 안이하게 대처했던 시간들이 아까웠다.
 지난 시간 농장에서 경험했던 소중한 실패의 기록들이 든든한 자양분이 되어 주었다.
 거듭된 실패는 체계적인 실력향상을 요구했다.
 틈틈이 책장을 넘기고 인터넷을 뒤지며 이론적 토대를 쌓아가며 보고, 듣고, 느낀 현장경험들을 하나하나 채득하여 직접 현장에 응용함으로써 경험치를 높여가고 있다.
 간혹 이론적 요인들과 실체적인 진실의 차이에서 혼돈도 발생하지만 두 가지 요인을 적절히 조화시켜 지역특성에 맞는 더 나은 기술개발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8. 신중한 의사표시와 단호한 거절.

 농사준비가 한참이던 이른 봄날 다락골 쉼터 앞집에서 예기치 못한 송사로 인해 4대가 걸쳐 살아온 터전을 경매로 비워 주어야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정당한 방법으로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경매에서 물건을 획득한 측은 자신의 권리행사를 위해 물건을 양도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고 마땅한 거처를 구하지 못한 한쪽에서는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터전을 그냥 비워줄 수 없다고 버티는 통에 당사자 간에 끊임없는 감정대립이 계속되었다.
 다락골은 조상대대로 강 씨 성을 가진 분들이 집성촌을 이루며 살아왔다.
 당사자들도 같은 마을에서 같은 조상의 피를 나눈 먼 형제사이로 이 일이 발생하기 전에는 형제의 정이 남달랐다.
 일이 발생하자 주변의 이웃들은 입을 봉한 채 혹시 생길 구설수를 경계했다.
 문제가 된 집은 산자락 끝에 위치한 북향의 시골집인데 가옥을 중심으로 좌, 우측과 뒤쪽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50여 평의 밭뙈기가 집 앞 마당을 감싸고 있다. 산은 강 씨 문중의 산이고 밭뙈기는 문제가 된 집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독립필지로 앞집의 소유인데 앞집에서는 밭 앞까지 이어진 진입로에서 이 밭 중앙을 관통해서 길을 만들어 마당으로 연결되는 출입로로 사용하고 있었다.
 비워달라는 압력에 굴복하여 앞집에서는 급기야 이 50평의 밭에 집을 신축하겠다하고 그 땅에 집이 신축되면 출입구가 봉쇄되는 낙찰자 쪽에서는 출입구를 보장해 달라는 요구가 계속되면서 감정의 골은 깊어만 갔다.
 그러나 그 곳에 집을 건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 될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도로(진입로) 문제였다.
 산자락 끝에 듬성듬성 한 체씩 지여져 예부터 사용했던 집들이라 집과 연결된 진입로는 딱히 지적도상에 “도로”다 표시가 나타나있지 않는 게 이 마을 실정이다.
 문제가 된 이 집도 지적도상에는 도로로 표시가 안 된 대략50M정도가 진입로로 개설되어  차량 통행하는데도 아무지장이 없이 오래전부터 사용해오고 있었으나 쌍방 간의 갈등으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그 땅에 살림집신축을 반대하는 낙찰자 쪽에서 관청에 진정을 계속하고 관할관청에선 진입로 50M에 대해 폭4M을 확보했다는 것을 보장하는 서류를 신축예정인 건축주(앞집)에게 요구했다.
 오래전부터 사용했던 50M의 진입로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5가구의 이해당사자가 나타났다.

 “하나만 묻고 싶어서 건너왔어.

 누가 그러던데 우리가 이 앞에다 집 짓는 것 반대한다 했어? “

 “도장 찍어주라 건너왔지?

 진입로를 보장해 주어야 도장을 찍어주겠다고 해!

