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소포간척지

 

 

 


진도읍 산월리와 지산면 소포리를 잇는 소포 간척지. 23일 둘러본 이곳은 바닷물이 막힌 지 30여 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예전의 풍요로웠던 모습 대신 아픈 생채기만 곳곳에 남아 있었다. 맑은 물이 흐르던 석교천과 진도천 등은 역한 냄새를 풍기는 저수량 1300만㎥의 거대한 담수호로 변했고 방조제 바깥쪽, 바다에도 조류에 떠밀려 온 해초가 가득 쌓여 또 다른 오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방조제 앞에서 낚시를 하던 김영석(73ㆍ진도읍) 씨는 "황해와 맞닿은 이 지역 바다는 예로부터 천혜의 어장으로 온갖 물고기가 다 잡혔던 곳"이라면서 "방조제가 만들어진 후 물길이 바뀌고 담수호의 수질이 악화돼 지금은 쓸모없는 잡어도 잘 안 잡힌 정도로 죽은 바다가 됐다"고 말했다.
바로 옆, 소포리와 안치리를 잇는 대흥방조제도 완공된 후 30년이 넘게 흘렀지만 아직껏 '미완성'이다. 한국농촌공사가 기존의 방조제를 보호하기 위해 바다와 접한 바깥쪽에 새로운 둑을 쌓고 바닷물의 침해를 막기 위해 배수장을 신설하고 배수로를 보강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바닷가에는 방조제에 사용될 거대한 돌덩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공사로 흘러나온 흙탕물이 주변 바다를 온통 황톳빛으로 물들인다.
한국농촌공사 진도지사 관계자는 "대흥포 방조제가 낡아 2006~2008년까지 모두 23억 원을 들여 배수갑문과 방조제 보강공사를 한다"면서 "사업이 완공되면 안정적으로 농업용수를 확보하게 되고 재해를 미리 예방하는 등 영농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곳 소포방조제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 1977년. 주민들은 당시 포클레인 같은 중장비가 없었던 시절, 오로지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맨몸에 지게와 리어카만으로 바다를 메웠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나 불과 30여 년 만에 이들 방조제는 쌀 증산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을지 모르지만 환경 측면이나 채산성에서는 명백히 '실패한 사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물고기가 사라진데다 제방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매년 들어가는 비용은 엄청나다. 게다가 토지에서 나오는 생산량이 뒤따르지 않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실제 방조제가 들어서기 전 소포리나 산월리는 물론이고 방조제에서 12㎞(30리)나 들어가는 십일시까지 이어지는 드넓은 갯벌에는 바지락과 고막 등 패류와 낙지, 짱뚱어 등 갯벌에서 살아가는 온갖 해산물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배를 타고 조금만 더 바다로 나가면 민어ㆍ농어ㆍ돔ㆍ병어ㆍ전어 등이 잡혀 주민들에게 짭짤한 소득을 안겨주기도 했다. 안치리의 경우 진도에서는 유일한 지주식 김 양식장으로 유명해 이곳 주민들은 한때 진도군에서 가장 잘사는 마을로 통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조제가 놓이면서 안치리에서 시작해 소포리와 멀리는 십일시까지 마을 앞 갯벌을 적시던 조류가 막혔고 바로 이듬해부터 그 많던 고기가 사라졌다.
안치리 주민 노공헌(65)씨는 "제방이 들어서면서 바닷물의 흐름이 막히고 바다환경이 변해 40~50명에 달하던 김 양식 어민들이 지금은 다섯 명만 남아 겨우 명맥을 유지한다"면서 "우리 동네는 제방을 막은 후 망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방조제의 경제성도 떨어진다. 지난 1975년 진도 지산면 소포리와 안치리 간 590m의 바다를 막아 만들어진 56㏊의 대흥포 간척지는 현재 진행 중인 보수공사를 제외하고도 완공 이후 지금까지 모두 여덟 차례에 걸친 제방보수와 방조제 확장 등에 무려 사업비 339억 원이 투입됐다. 30여 년 동안 매년 평균 11억 원의 공사비가 들어간 셈이다.
반면 여기서 생산되는 쌀은 ㏊당 평균 150가마(조곡기준ㆍ가마당 40㎏)를 잡더라도 전체 생산량이 1년에 8400여 가마에 불과해 금액으로는 4억2000만 원을 넘지 못한다. 인건비나 기타 부대비용을 빼더라도 매년 간척지를 유지해야 하는 공사비가 간척지에서 생산된 쌀이 얻는 소득에 비해 오히려 3배 가까이 많이 들어간다는 계산이다.
여의도 면적(848㏊)보다 넓은 1190㏊의 농경지를 새로 만들어 낸 소포방조제 또한 물길을 막은 뒤 매년 반복되던 염해를 줄이고 방조제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4년 100억 원을 들여 배수갑문과 제방을 보수한 것을 비롯하여 모두 4차례에 걸쳐 전기시설과 수해복구, 제방보강 사업 등에 수백억 원의 사업비를 쏟아 부었지만 공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갈수록 악화되는 담수호의 수질도 심각하다. 환경부의 수질감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소포담수지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10.5㎎/ℓ에 달했다. 이는 우리나라 호소의 수질기준인 5급수(10㎎/ℓ)에도 미치지 못한 것. 부유물질량(SS)과 총질소(T-P) 등도 공업용수 기준인 5급수의 2배를 넘어섰다.
더욱이 농촌공사가 농업용수의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한 달 평균 4~5차례씩 담수호의 물을 바다로 빼내면서 인근 바다의 생태계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진도읍 산월리 강의만(65)씨는 "소포담수지의 경우 물 흐름이 막힌데다 정화되지 않은 각종 오ㆍ폐수가 흘러들면서 수질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각종 생활하수와 축산폐수가 뒤섞인 담수를 바다로 방류할 경우 바다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하루빨리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소포방조제는 지금

 진도읍 산월리와 지산면 소포리간 바닷길 1368m를 막아 만든 간척지. 1970년 공사에 들어가 7년만인 1977년 완공했다. 1988년 국가관리로 넘어온 뒤 10개의 갑문과 방조제, 농경지 등을 농촌공사가 관리하고 있다. 몽리면적이 1190㏊에 달하는 데다 담수량도 1억3000만㎥로 풍부해 연간 쌀 생산량이 7100톤을 넘어서는 등 식량부족 해소에 크게 공헌해 왔다.
바로 인근, 소포리와 안치리를 잇는 대흥방조제도 소포방조제가 만들어지기 2년 전인 1975년 완공돼 65㏊의 농경지를 새로 조성, 매년 쌀 340톤을 생산한다.
하지만 이 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담수호의 수질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다 쌀농사로 얻는 소득 또한 줄면서 경제적 가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특히 대흥방조제의 경우 수 년 전부터 주민들 사이에서 방조제를 튼 뒤 다시 바다로 만들자는 '역간척 사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간척사에 새로운 획을 긋고 있다. 지산면 소포리 주민과 환경운동가, 법률가 등이 참여하는 전문가 집단은 갯벌 복원을 목표로 지금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현지를 방문해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고 국민기금을 지원받는 국민환경신탁사업에 대한 논의도 진행중이다.
소포리 주민 김병철(45) 씨는 "간척지가 농지로서 갖는 의미는 이제 사라졌다"며 "갯벌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는 것이 우리가 후대를 위해 마지막으로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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