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란 무엇인가, 조류인플루엔자는 어떻게 전파되는지에 대해 지난 시간 알아보았습니다. 또 동물을 키우고 있는 농가에서는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체가 농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노력하고, 철새도래지나 사람·동물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방문했던 사람은 반드시 손과 발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 위생수칙을 지켜주실 것을 당부 드린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어떤 동물에 감염되고, 감염될 경우 동물에 따라 임상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병원성에 가장 취약한 것은 칠면조와 닭

조류인플루엔자는 말 그대로 ‘조류(새)’가 원래 자연 숙주입니다. 물론, 돼지, 말, 개, 고양이와 사람 등도 감염이 가능하지요.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감염이 된다는 것이 심한 질병을 일으킨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과 보통은 동물종을 넘어 감염되는 일은 드물다는 것입니다.

이론상 모든 조류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일부러 감염시킬 경우에는 감염이 가능하지만, 자연계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높은 빈도로 보유하고 있는 새 종류도 있고,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는 종류도 많이 있습니다.

 

보통 기러기목의 오리과에 속하는 오리, 기러기, 백조 등과 도요목의 도요새과, 갈매기과 등에 속하는 물새류에서 바이러스가 많이 분리되고 있습니다. 지난 번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런 자연 숙주에서 분리되는 바이러스는 거의 대부분 저병원성의 형태이며, 대부분 질병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가금류(사람이 기르는 가축화된 새)나 포유류에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감염될 경우에도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에서부터 심한 질병을 일으키는 경우까지 다양합니다. 이것은 감염되는 바이러스의 종류, 감염되는 동물의 종류, 나이, 면역상태 등과 다른 질병과의 복합감염 여부, 환경적인 요인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주된 감염 원인은 날것 먹거나 지속적인 접촉

일반적인 조류인플루엔자와 달리 2003년 이후 대유행을 하고 있는 H5N1형 HPAI는 역사상 가장 많은 동물에 감염되어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주로 닭, 칠면조, 오리 등의 가금류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2004~2005년도에 중국 남부지역 소재 재래시장에 대해 조사한 결과 거위 1.9%, 오리 1.8%, 꿩 0.5% 및 닭 0.3%에서 H5N1형 HPAI가 분리되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육 중인 닭, 오리, 메추리가 감염된 바 있고, 발생농장 내의 까치가 감염된 적도 있습니다. 감염되면 가장 증상이 심한 것은 칠면조와 닭으로, 이들에서는 심한 호흡기 증상을 보이기도 하고, 알을 낳지 못하며, 활력이 저하되어 사료를 먹지 못하며, 육수나 벼슬에 청색증(붉은 색에서 푸르스름하게 색깔이 변하는 것)이 나타나고, 깃털을 세우고 웅크리고 있다가 죽는 것이 관찰됩니다.

 

오리의 경우는 같은 H5N1형에 속하는 HPAI 바이러스가 감염되어도 바이러스의 병원성에 따라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우만 하더라도 2003년 및 2006년 발생한 바이러스는 오리에 감염되어도 거의 임상증상이 없고 오리를 죽이지도 않았지만, 2008년 분리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오리는 웅크리고 있다가 죽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질병 특성 파악이 더 현실적

야생조류 중에서는 백조(swan), 인도기러기(Bar-headed goose) 등이 감염되어 죽은 채 발견된 경우가 많습니다. 고양이, 표범, 호랑이, 개에서도 감염된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날것으로 먹이거나 감염된 야생동물을 섭취한 경우 감염되어 죽은 것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H5N1 HPAI에 감염된 경우만 언급하다 보니 무서운 질병으로만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H5N1 HPAI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위험성이 큰 인수공통전염병이 분명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강도 높은 대책을 세워 방제하는 질병입니다. 또한 세계적으로 사람과 사람 간에 쉽게 전파되는 상태로 변화되지는 않는지에 대하여 감시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발생된 예를 보면 주로 조류간 직접 전파 또는 발생지역을 방문한 사람·차량 등에 의한 기계적인 전파가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포유류는 감염된 고기를 날것으로 먹거나 생활환경이 감염동물과 지속적으로 밀접하게 접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따라서 너무 막연한 두려움만 가질 것이 아니라 이 질병의 특성에 대해 하나하나 정확히 알아가는 것이 실제적인 우리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집니다.

 

이윤정/농림수산식품부 블로거전문위원(국립수의과학검역원 조류질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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