 무턱대고 찍어주면 인천에서 여기 올 생각도 마슈!“


 작은 동내지만 크고 작은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보이지 않은 알력이 존재한다.
 들어 내놓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시기와 질투가 강하게 나타나고 자기편으로 끌어 드리려는 아집이 강하다.
 “~까더라!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대 재생산된다.
 자칫 잘못하면 구설수에 오를 수 있고 이해 당사자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노출시켜 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어 행동하나 말 한마디라도 주변 이웃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섣부른 판단을 차단하고 신중하고 단호한 입장표시를 해야 한다.
 자기주장을 살짝 숨기고 하고픈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9. 마을 공통의 문화와 전통을 공유.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마을마다 내려오는 특유의 문화와 전통이 있다.
 흐르는 시간만큼 많이 퇴색되어 버렸지만 유지하고 계승해야할 덕목이다.
 다락골에선 추석이 다가오면 날을 정하여 마을사람들이 함께 모여 부역을 실시한다.
 한 가구당 한 명씩 의무적으로 참석하여 길을 정비하고 축대를 보수하며 잡초 등을 제거한다.
 부역은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가구에 대해서는 일정액의 벌금을 부과하여 마을공동기금으로 사용한다.
 마을 공동체에 속하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강제규정이지만 주말농장을 일군다는 명목상이유로 벌금을 면해주고 있다.
 가을걷이가 다 끝나고 찬바람이 불어오면 다락골에선 마을회관에 노인정을 개설한다.
 비싼 기름 값 때문에 난방비 한 푼 아껴보고 푼 마음에서 마을 분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신다한다.
 삶은 고구마, 과자 부스러기 등 집에 있는 군입정거리를 들고 와서 서로 나누어 먹으며 주변 돌아가는 이야기로 무료함을 달래다 한다. 또 특정한 날을 정하여 그동안 조성된 마을기금으로 마을주민 모두가 단체여행을 다녀오시곤 한다며 올 봄에도 다락골에선 온천에 다녀왔다고 좋아라들 했다.
 팔을 걷어붙이고 마을일에 나설 형편도 아니고 해서 틈나는 데로 공동체일원으로서 의무를  수행하려 했더니만 보는 이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 스스럼없이 대해준다.


 10.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하는 마음.

 다락골엔 변변한 농기계가 하나도 없다.
 고추건조기가 한대도 없고 콩 타작하는 기계 또한 한대도 없다.
 늦은 봄 이웃마을들의 모내기가 다 끝난 다음에서야 이양기가 들어와 모내기를 시작하고 볏짚 태운 연기가 사방에서 밀려들고 냄새가 코끝을 날름거릴 즈음 이웃마을에서 벼 수확을 마친 콤바인들이 그때서야 마을에 나타나 들녘을 누비기 시작한다.
 마을의 인적 구성원들이 대부분 70세를 넘은 고령이기에 힘에 부쳐 농기계구입은 생각도 안하고 있다.

 “저 사람들이 은행나무집 밭을 산 인천사람들이구먼, 젊은 사람들이 농사나 제대로 해 내겠어, 외지 것들이 자꾸 들어오면 안 돼는디.......”

 처음 다락골에 터를 마련했을 때 경계심 반 호기심 반으로 지켜보던 이들이 어느 순간부터 젊은 사람들이 마을에 드나드니 조용한 마을에 활력이 느껴진다며 만나는 사람마다 아는 체를 해 왔다.
 평소 주말에 들릴 때는 해야 할 일 때문에 주변을 챙길 여유도 없이 일만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어 늘 아쉬움이 많았다.
 지난 8월 초순 여름휴가를 얻어 가족들과 다락골로 이동했다.
 4일간의 휴가였기에 시간 제약 없이 농장에서 일을 할 수 있고 마을사람들과 사귈 수 있는 시간들이 주어졌다. 휴가 첫날에는 찜통더위 속에서 콩밭 김매기를 겨우 마쳤으나 둘째 날은 아침부터 푹푹 찌는 무더위가 계속된다.
 마을 사람들도 무더위에 지쳐 모두들 집안에서 선풍기바람에 의지한 체 힘겹게 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이 더위 속에선 아무 일도 못할 것 같으니 차안에서 에어컨 바람으로 더위나 피해보자고 꼬드겨 어른 몇 분을 모시고 당진군내 유명사찰 두 곳과 왜목마을, 도비도 해상관광지등을 둘러보았다.
 어느 절집 앞에선 칠순의 노인 두 분이서 국민학교 소풍 올 때 한 번 와보고 이제야 와 본다며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무척이나 좋아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남에게 신세지는 것 자체를 사양하고 하나를 얻으면 꼭 두세 개를 내 놓으려한다. 한 통의 안부 전화에도 항상 고마워한다.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곁에 있어 주시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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